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국민소통수석, 김여정 담화 강도높게 비판…文대통령 취지 훼손 비판, 정책 변화 주목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손선희 기자] 청와대가 17일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의 폄훼 발언을 무례하다고 직접 반발하면서 북한에 대해 경고에 나선 것은 향후 대북 정책이 전면적으로 재수정될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대화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것이 그동안 청와대의 입장이었지만 이날 북한이 보여준 일련의 모습을 보고 상황 판단을 달리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당초 남북 관계 개선의 '아이콘'이던 김 제1부부장이 문 대통령을 직접 저격하는 '말폭탄'을 이어가는 것에 강한 불쾌감을 표명한 것이 그 분위기를 대변해준다. 김 제1부부장을 향해 "사리분별을 못 하는 언행" "몰상식한 행위" 등으로 표현한 것은 전례가 없는 청와대의 공식적인 대북 비난 발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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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청와대는 이날 오전 8시30분부터 10시까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긴급화상회의를 했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서 북한의 대남 담화 발표 관련 내용을 분석한 후 우리 측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는 것이다.
NSC에는 국가안보실장을 비롯해 외교부·국방부·통일부 장관, 국가정보원장, 합동참모본부 의장, 안보실 1·2차장 등이 참석했다. 북한의 추후 조치나 도발 상황에 따라 우리 정부도 엄중하게 대응하겠다고 표명한 셈이다.
김유근 NSC 사무처장은 "정부는 북측이 2018년 '판문점선언'에 의해 개설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건물을 일방적으로 폭파한 것에 대해 강력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특히 청와대는 모든 사태의 책임은 북측에 있다는 것을 지적하면서 상황을 악화시킬 경우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향후 청와대의 대북 정책이 전면 재수정될 수도 있는 대목으로 보인다.
문제는 북한이 '마이웨이' 노선을 밟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 탈북단체의 대북전단 살포 문제를 명분으로 남북 정상 간 합의사항을 하나하나 훼손하고 있다. 9·19 남북군사합의 파기도 예정된 수순이다. 경제협력과 평화의 상징이던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지구는 북한군 진지로 탈바꿈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강공 드라이브는 남북 관계 차원을 넘어서는 노림수와 관련이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자국 정치 현안에 집중하는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의미다. 북측의 행동은 미국의 '무관심 모드'에 대한 변화를 견인하는 것은 물론 11월 이후 미국의 새로운 권력 구조를 겨냥한 포석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정부가 대북전단 문제를 해결해도 근본적인 상황 변화를 이끌 수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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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은 15일 수석·보좌관회의와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 기념식 축사를 통해 메시지를 밝힌 바 있다. 문 대통령은 "나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8000만 겨레 앞에서 한 한반도 평화의 약속을 뒤로 돌릴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남과 북이 함께 일궈낸 6·15 공동선언, 4·27 판문점선언, 나아가 9·19 평양공동선언은 결코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이 문 대통령의 확고한 신념"이라고 설명했다.
소통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문 대통령의 메시지는 북측의 연이은 강공 드라이브로 의미가 퇴색했다. 청와대가 상황 변화를 마냥 기다리기도 어렵다. 한반도 안전을 위협하는 상황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국내 여론도 신경을 써야 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김 위원장이 전면에 나서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동생인 김 제1부부장이 남북 경색 정국을 주도하고 있다. NSC 상임위가 문 대통령이 아닌 정의용 실장 주재로 열린 것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남북 현안 해결을 놓고 담판을 벌이는 '최후의 카드'는 남북 모두 가능성을 남겨놓고 있다는 얘기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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