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보좌관.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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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북미정상회담을 미국 측에 제안한 것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아닌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라는 폭로가 나왔다.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보좌관은 23일(현지시간) 출간 예정인 회고록 『그 일이 있었던 방:백악관 회고록』에서 이처럼 주장했다.
22일 중앙일보가 입수한 회고록 내용에 따르면 볼턴 전 보좌관은 “2018년 4월 12일, 시리아 사태 도중 나는 정 실장을 만났다. 정 실장은 (2018년) 3월 김 위원장의 초청장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건넸고, 트럼프는 충동적으로 이를 수락했다”면서도 “역설적으로 정 실장은 후일 김 위원장에게 트럼프를 초대하라고 한 것은 자신이었다고 거의 시인했다!”고 적었다.
그는 이어 “이 모든 외교적 판당고(스페인의 춤, 열광 상태를 비유)는 한국의 창조물로, 김 위원장이나 우리 쪽의 진지한 전략보다는 한국의 ‘통일(unification)’ 어젠다와 더 관련이 있었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우리의 북한 비핵화 조건에 대한 한국의 이해는, 내가 볼 때 기본적인 미국의 국익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었다. (북미 정상회담은) 실체가 있는 게 아닌 위험한 연출에 불과했다”고 덧붙였다.
볼턴 전 보좌관은 북미 정상회담에 관해 정 실장에게 조언한 내용도 언급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나는 오는 4·27 남북 정상회담 때 북한이 한미일 간의 균열을 벌리는 것을 막기 위해 정 실장에게 비핵화 논의를 피하라고 촉구했다”고 썼다. 양국 정상만 만난 회담에서 비핵화 논의가 급진전할 경우 논의에서 배제된 국가들이 불만을 드러낼 수 있기 때문이다.
볼턴 전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비슷한 조언을 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나는 북한이 한미 간의 틈새를 만들어내는 걸 피하기 위해선 문재인 대통령과 가능한 한 긴밀하게 조율할 필요가 있다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말했다”면서 “나는 한미 협력 관계(alignment)가 유지되길 바랐고, ‘트럼프가 한국과의 타협을 거부했다’는 제목의 기사가 나오지 않았으면 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개의치 않는 것처럼 보였다”고 했다.
그는 “정 실장은 남북 정상회담이 이뤄지기 전인 4월 24일 돌아왔다. 나는 정 실장이 ‘판문점 선언’을 딱 2쪽짜리로 생각하고 있는 것에 대해 안도했다. 이 선언이 비핵화에 관해 뭐라고 언급하건 그렇게 구체적이지는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고 적었다. 볼턴 전 보좌관은 이어 “나는 ‘경제 제재로 인해 김정은이 합의에 절박할 것’이라고 한국 측이 믿고 있다는 걸 느꼈다. 경제 발전이 ‘핵무기 국가’ 북한의 최우선순위가 됐다는 이유였다”며 “나는 이 논리가 썩 편안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볼턴 전 보좌관은 종전선언과 관련해서도 “우리의 논의에 있어 또 하나의 중요한 주제는 한국전에 대한 종전선언이었다”며 “나는 처음에는 종전선언이 북한의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는데 후에 이것이 자신의 통일 어젠다를 뒷받침하기 위한 문 대통령의 아이디어라고 의심하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실질적으로 종전 아이디어는 그것이 좋게 들린다는 점을 빼고는 (채택해야 할) 이유가 없었다”고 썼다.
이병준 기자 lee.byungju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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