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소미아 종료 막기 위해 '분쟁 중지협정' 제안도
2019년 7월 방한한 존 볼턴 당시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가운데)이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강경화 장관과 면담을 위해 이동 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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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이 비핵화할 경우 한국과 일본이 대가를 분담하길 바랐고, 일본도 그럴 의사가 있었다는 주장이 나왔다. 하지만 한·일이 충돌한 강제징용 문제 등에는 간여하길 꺼렸던 것으로 나타났다.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보좌관은 23일(현지시간) 출간 예정인 회고록『그 일이 있었던 방:백악관 회고록』에서 이같이 밝혔다.
중앙일보가 입수한 회고록에 따르면, 볼턴 전 보좌관은 지난해 7월 일본과 한국을 차례대로 방문했을 당시를 떠올리며 "북한 비핵화 협상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우선순위는 한국과 일본의 '경제적 비용 부담'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 생각에 그 시점에서 일본은 북한에 상당한 액수의 수표(substantial check)를 써줄 준비가 돼 있었다"고 주장했다. 일본이 1965년 한국과 맺었던 한일 청구권협정과 유사한 형태로, 식민 지배 등 과거사로 인한 잠재적 문제를 모두 해결하는 내용의 협정을 북한과 맺을 의사가 있었다는 것이다.
볼턴 전 보좌관은 "1965년 협정이 역사의 한 페이지를 넘기지 못했다면, 도쿄(일본)가 어떻게 비슷한 것을 북한으로부터 기대할 수 있었겠는가"라며 일본 정부는 청구권협정으로 한국과의 과거사 청산이 마무리됐다고 보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출간 전부터 화제를 불러 일으키고 있는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 '그 일이 있었던 방'[아마존] |
볼턴 전 보좌관은 또 강제징용 문제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 가능성이 제기되자, 이를 막기 위해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게 한국과 일본이 한 달간의 분쟁중지협정(standstill agreement)을 맺을 것을 제안했다고 한다.
그는 회고록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전에 이 문제(한일 역사 갈등)에 관여하고 싶지 않다는 의사를 전달했다"면서도 "지소미아는 한·일 뿐만 아니라 미국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었으며, 7월24일 한국에서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과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 대사와 3인 조찬 자리에서 이 사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볼턴 전 보좌관은 지난해 7월 23~24일 방한했다.
회고록에 따르면, 당시 정 실장은 볼턴을 만나 "한국은 이번 사안이 1965년 청구권 협정을 뒤엎는 것이라 생각하지 않으며, 대법원 판결에 따라 행동을 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또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우대국)에서 배제한 것은 양국의 신의성실의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며 "그것이 지소미아가 위태로운 이유"라고 설명했다고 볼턴은 회고했다.
또 정 실장은 "일본은 한국의 협력 없이는 외교적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고 볼턴에게 강조하며 과거 5배 차이가 났던 한국과 일본의 국내총생산(GDP) 규모도 이제 2.7배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등 한국이 빠르게 일본의 경제를 따라잡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했다. 물러설 뜻이 없다는 우리 정부의 입장을 일본에 전해달라는 취지의 발언으로 보인다.
이에 볼턴 전 보좌관은 정 실장에게 한국과 일본 사이에 창의적 해결책이 나올 수 있도록 1개월의 분쟁중지협정을 제안했지만, 양국이 진전을 보이지 못했다고 했다.
실제 지난해 7월1일 일본 경제산업성은 한국의 강제징용 판결을 이유로 한국에 대해 반도체 산업 부문 수출 규제를 발표했으며, 우리 정부는 그해 8월 22일 '일본이 우리나라를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는 등 협정을 유지하는 것이 우리의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며 지소미아 종료를 공식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지소미아 종료 하루 전인 지난해 11월22일 종료 효력을 유예하면서 현재까지 상황이 유지되고 있다.
김다영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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