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미국 출간 '볼턴 회고록' 단독 입수]
그땐 함께 웃었지만… - 작년 6월 30일 판문점에서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 대통령과 김정은(오른쪽) 북한 국무위원장이 만나 악수를 하고 있는 모습을 문재인 대통령이 웃으며 지켜보고 있다.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회고록에서 당시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판문점 회동에 문 대통령이 참여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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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판문점 미·북 정상 회동은 하루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 올린 '깜짝 제안'으로 이뤄졌다.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었던 트럼프는 "거기 있는 동안 북한의 김 위원장이 이 글을 본다면, 그저 악수를 나누고 안녕이라 말하기 위해 DMZ(비무장지대)에서 그와 만나겠다"고 썼다. 참모들 모두 놀랐다. 그 와중에 믹 멀베이니 비서실장 직무대행은 "김정은과 트럼프의 만남에 끼어들려는 문 대통령의 시도도 상대해야 했다"고 볼턴은 회고했다. 볼턴은 "트럼프는 문 대통령이 근처에 없기를 바랐지만, 문 대통령은 완강하게 참석하려고 했고 가능하면 3자 회담으로 만들려고 했다"고 썼다. 그래서 미·북 정상의 만남을 탐탁지 않게 생각했던 볼턴은 "문 대통령과의 분쟁이 모든 것을 망칠 수 있다는 실낱같은 희망을 품었다"고 했다. "왜냐하면 김정은도 문 대통령이 근처에 오기를 원하지 않을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란 것이다.
볼턴 회고에 따르면 판문점 회담 당일인 6월 30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국 측은 여러 차례 문 대통령의 참석을 거절했다. 문 대통령은 "김정은이 한국 땅에 들어섰을 때 내가 없으면 적절하지 않아 보일 것"이라면서 "김정은에게 인사를 하고 그를 트럼프에게 넘겨준 뒤 떠나겠다"고 제안했다고 한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문 대통령 생각을 전날 밤에 타진했지만 북한 측이 거절했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나는 문 대통령이 참석하길 바라지만 북한의 요청대로 할 수밖에 없다"고 둘러댔다고 한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은 "그간 대통령이 DMZ를 방문한 적이 많지만 미국 대통령과 한국 대통령이 함께 가는 것은 처음"이라며 계속 동행을 원했다고 볼턴은 회고했다. 트럼프는 "이 큰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다"며 "김정은에게 할 말이 있고 경호처가 일정을 조율하고 있어 그들의 말에 따를 수밖에 없다"고 재차 거절했다. 트럼프는 "김정은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내가 조금은 이해하는데 나를 보고 싶어 한다는 걸 안다"며 문 대통령에게 "나를 서울에서 DMZ로 배웅하고 회담 후에 오산공군기지에서 다시 만나도 된다"고 했다. 사실상 '3자 회동'을 거절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DMZ 내 관측 초소(OP 올렛)까지 동행한 뒤 그다음에 무엇을 할지 결정하자"고 했다고 한다.
당시 문 대통령은 결국 판문점 자유의집까지 트럼프와 김정은을 안내하는 역할을 했다. 남·북·미 정상이 3자 회동을 한 시간은 4분 정도에 불과했지만, 당시 청와대는 "세 정상의 만남은 또 하나의 역사가 됐다"고 했다.
볼턴은 북한 비핵화에 관한 한국 정부의 견해도 비판했다. 특히 작년 2월 하노이 2차 미·북 정상회담이 결렬되고 며칠 후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문 대통령의 "정신분열적(schizophrenic) 생각"을 전했다고 볼턴은 주장했다. 문 대통령은 미국이 "북한의 '행동 대 행동' 제안을 거절한 것은 옳았다"고 하면서도, "영변을 해체하려는 김정은의 의지는 아주 의미 있는 첫걸음으로 북한이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 단계에 접어든 것을 보여준다"고 했다는 것이다. 볼턴은 김정은의 영변 해체 제안에 대해 "명확히 정의된 적 없다"며 "내게는 '행동 대 행동'과 아주 비슷하게 들렸다"고 썼다.
'행동 대 행동'은 북한이 핵 프로그램 중 일부를 포기하면, 미국도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해주면서 단계별로 비핵화를 하자는 제안이다. 볼턴은 김정은의 영변 해체 제안 자체가 '행동 대 행동'인데, 문 대통령이 '행동 대 행동'은 안 된다면서 영변 해체 제안은 높게 평가한 것을 비판한 셈이다.
[김진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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