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대적사업’ 전환 방침에는 침묵
남북 화해협력 속도 내던 중 당혹
북한이 9일 모든 남북 간 통신연락채널 차단에 나선 가운데 통일부는 남북 합의를 준수하면서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김연철 통일부장관이 이날 오전 어두운 표정으로 정부서울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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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정부는 북한의 기습적인 남북 통신연락채널 차단에 당혹스런 분위기다. 정부는 북한이 남북 사이의 모든 통신연락채널 완전 차단을 공언한 9일 12시 정오에 맞춰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통화 연결을 시도했으나 북한은 응하지 않았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남북 통신연락채널 단절에 대해 “남북 간 통신선은 소통을 위한 기본수단이므로 남북 간 합의에 따라 유지돼야한다”며 “정부는 남북합의를 준수하면서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위해 노력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이 남북관계에 있어서 남측을 적으로 규정하는 ‘대적(對敵)사업’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일단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구상을 지속 추진한다는 입장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이 당국자는 북한의 대적사업 전환 방침에 대해서는 “그 표현에 대해서는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겠다”며 말을 아꼈다.
정부 내부적으로는 최근 들어 5·24 대북제재 조치 실효성 상실 선언을 비롯해 남북교류협력 확대 법·제도 정비와 비무장지대(DMZ) 평화지대화, 방역협력, 철도연결, 산림협력, 한강하구 공동이용, 공동유해발굴, 판문점 견학 재개 등 전방위에 걸쳐서 남북 화해협력 속도를 내려던 참이라는 적잖은 당혹감도 읽힌다.
통일부 당국자가 북한의 대적사업 전환 방침에 대해 말을 아낀 것은 자칫 북한을 자극할 수도 있는 발언으로 인해 상황이 악화되는 것을 막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청와대도 이날 북한의 정상 간 핫라인을 비롯한 남북 통신연락채널 차단과 대적사업 언급에 대해 즉각적인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도 일단 소집하지 않았다.
청와대는 국가안보실을 중심으로 북한의 의도를 분석하고 대응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외교안보부서 중심으로 유관부처 협의가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북한의 남북 통신연락채널 차단·폐기가 단지 통화에 응하지 않겠는 것인지 통신선 자체를 끊는 물리적 조치까지 취하겠다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와 관련 통일부 당국자는 “선을 끊거나 전화를 안받는 것은 동일하다”며 “상황을 보고 적절히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또 “남북 간 통신선이 합의에 의해 개설된 만큼 합의 준수 차원에서 연락할 수 있는 일들을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매일 오전 9시와 오후 5시 이뤄지던 연락사무소 개시·마감통화와 매일 오전 9시와 오후 4시 진행된 군사 당국 간 동·서해지구 군 통신선을 이용한 통화를 지속적으로 시도할 것임을 내비친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이날 남측이 12시 정오에 맞춰 시도한 연락사무소 통화도 받지 않았다. 통일부는 “연락사무소는 12시 북측과 통화 연결을 시도했으나 북측은 받지 않았다”고 전했다.
북한은 이날 조선중앙통신 ‘보도’ 형식을 통해 “2020년 6월9일 12시부터 북남 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하여 유지하여오던 북남당국 사이의 통신연락선, 북남 군부 사이의 동·서해 통신연락선, 북남 통신시험연락선,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와 청와대 사이의 직통통신연락선을 완전 차단, 페기하게 된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통신이 명시한 ‘9일 12시’가 정오가 아닌 이날 0시를 의미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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