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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존 볼턴 회고록 파장

고비마다 '한국 이중 플레이' 의심···靑 발끈한 볼턴의 말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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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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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의 대표적인 강성 매파인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보좌관(2018년 4월~2019년 9월 재직)의 회고록 파문이 서울로 번졌다. 볼턴의 회고록(『그 일이 있었던 방: 백악관 회고록』)은 오는 23일(현지시간) 발간 예정이었지만, 언론을 통해 내용 대부분 공개됐다.

중앙일보가 확인한 회고록의 한반도 관련 부분에 따르면 볼턴 전 보좌관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못지 않게 문재인 대통령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등 한국에 대해서도 신랄하게 비판했다. 회고록에는 문 대통령을 지칭하는 ‘Moon’이 총 153차례 등장한다.

볼턴은 “2018~2019년 일련의 북ㆍ미 정상급 대화는 문 대통령의 국내 정치적 목적을 위한 판당고(스페인식 듀엣춤)”라고 평가 절하하면서 한국의 ‘이중 플레이’로 의심되는 지점들을 상세히 열거했다. 특히 비핵화 협상의 핵심인 '완전한 비핵화의 정의' 등과 관련해 한국이 북한의 의도를 왜곡해 전달했다는 주장도 포함됐다. 그간 한국 정부가 공개적으로 했던 설명과 볼턴의 주장을 비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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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존 볼턴 전 백악관 보좌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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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① “김정은, 선(先)비핵화 동의했다 해”



볼턴 전 보좌관은 2018년 5월 4일 정의용 국가안보 실장이 백악관을 방문, 4ㆍ27 판문점 회담 결과를 좀 더 자세하게 설명했다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고, 되돌릴 수 없는(CVID) 비핵화에 동의하도록 우리가 김 위원장을 강하게 밀어 붙였다”고 발언했다고 적었다. 이어 “문 대통령이 (김정은에)‘트럼프와 빅딜을 해야 한다. 자세한 건 실무협상에서 논의해야 하겠지만 비핵화 이후의 혜택(benefit)은 비핵화가 완성된 이후(after)에 받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또 “‘김정은이 이 모든 것을 이해했다’고도 했다”고 볼턴은 주장했다.

한국 측이 ‘미국이 의미하는 비핵화(CVID)’를 김 위원장에게 전달했으며, 김 위원장이 이를 수용할 의사가 있다고 설명했다는 주장이다. 정 실장은 이어 “문 대통령이 이 문제를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만나기 전에 상의하고 싶어한다”고 했고, 볼턴은 이에 “완전히 동의한다”며 5월 하순 한·미 정상회담을 잡았다고 나온다. 그러나 1차 북·미 정상회담 다음달인 2018년 7월 싱가포르 합의 이행을 위해 방북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에게 김영철 당시 당 통일전선부장은 “북한은 체제 보장이 선행돼야 하며, 검증(verification)은 비핵화 전이 아닌 이후에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한다.

☞완전한 비핵화의 의미나 시기를 북·미 사이에서 전달했는지 여부에 대해 청와대가 공개적으로 설명한 적은 없다. 다만 2018년 3~4월 대화 초반 정 실장은 평양에 특사로 들어갔다가 곧바로 방미해 “김 위원장이 완전한 비핵화를 할 의지가 있다”고 밝힌 적이 있다. ‘완전한 비핵화’의 의미는 판문점 선언(4ㆍ27)이나 싱가포르 선언(6ㆍ12)에도 모호하게 언급됐고, 이는 남ㆍ북ㆍ미 간 동상이몽 해석을 불러 일으킨 결정적 대목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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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7일 오후 판문점 도보다리에서 대화하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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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② “하노이 영변 딜, 문재인의 조현병적 아이디어”



지난해 2월 27~28일 ‘하노이 노딜’ 이후 청와대의 상황 인식에 대해 볼턴 전 보좌관은 비판적으로 묘사한다. 회고록에 따르면 정 실장은 볼턴과 통화에서 “김 위원장이 하노이에 ‘플랜B’ 없이 오직 한 가지 전략을 들고 온 것이 놀랍다”면서도 “우리는 북한의 ‘행동 대 행동’ 을 거부할 권리가 있지만, 김 위원장이 영변 핵 시설을 해체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은 북한이 비핵화의 돌이킬 수 없는 단계에 접어드는 첫 단계로 매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이 ‘영변 폐기안’이 ‘문 대통령의 조현병적 아이디어(schizophrenic idea)’라고 맹비난 했다. “문 대통령이 중국의 ‘동시적·병행적 접근’을 받아들인 것만큼이나 말이 안 되는 소리(nonsense)”라면서다.

☞ 한국 정부가 하노이 회담 이전에 영변 핵시설 폐기를 유의미하게 강조한 것은 어느 정도 사실이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2018년 10월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영변 핵시설을 영구적으로 해체한다면, 이는 북핵 프로그램의 매우 큰 부분”이라며 “미국은 종전 선언과 같은 상응 조치를 할 수 있다고 본다”고 언급한 적이 있다. 문 대통령도 지난해 6월 6개 통신사 인터뷰에서 “의미 있는 비핵화의 단계는 영변 폐기”라고 언급한 사실이 있다.

다만 이것이 북한이 하노이에서 ‘영변 플랜’만 들고 나오게 된 배경이 됐는지에 대해 한국 정부는 확인하지 않고 있다. 2월 초 스티븐 비건 대북특별대표가 평양에 갔을 때 김혁철 북한 대미특별대표는 “비핵화 관련해서는 내가 언급할 수 없다”고 했고, 제재 해제를 원한다는 북측의 요구 사항은 강하게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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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하노이 작별' 장면.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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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③ “종전선언, 김정은도 원하지 않았는데 文이 원해”



볼턴 전 보좌관은 2018년 첫 싱가포르 북ㆍ미 회담을 비롯해 지금까지 북·미 협상은 “한국 정부의 통일 의제를 관철시키기 위한 외교적 ‘판당고(스페인식 듀엣 춤)’”라고 깎아 내리면서 그 증거로 종전선언 문제를 들었다. 볼턴은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앞두고 5월 22일 정 실장이 종전선언을 제안해 왔다”면서 “처음에는 이를 북한의 구상으로 생각했지만, 나중에는 문 대통령의 통일 의제를 지지하는 것이라는 의심이 들었다”고 회고록에 적었다.

하노이 2차 북미 회담을 앞둔 2월 중순 백악관 대책회의에서도 종전선언 문제가 나왔다. 볼턴에 따르면 비건 대표의 협상 방향을 들은 조셉 던포드 합참의장이 “종전선언의 구속력에 대해 법적 효력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문제제기를 했다. 볼턴은 문득 “왜 우리가 종전선언을 검토하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들었는데, 결국 “북한도 종전선언에 개의치 않았지만 문 대통령이 원하고 있었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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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 경기 파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자유의 집 앞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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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턴 전 보좌관은 남북ㆍ북미 대화의 첫 단추였던 2018년 2월 평창 올림픽 때부터 한국 정부의 진의에 강한 의구심을 드러냈다. “문 대통령의 국내 정치적 목적을 위해 미국의 제재 대상인 김여정을 포함한 고위급 북한 인사를 참석시키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북측 평창 참가 비용은 올림픽 정신에 따른 것이 아니고, 한국이 전액 부담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다. 볼턴 전 보좌관은 “한국 좌파가 숭배하는 햇볕정책은 북한에 잘 해줘서 한반도 평화를 가져오겠다는 것이지만 북한의 독재 체제에 자금을 대는 것으로 귀결된다”고 적었다.

☞국내 소식통들의 말을 종합하면, 하노이 회담에서 최종 서명은 불발됐지만 북·미 정상 간 선언문에 종전선언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 들어 있었다. 한국 정부가 종전선언에 공을 들였던 것도 사실이다. 판문점 선언에 이와 유사한 내용이 들어 있고, 문 대통령이 지난해 6월 30일 판문점 회동 이후 첫 국무회의에서 “문서상 서명한 것은 아니지만 (북미)양국이 사실상 적대 관계 종식을 선언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국 측의 종전선언 아이디어가 외교부→비건 대표를 통해 북·미 협상안에도 반영 됐을 수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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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턴·청와대의 ‘엇갈린 주장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볼턴 회고록은 미국 안에서도 국가 기밀 누설 논란이 있는 만큼 한국 정부가 일일이 해명할 가능성이 크지는 않다. 다만 볼턴은 회고록에서 대화의 시기와 장소, 누가 발언을 했는지, 직접 들었는지와 전언인지 등을 세세하게 기록했다.

청와대는 22일 “상당 부분 사실을 크게 왜곡한 것”이라며 반박했다. 외교부는 “회고록과 관련해 언급할 사항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서울=이유정ㆍ김다영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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