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해 9월6일 오후 수원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을 마치고 굳은 표정으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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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15일 월요일 오전 9시29분. ‘카톡!’ 소리에 휴대전화 화면을 보니 다음과 같은 내용의 문자메시지가 도착해 있었습니다.
“긴급공지. 피고인 이재명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사건은 6월18일 전합에 회부되었습니다.”
갑자기 날아온 일거리에 당황스러웠지만, 이 일 덕에 저도 드디어 ‘친절한 기자들’에 합류하게 됐습니다. 안녕하세요. 사회부 법조팀에서 대법원을 취재하고 있는 장필수입니다.
먼저 이재명 경기지사가 왜 피고인인지 설명을 드려야겠네요. 이 지사는 2018년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친형 강제입원’ 의혹에 휘말리게 됩니다. 성남시장 시절이었던 2012년 4~8월, 자신을 비방하는 친형(2017년 사망)을 정신병원에 강제로 입원시켰고 이 과정에서 분당구 보건소장 등을 수차례 압박했다는 내용입니다. 상대 후보였던 김영환 바른미래당 후보가 두차례 티브이토론회에서 이 부분을 파고들었습니다. 토론의 공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김영환 형님을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려고 하셨죠?
이재명 저는 그런 일 없습니다.
김 그럼 성남시 정신보건센터(분당구 보건소 관할)에서 친형에 대해 아무런 문진이나 검진도 없이 정신병자라고 판명했습니까?
이 그거는 어머니를 때리고 (중략) 계속 심하게 하기 때문에 어머니, 저희 큰형님, 저희 누님, 저희 형님, 제 여동생, 제 남동생, 여기서 진단을 의뢰했던 겁니다. (중략) 제 관할하에 있기 때문에 제가 최종적으로 못하게 했습니다. (중략) 우리 김영환 후보께서는 저보고 정신병원에 형님을 입원시키려 했다 이런 주장을 하고 싶으신 것 같은데 사실이 아닙니다. 정신병원에 입원시킨 것은 형님의 부인, 그러니까 제 형수와 조카들이었고 (중략) ‘이거 정치적으로 너무 시끄러우니 하지 말자’ 못하게 막아서 결국은 안 됐다는 말씀을 또 드립니다.
이 지사는 의혹을 부인했지만 검찰은 이 지사가 친형의 입원에 개입한 행동이 직권남용에 해당하고 토론회에서 이를 부인한 답변 또한 선거법 위반(허위사실 공표)이라고 판단해 2018년 12월 그를 기소했습니다. 1·2심은 모두 이 지사가 친형의 강제입원에 개입했다고 봤지만 심각한 수준은 아니라며 직권남용 혐의에는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그러나 허위사실 공표, 즉 티브이 토론 발언을 놓고는 하급심 판단이 갈렸습니다. 1심은 “선거인의 판단을 그르칠 정도로 사실을 왜곡한 게 아니다”라며 무죄를 선고했지만, 2심은 “(강제입원 절차) 일부가 진행된 사실을 숨긴 것과 마찬가지기에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한다”며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습니다. 형이 확정되면 지사직을 잃게 되고 국가가 보전해준 선거비용 38억원을 토해내야 합니다. 5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돼 대선 도전도 어렵게 됩니다. 이 지사 재판 결과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입니다.
이 사건은 지난해 10월 대법원 2부(주심 노정희 대법관)에 배당돼 심리가 시작됐지만 결론에 이르지 못했습니다. 대법관 4명이 하나의 모둠을 이루는 ‘소부’에서 의견이 일치하지 않았다는 얘기입니다. 대법관 4명이 소부에서 결론을 내지 못했으니 대법관 13명 전원이 모여 머리를 맞대보자는 게 이른바 ‘전원합의체(전합) 회부’입니다. 결국 이 지사의 유무죄는 대법관 13명의 다수결로 결론이 나게 됐습니다.
그렇다면 대법원 전원합의체 논의는 이 지사에게 유리할까요 불리할까요? 대법원 재판연구관 경력이 있는 변호사는 “상고 기각(2심 판결 인용) 확률이 95%인데 전합으로 넘어갔다는 건 ‘2심 판결대로 가지 않겠다’는 의견이 있었다는 것”이라며 “이 지사 입장에선 상고 기각 확률이 95%였다가 50% 정도로 변한 것이니 기대해볼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전원합의체를 열어 이 지사 사건을 처음으로 심리했습니다. 그리고 이튿날 “일응 심리를 종결하여 다음 속행기일은 지정되지 않았음. 다만 필요한 경우 심리를 재개할 수 있고 선고기일 지정 여부는 추후에 확정하기로 하였음”이라고 짤막하게 공지했습니다. 심리가 끝났으면 선고날을 잡아야 하는데 그러지도 않았고 심리를 또 할 수도 있다고 하네요. ‘심리를 끝냈으니 이제 그만 다수결로 결론을 내자’는 의견과 ‘그래도 심리를 더 하고 결정하자’는 반박이 맞선 것으로 읽힙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논의에서도 팽팽한 긴장감이 묻어나네요. 머지않아 공개될 전합 결론이 더 궁금해지는 이유입니다.
장필수 사회부 기자 fe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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