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제1444차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 촉구를 위해 28년 동안 매주 옛 주한 일본대사관 정문 앞에서 열렸던 수요시위가 보수단체의 위치 선점으로 처음 시위 장소를 옮기게 됐다.
22일 경찰에 따르면 보수단체 자유연대는 이달 23일 자정부터 7월 중순까지 서울 종로구 중학동 옛 일본대사관 앞에 집회 신고를 해둔 상황이다. 우선순위에서 밀린 정의기억연대(정의연)는 돌아오는 수요일인 24일 평화의 소녀상이 있는 원래 장소 대신 남서쪽으로 10m가량 떨어진 연합뉴스 사옥 앞에 무대를 만들고 시위를 진행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자유연대의 반대 집회는 평화의 소녀상 근처에서 열린다.
수요시위는 1992년 미야자와 기이치 당시 일본 총리의 방한에 앞서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회원 30여명이 그해 1월8일 정오 일본대사관 앞에서 연 집회를 시초로 한다. 이후 수요시위는 28년간 같은 장소에서 매주 열려왔다. 2011년 12월 1000번째 수요시위를 기념해 평화의 소녀상이 들어섰고, 2015년 7월에는 일본대사관이 건물 신축을 위해 뒤편 빌딩으로 이전하는 등 주변 모습은 조금 달라졌지만 시위는 수요일 정오마다 열렸다. 1995년 일본 고베 대지진 당시 자발적으로 집회를 열지 않았던 경우 정도를 제외하면 수요시위가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리지 않은 경우는 없었다.
집회와 관련해 자유연대 이희범 대표는 “정의연이 각성하고 윤미향 의원이 사퇴할 때까지 (일본대사관 앞 집회 신고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정의연은 시민들의 목소리를 듣고 집회를 중단해야 한다”며 “그게 아니라면 시민들이 두 집회를 보고 과연 누가 상식이 있는 자들인지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의연 측은 “자유연대가 밤을 새워가며 집회 신고를 한다고 하는데 우리는 사람이 부족해 선순위 등록을 할 여력이 없다”며 “자유연대의 선량한 시민의식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수요시위 자리를 빼앗긴 것은 어떤 면에서는 한국사회가 30년 전으로 후퇴했음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당분간 소녀상 주위가 일종의 완충지대로 비워지고, 소녀상 양쪽 옆 공간에서 정의연과 자유연대 등이 각각 집회를 여는 형식이 될 전망이다. 경찰 관계자는 “집회 신고가 잘 중재되지 않고 있다”며 “두 집회 사이에 완충지대를 확보하는 등 현재는 최대한 마찰을 방지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자유연대 등이 공공조형물인 평화의 소녀상을 훼손한다는 발언을 하고 있어서 종로구에서 시설 보호 요청을 해왔다”며 “일단 자유연대 측에 소녀상에서 1∼2m 떨어져 집회를 진행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김선영 기자 00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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