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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위안부 문제' 끝나지 않은 전쟁

외교부, 김앤장에 위안부 합의 귀띔한 정황…檢, 메모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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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서울 종로구 김앤장 법률사무소 입구 모습. 김앤장은 일제 강제징용 재판에서 일본 전범기업 측 변호를 대리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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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가 지난 2015년 12월 28일 체결된 한일 위안부 합의 내용을 일본 전범기업을 대리하던 김앤장 법률사무소 측에 알려준 정황이 법정에서 공개됐다.

검찰은 1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 박남천) 심리로 열린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의 속행 공판에서 김앤장 송무책임자인 한상호 변호사의 자필 메모를 증거로 제시했다. 한 변호사는 강제징용 사건과 관련해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독대를 하기도 했다.

한 변호사는 12월 28일자 자신의 메모에 김앤장 고문인 유명환 전 외교부 장관에게 들은 것으로 추정되는 내용을 적었다.

메모에는 날짜와 유 전 장관의 이름 아래로 ‘12월 27일 윤 장관과 만찬. 이미 조율 종료. 다만 1. 윤장관, 국내에 설명 곤란 2. 야치 국장, 아베에 보고 못 해’라는 내용이 적혔다. 그 아래로는 ‘어제 국장회의. 협의 성립. 오늘 장관 확인’이라고 쓰였다. ‘이슈’라는 소제목 아래엔 ‘1. 책임 인정. 법적 책임 / 사죄+정부 보상 2. 사죄. 동의 3. 보상. 한국 재단설립. 일본정부 예산으로 10억엔’ 등의 항목이 등장한다. 또 ‘외교장관 회의 후 발표. 양 정상 전화회의. 정치적 결단. 소녀상 관련 단체 협의 해결 노력. 대외적 이미지. 미국의 협조. 대일 압력. 힐러리 당선 가능성 70%’ 등의 설명도 적혔다.

내용을 종합하면 유 전 장관이 한일 위안부 합의 발표 전날 윤병세 당시 외교부 장관과 만찬을 하면서 ‘한일 위안부 합의의 조율이 끝났다’는 이야기와 관련 설명을 듣고 이를 한 변호사에게 알려줘 이를 메모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메모에 등장하는 재단 설립과 일본 정부의 10억엔 출연 등의 내용은 바로 다음날 발표될 위안부 합의의 주요 내용으로, 이는 윤 전 장관이 김앤장 측에 알려줬다고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다만 ‘불가역적 해결, 국제사회 비판 자제, 소녀상 철거’ 등 민감한 내용까지 알려준 정황은 나타나지 않았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 등 대법원 수뇌부가 사법부의 이익을 위해 강제징용 소송의 상고심 결론을 뒤집거나 심리를 고의로 지연시켰다고 본다. 이 과정에서 양 전 대법원장이 김앤장 한 변호사를 여러 차례 집무실 등으로 불러 소송 상황 등을 알려주고 향후 진행을 논의했다고 보고있다.

한일 위안부 협상은 강제징용 소송 심리가 미뤄지던 중에 타결됐다. 검찰은 타결 이후인 2016년 4∼5월께 양 전 대법원장이 청와대로부터 ‘6∼7월이면 일본이 약속대로 돈을 보낼 예정’이라는 박근혜 전 대통령 지시사항을 전달받은 뒤 본격적으로 전범기업 상고심에 정부 의견을 반영하는 절차에 착수했다는 내용을 공소장에 적시했다.

이날 검찰이 공개한 한 변호사의 메모 내용에는 한일 위안부 협상 타결 이전인 2015년 11∼12월에도 정부 측에서 ‘위안부 문제의 진전’이나 ‘한일 관계’ 등을 이유로 강제징용 소송 절차를 늦추려 한 정황이 담겼다.

다만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은 “한 변호사의 메모 내용은 들은 내용을 정리한 것인지, 아니면 한 변호사 개인의 생각이나 계획인지 불분명하다”며 한 변호사에게 직접 확인하지 않는 한 섣불리 해석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반면 검찰은 메모의 일관된 형식을 보면 한 변호사가 들은 내용을 정리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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