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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이슈 세계 금리 흐름

0%대 기준금리, 장기금리는 高高… "한은, 국채 매입 임박"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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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기준금리 인하에도 국채10년물 금리 상승
3월 중 기준·국채 스프레드 2018년 이후 최대
"통화정책 효과 반감 우려에 국채 매입 나설 것"

한국은행이 우리나라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 수준으로 인하한 가운데 시장에서는 되레 금리가 상승하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정부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위해 35조3000억원 규모의 3차 추가경정예산안을 발표하면서, 올해 적자국채 발행액이 지난해 3배 이상인 97조3000억원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정부가 국채 발행량을 늘리면서 채권값이 하락(채권금리 상승)해 금리 인하 효과를 상쇄시키는 것이다.

채권시장에서는 한은의 국채 매입이 임박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인 연 0.50%로 낮춘 상황에서 장기 금리가 지속적으로 오르는 모습을 한은이 방치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전문가들은 국채 10년물 금리가 기준금리보다 100bp(1bp=0.01%포인트) 높은 1.5%에 도달하게 되면 한은이 국채 매입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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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역대 최대 35.3조원 규모의 2020년도 제3회 추가경정예산안을 제출한 가운데 4일 국회 의안과에 관련 예산안 자료가 놓여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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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준금리 인하에도 국채 10년물 1.3~1.7%대 등락

10일 한은에 따르면 지난 3월부터 지난 5일까지 기준금리와 국고채 10년물 스프레드(금리 차)는 꾸준히 벌어지는 추세다. 지난 3월 기준금리·국채10년물 스프레드는 평균 50.8bp에서 한 달 후인 4월에는 75.4bp로 확대됐다. 5월에는 67.0bp로 소폭 하락했다가 6월의 경우 지난 9일까지 평균 91.9bp로 확대되는 추세다.

특히 한은이 기준금리 인하를 결정한 지난 3월과 5월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를 전후로 스프레드가 벌어진 상태로 등락을 반복하는 모습이다.

코로나 충격에 따라 지난 3월 16일 임시 금통위를 열고 0.50%포인트(1.25%→0.75%)를 내리는 ‘빅컷(큰 폭의 금리인하)’를 단행했을 당시, 기준금리(0.75%)와 국채 10년물 금리(1.524%)의 스프레드는 77.4bp로 13일(32bp)보다 두 배 이상 벌어졌다. 급기야 이후 3월 23일에는 국채 10년물 금리가 1.718%까지 오르면서 스프레드는 96.8bp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18년 8월 16일(97.5bp) 이후 최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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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일~6월 5일 기준기준금리 및 국채 10년물 금리 변동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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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한은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연 0.75%에서 연 0.50%로 0.25%포인트 인하했을 당시에도, 기준금리(0.5%)와 국채 10년물 금리(1.343%)의 스프레드는 84.3bp로 전날보다 25.3bp 확대됐다. 이후 기준금리와 국채10년물 금리 스프레드는 지난 9일 89.7bp를 나타냈다.

이같이 국채 10년물과 기준금리 스프레드가 확대되는 것은 기준금리 인하 효과보다는 추경용 국채 증가로 인한 물량 부담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상훈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채권시장은 3차례 추경으로 적자국채 발행액이 작년보다 3배 가량 늘어난다는 점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면서 "기준금리 효과보다는 추경으로 국채 물량 부담이 늘어나면서 국채10년물 금리가 1.3%대를 빠르게 뚫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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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3월 24일 청와대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2차 비상경제회의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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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금리 1.50~1.55%대에 국채매입 나설 것"

기준금리와 장기 국채 금리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것은 한은에게도 부담이다. 기준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장기 금리가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게 되면 금리인하를 통한 금융 부담 완화가 나타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금리 스프레드가 현재 추세대로 확대되면, 조만간 한은이 국채 매입을 단행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하는 시장 전문가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국채 10년물 금리가 1.50%대를 넘어서면 한은이 국채 매입을 결정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기준금리가 인하되기 이전 수준 이상으로 시장금리가 상승할 경우 사실상 정책 효과가 반감된다고 풀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월평균으로 보면, 국채 10년물 금리는 지난 3월(1.485%), 4월(1.504%), 5월(1.394%) 등을 나타내며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이날까지 포함한 6월 평균 금리는 1.423%로 사실상 금리 인하에도 1.3~1.5%대에서 내려오지 않는 상태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통화당국이 채권 매입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되는 금리의 임계치 수준은 국고 10년물 기준으로 1.50% 초반대"라며 "이는 지난 3월 한은이 임시 금통위를 통해 기준금리를 1.25%에서 0.75%로 50bp 인하했던 시점 직전의 국고 10년물 금리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코로나 이후 통화당국은 두 차례의 기준금리 인하와 한국판 양적완화(QE) 같은 금리 외 비전통적 통화정책 수단으로 대응했다"며 "기준금리 인하의 실효성과 시장금리 상승으로 발생할 수 있는 기업의 투자나 민간소비 위축을 원하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허정인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지금까지는 한은이 매입할 수 있는 금액 수준에 주목했었다면, 앞으로는 금리 레벨이 중요해졌다"며 "국고 10년물 기준 금리가 현 수준보다 15bp 높은 1.50%대 중후반에 들어서면 적극적으로 매입을 시행할 것"이라고 했다. 허 연구원은 "국채발행 확대에 따라 구축효과를 유발하고, 손절매를 발생시킬 수 있는 시장금리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권유정 기자(yo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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