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불법촬영. 연합뉴스TV |
지난달 7일 수도권 지하철 3호선을 지나가던 열차 안. 한 남성이 여성을 몰래 촬영했다는 다급한 신고가 접수됐다. 셀카봉에 휴대전화를 고정해 촬영하던 남성이 알고 보니 여성의 신체 부위를 찍고 있었다는 내용의 신고였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남성 A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A씨는 미용업 강사로 퇴근길 지하철 안에 사람이 많은 틈을 타 여성의 신체를 몰래 촬영했다. 불법촬영을 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휴대전화를 분석한 결과 A씨는 2019년 10월부터 올해 5월까지 약 6개월 동안 300여 차례 여성의 신체를 불법촬영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 중에는 지하철역 에스컬레이터에서 여성의 치마 속 속옷을 몰래 촬영한 영상도 있었다.
서울지방경찰청 지하철경찰대는 성폭력처벌법상 카메라 등 이용촬영죄 혐의로 A씨를 불구속 입건해 조사 중이라고 19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불법촬영 사건으로 해당 건을 조사 중이다”라며 “자세한 내용은 수사가 진행 중이라 알려줄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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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이지 않는 불법촬영…재범률도 높다
강씨의 사례처럼 불법촬영은 해마다 끊이질 않는다. 지난달 28일 KBS ‘개그콘서트’ 연습실이 위치한 여의도 KBS 연구동 사옥 내 여장 화장실에서 불법촬영 카메라가 발견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통계로도 이런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법무부가 지난 2월 26일 발간한 ‘2020 성범죄 백서’에 따르면 불법촬영 범죄는 급격히 증가해왔다. ‘카메라 등 이용촬영 범죄’는 2013년 412건에서 2018년에는 2388건으로 5.8배 늘어났다. 불법촬영 범죄자 연령은 30대(39%)와 20대(27%)에서 가장 많았다.
재범 비율도 높았다. 카메라 등 이용 촬영죄의 동일 범죄 재범률은 75%로 다른 성범죄보다 재범률이 높은 범죄로 꼽혔다. 성범죄 재범 장소는 지하철 또는 기차(62.5%)가 제일 많았다. 또 재범자 2901명 가운데 1058명(36.5%)은 같은 장소에서 범행을 되풀이한 것으로 나타났다.
불법촬영 범죄는 늘고 있는 데 비해 처벌 수위는 여전히 낮다. 범죄자 중 징역형을 받은 사람은 10명 중 1명에 못 미친다. 불법촬영 범죄 9317건 중 벌금형은 5268건(56.5%)으로 가장 많았다. 집행유예(2822건, 30.3%), 선고유예(464건, 5%)가 그 뒤를 이었다. 징역형은 763건(8.2%)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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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 꼽는 가장 두려운 범죄, '불법촬영'
불법촬영은 여성들이 가장 두렵다고 꼽는 성범죄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찍힐 수 있고 불법 촬영물이 유포되면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서울지방경찰청이 서울에 거주하는 여성 389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여성들은 성폭행ㆍ추행(29.1%)보다 불법촬영(32%)에 더 높은 불안감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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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두고 서승희 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는 “불법촬영이 범죄라는 사회적 인식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촬영 기기가 널리 보급되다 보니 이런 성범죄가 무분별하게 일어나고 있다”며 “문화 지체 현상으로 포르노그래피를 보는 것을 넘어 만들어내고자 하는 사람들의 욕구가 점차 실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내가 불법 촬영물을 찍으면 형법상 제재를 받는다는 생각을 할 수 있도록 형량을 강화하고 실형 판례집을 만들어가야 한다”며 “범죄의 끝이 지금처럼 벌금형, 선고유예로 끝나면 사회적 경각심을 심어주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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