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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9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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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한 靑, 볼턴 맹비난…윤건영 "착각서 벗어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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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볼턴 회고록 진실공방 ◆

문재인정부 한반도 대화 국면의 '막후' 역할을 맡았던 전·현직 핵심 인사들이 회고록을 낸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맹비난하는 이례적 상황이 펼쳐졌다. 재임 때부터 남·북·미 정상 협의에 회의적 입장을 드러내며 대화 동력을 약화시켰던 '원죄'를 가진 볼턴 전 보좌관이 회고록으로 또 한 번 재를 뿌리자 참았던 불만을 한꺼번에 터뜨린 것이다.

22일에는 언론 접촉을 극도로 삼가며 말을 아꼈던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나서 볼턴 전 보좌관의 회고록을 거짓말로 치부하며 백악관에 '적절한 조치'를 요구했다.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으로 일하며 남·북·미 정상 대화의 내밀한 실무를 도맡았던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볼턴 전 보좌관을 향해 "자신이 아는 것이 세상의 전부라고 믿는 착각과 오만에서 벗어나길 바란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당초 청와대 내부에서는 볼턴 전 보좌관의 일방적 회고록에 대해 청와대 차원에서 반응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분위기가 상당했다. 그가 현직이 아닌 '전직' 당국자인 데다 회고록 내용 자체도 편견과 선입견에 기반해 사실과 거리가 먼 내용이어서 굳이 대응할 가치가 없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오히려 청와대에서 공식적인 대응을 하면 회고록 내용과 관련해 불필요한 진위 논란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정 실장은 이날 입장을 내고 '옛 대화 맞상대'였던 볼턴 전 보좌관을 향해 전례 없는 직격탄을 날렸다. 같은 날 윤 의원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6·30 판문점 남·북·미 정상 회동의 실무 책임자로서 이야기한다. 당신이 아는 것이 세상의 전부가 아니고 정확한 것은 더더욱 아니다"고 일갈했다. 또 "모든 사실을 일일이 공개해 반박하고 싶지만, 볼턴 전 보좌관과 같은 사람이 될 수는 없어 참는다"고 꼬집었다.

이날 정 실장이 굳이 '볼턴 때리기'에 나선 이면에는 남북 갈등으로 인한 최악의 한반도 정세 속에서 미국의 더욱 적극적인 입장을 이끌어내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현재 남북 갈등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되는 '저조한 남북합의 이행'이 상당 부분 미국 측 비협조에 기인한 측면이 크기 때문이다. 정 실장이 2000년대 이후 미국 내 대북 강경파의 상징적 존재였던 볼턴 전 보좌관을 때려 미국에 '지금 같은 대북 접근법으로는 한반도 문제를 풀 수 없다'는 시그널을 보내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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