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세의 경제산업성 관료 출신 사에키 비서관
"통통한 체형에 강권 휘둘러 김정은 별명"
아베노마스크 정책 총괄하며 실세로 부상
10년 가까이 관저 근무, 野대표에 야유하기도
◇ “경제산업성은 아베 내각 망가트릴 생각이냐”며 선배 관료를 질책
일본의 시사월간지 문예춘추(文藝春秋) 7월호는 사에키 비서관에 대해 “아베 총리의 위세를 등에 업고 즉흥적인 착상을 무리하게 관철하고 있다고 혹평받는 관저 관료 중에서 유난히도 그가 눈에 띈다”고 했다. 이 매체는 “어딘가 모르게 애교가 있고 둥그스름한 신체와는 정반대로 강권을 휘두르는 그의 자세는 ‘관저의 김정은’ 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게 했다”고 전했다.
사에키 비서관은 아베 총리가 466억엔을 들여 전 세대에 2장씩 나눠 준 마스크 배급 정책의 입안 및 실행을 담당했다. 그는 올 초 코로나 사태가 절정에 이르렀을 때 “모든 국민에게 마스크를 나눠주면 불안은 싹 사라진다”며 아베 총리에게 제안, 이 정책이 실행되도록 했다. 하지만 ‘아베노믹스’를 빗대 ‘아베노마스크’로 불리는 이 마스크는 너무 작고 다량의 불량품이 발견돼 대실패로 막을 내렸다.
그는 이 과정에서 자신보다 7기 선배인 경제산업성의 정책입안총괄심의관을 심하게 질책한 것이 알려지면서 구설에 올랐다. 당시 그는 “경제산업성은 아베 내각을 망가트릴 생각이냐”고 대노(大怒)했다고 한다.
지난 4월 인기가수 호시노 겐의 ‘집에서 춤추자’는 영상에 아베 총리가 집에서 유유자적하는 모습을 무단합성해서 트위터에 올린 것도 그의 아이디어였다. 당시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서 집에서 머물자는 메시지를 주려는 것이 목적이었지만, 심각한 국면에서 총리가 너무 한가해 보이며 호시노 겐의 사전 허락을 받지 않았다는 점에서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아베의 최측근 이마이 보좌관 인맥
사에키 비서관은 도쿄대 법대·경제산업성 출신. 2006년 아베가 처음으로 총리가 됐을 때부터 인연을 맺었다. 경제산업성 선배로 아베의 최측근이 된 이마이 다카야(今井尙哉) 보좌관(당시 비서관)이 그를 관저로 끌어 올려서 자신의 비서 역할을 하도록 했다.
이어서 제2차 아베 정권이 발족하자 이마이 보좌관의 추천으로 다시 관저에 들어가 스피치 라이터가 됐다. 이때부터 아베의 주요 연설문은 모두 그의 손을 거쳐서 만들어졌다. 아베 총리의 신임을 받은 그는 2017년 7월 42세의 나이에 사무담당 총리 비서관에 임명됐다. 전임자보다 나이가 14살 낮은 것으로 역대 최연소 비서관 기록이다. 도쿄의 외교 소식통은 “아베 총리가 두뇌 회전이 빠르면서도 소탈한 성격에 간사이 사투리를 쓰는 그를 귀여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아베 총리 관저 근무는 10년 가까이 되는데, 문예 춘추는 그가 총리 비서관이 된 후 평판이 나빠졌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했다. “아베 총리의 위세를 등에 업고 자신보다 연차가 높은 관료에 대해 상사로서 야단을 치는 모습이 눈에 띄게 됐다”는 것이다. 한 관료는 문예춘추에 “고압적인 언변에 (통통한) 체형도 어울려 사에키 비서관은 '관저의 김정은'으로 불리는데 관료들은 그를 화나게 하지 않도록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했다.
사에키 비서관은 아베 총리를 비판하는 정치인들에게도 오만한 태도를 보인 것이 목격되기도 했다. 2018년 4월 당시 희망의 당대표였던 다마키 유이치로 의원이 국회에서 가케 학원 스캔들을 추궁했다. 그러자 아베 총리 뒷편에 앉아 있던 사에키 비서관이 야유를 퍼부었다. 이례적인 일이었다. 당시 니시무라 야스토시 관방 부장관(현 경제재생상)은 그에게 구두로 엄중 경고 하기도했다.
아베 총리 관저에 밝은 소식통은 “총리 측근의 고압적인 행동이 일본의 가스미가세키(일본 관가를 의미)에 회자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전형적인 장기정권 말기의 현상 중의 하나”라고 평가했다.
[도쿄=이하원 특파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