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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

빛바랜 ‘6·15’ 20주년…北 결별선언에 남북관계 ‘파국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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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행동으로 보복” 비난 공세

6·15 당일엔 의도적 침묵

사라진 ‘평화가 온다’ 슬로건

南, 자체 기념식마저 축소 진행

헤럴드경제

역사적인 6·15 남북공동선언이 15일로 20주년을 맞이했지만 남북관계 급랭으로 빛이 바래고 말았다. 지난 2000년 6월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남북정상합의 서명 뒤 손을 맞잡고 들어올리는 모습. [헤럴드DB]


남북정상이 역사상 처음으로 만나 합의한 6·15 남북공동선언이 15일 20주년을 맞이했지만 남북관계 급랭으로 빛이 바래고 말았다.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한 20주년 기념행사는 애초 은연중 기대했던 남북공동행사는커녕 북한의 탈북민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에 대한 강한 반발로 자체 행사마저 쪼그라들고 말았다. 북한은 6·15선언 20주년 당일 이에 대한 아무런 언급 없이 오히려 대남비난 공세를 쏟아냈다.

정부는 이날 경기도 파주시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 기념식’을 갖는다. 통일부와 서울시, 경기도 공동주최로 김연철 통일장관과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경기지사 등이 참석하는 기념만찬과 6·15 공동선언문 낭독, 기념공연, 기념영상 등 기념식이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일부 취소되거나 축소되고 말았다. 애초 ‘평화가 온다’는 행사 슬로건은 북한이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을 내세워 남북관계 결렬과 대남 군사행동까지 예고하는 등 남북관계가 파국으로 치달으면서 자취를 감췄다. 통일부는 애초 지난주 기념식 계획안을 사전공개할 예정이었으나 북한이 정상 핫라인을 포함한 남북 간 모든 연락채널을 차단하고 남북사업의 대적(對敵)사업 전환을 공언하는 등 남북 대결구도를 명확히 하면서 기념식 당일까지 구체적인 설명을 내놓지 못했다.

북한은 6·15선언 20주년을 맞아 침묵을 선택했다. 작년 6·15공동선언실천 북측위원회가 남측위원회에 연대사를 보내 평화와 번영, 통일의 전성기를 함께 열자고 호소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북한은 오히려 대북전단을 빌미로 한 대남비난 공세를 이어갔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끝장을 볼 때까지 연속적인 행동으로 보복할 것이다’는 제목의 정세론해설에서 “우리는 지켜보면 볼수록 환멸만 자아내는 남조선 당국과 더 이상 마주앉을 일도, 논의할 문제도 없다는 결론을 이미 내렸다”며 “남은 것은 천벌받을 죄악의 대가를 받아내는 것뿐”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거세찬 분노를 반영해 세운 보복계획들은 우리의 국론으로 확고히 굳어졌다”며 “우리는 배신자들과 쓰레기들을 징벌하기 위해 연속적인 보복행동에 들어갈 것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또 “이미 천명한대로 쓸모없는 북남 공동연락사무소가 형체도 없이 무너지고 그다음 대적행동의 행사권은 우리 군대에 위임될 것”이라면서 “무적의 혁명강군은 격앙될 대로 격앙된 우리 인민의 원한을 풀어줄 단호한 행동을 개시할 것”이라며 김 제1부부장이 앞서 담화에서 위협한 남북 연락사무소 철거와 대남 군사행동을 재확인했다.

김영호 조선불교도연맹 중앙위원회 부장은 선전매체 메아리에 기고한 ‘불악귀들에게 지옥의 모든 고통을 들씌우리라’는 제목의 글에서 서산대사의 “악한들을 멸하는 것은 살생이 아니다”는 경구까지 인용해가며 남측을 향해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무시무시한 지옥은 바로 눈앞에 있다”고 위협했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현 남북관계 상황에 대해 “눈이 내리는 겨울인데, 아직 덜 내린 것 같다”며 “눈 내리는 와중에 치울 수는 없고 다 내릴 때까지 기다려야하는데 상황관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이어 “북한에는 북한측이 요구하는 남북 합의 이행에 대한 보다 명확한 신호를 보내야한다”면서 “아울러 미국에도 북미관계 관리와 미국 국익을 위해서라도 남북관계의 자율성과 독자영역을 보장하고 확보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득해야한다”고 제언했다.

신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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