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와 서울시는 17일 잠실 마이스(MICE) 개발사업, 영동대로 복합개발사업 부지와 그 영향권 일대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한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처 18일 공고할 예정이다.
이번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은 곧 고가 전세 보증금을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를 원천 금지한다는 의미다.
서울 송파구 잠실리센츠 아파트. /조선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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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교류복합지구와 영동대로 광역복합환승센터, 현대차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등 대규모 개발사업을 앞둔 이 지역에 투기수요가 유입돼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는 것을 막으려는 취지다.
실제로 최근 서울 강남권에서는 갭투자 증가 조짐을 보였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서울의 경우 갭투자 비중은 지난 1월 48.4%에서 5월 52.4%로 늘었는데, 강남의 경우 1월 57.5%에서 5월 무려 72.7%까지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먼저 강남권 주택과 재건축 시장을 직접 규제하는 만큼, 투자수요를 위축시키고 실거주 위주 시장으로 재편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와 함께 거래 위축이 불가피해 가격 조정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잠실·삼성·대치·청담동 등 4개 동에 있는 아파트는 6만1987가구에 달한다. 잠실동 2만6647가구, 대치동 1만8573가구, 삼성동 9583가구, 청담동 7184가구다.
고준석 동국대학교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이번 조치로 투기세력은 차단될 것"이라면서 "이 지역에는 전세를 끼고 투자하기가 어려우니 임대를 할 수 없고 결국 실수요자만 들어갈 수밖에 없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투자수요가 걷히면 해당 지역 아파트 가격이 떨어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도 "강남권에 대한 강력한 규제라 투자 수요가 줄어들고 실거주 중심 시장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강남권과 재건축 시장에 파장이 적지 않을 것"이라면서 "최근 집값이 단기에 오른 과열 지역도 거래 위축 속 숨 고르기 장세가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강남구 청담동 청담삼익과 삼성동 홍실, 대치동 은마와 한보미도맨션1~2차, 선경1~2차, 개포우성1~2차, 구마을1지구 등 정비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단지들의 거래가 한동안 숨 고르기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갭투자를 막는 6·17대책 영향뿐만 아니라 미성년자 거래 및 업다운 계약 의심 거래, 자금출처가 불분명한 거래, 투기성 법인거래, 소득 및 잔고증명 등 증빙자료(투기과열지구 9억원 초과 주택) 부실제출 의심거래에 대해 집중 조사를 실시해, 투기 발본색원 작업도 이어진다.
반면 이 일대 아파트값이 큰 폭으로 하락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란 시각도 있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 실수요가 아니면 진입하지 못하기 때문에 시장은 안정될 것"이라면서도 "수요를 일부 차단하면서 집값 상승폭을 억제하는 것이라, 집값이 하락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에 깔린 ‘강남 불패’ 인식과 함께 저금리와 시중에 풍부한 유동성이 가격을 떠받치고 있다는 의미인 셈.
거주 제한에 따른 주민 반발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이상우 인베이드투자자문 대표는 "허가대상 면적이 주거지역 18㎡ 초과면 아파트뿐만 아니라 빌라에 사는 사람들까지 모두 포함되는 것인데, 1가구 1주택자들까지 거주에 제한이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삼성동과 청담동, 대치동, 잠실동을 잡으면 주변 지역들도 반발작용으로 오를 수 있다"면서 "거주지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한 만큼 집단적인 반발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허지윤 기자(jjyy@chosunbiz.com);김민정 기자(mjkim@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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