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김여정·5일 통전부·8일 사업총화회의 속도
文·金 신뢰 상징 남북정상 직통전화까지 끊어
북한은 9일 남북정상 간 핫라인을 포함한 남북 간 모든 통신연락채널을 완전히 차단·폐기하겠다고 밝혔다. 노동신문은 같은 날 농근맹원들과 농업근로자들이 전날 강서구역에서 진행한 탈북민단체의 대북전단 살포 규탄 군중집회 소식을 전했다. [헤럴드DB]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남북관계가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북한은 9일 탈북민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이유로 남북정상 간 핫라인을 비롯한 남북 간 모든 통신채널을 차단한다며 남북관계의 대적(對敵)사업 전환을 언급했다.
북한의 대북전단 살포에 대한 반발은 전격전을 방불케 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의 지난 4일 담화를 시작으로 5일 통일전선부 대변인 담화, 8일 대남사업부 사업총화회의, 그리고 9일 남북 간 모든 통신연락선 완전 차단 선언 조선중앙통신 ‘보도’까지 숨이 가쁠 정도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예고한 대로 단계적으로 가겠다는 것”이라며 “한국이 대응할 수 있도록 여지를 줘야하는데 반응을 보이기도 어려울 정도로 기다리지 않고 몰아붙이고 있다는 점이 특징적”이라고 평가했다.
북한의 이번 조치는 내용과 형식적인 면에서 모두 주목된다. 북한은 우선 내용적인 측면에선 남북관계에 대해 파국으로 표현했다. 이와 관련 통신은 이날 ‘북남 사이의 모든 통신연락선들을 완전 차단해버리는 조치를 취함에 대하여’라는 제목의 보도에서 남측 당국이 대북전단 살포에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회피하면서 반북적대행위를 묵인했다며 남북관계를 파국적 종착점으로 몰아왔다고 비판했다. 이어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과 김영철 당 부위원장이 전날 대남사업부서 사업총화회의에서 강조했다며 대남사업을 철저히 대적사업으로 전환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북한의 6차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시험발사에 따른 위기의 2017년, 평창 동계올림픽으로 대변되는 반전의 2018년, 베트남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로 인한 교착의 2019년에 이어 파국의 2020년을 예고한 셈이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의 이번 조치가 현실화된다는 것은 남북관계가 4·27 판문점선언 이전으로 돌아간다는 것을 의미할 수 있다”며 “무엇보다 정상 간 직통전화는 그간 두 정상 간 신뢰의 증표라는 점에서 폐기는 단순히 남북관계 단절이 아니라 인간적 관계마저 끊어지는 것 아닌가 걱정된다”고 했다.
북한이 향후 남북관계에 메가톤급 후폭풍을 불러올 수밖에 없는 조치에 나서면서 조선중앙통신 보도라는 형식을 취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북한은 통상 한반도정세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결정을 발표할 때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명의 성명이나 정부 성명을 발표하곤 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017년 9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유엔총회 연설에 반발해 본인 명의 성명으로 맹비난하고 나선 게 일례다. 북한은 또 주요 현안과 관련한 입장을 낼 필요가 있을 때 외무성 등 기관이나 대변인 담화를 활용하곤 했다.
이번 보도 형식은 ‘기자와의 문답’과 함께 북한이 대외적 입장을 밝히는 가장 낮은 수준에 해당한다. 북한이 남북관계의 비중을 의도적으로 깎아내린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북한이 이날 조선중앙통신 보도를 모든 주민들이 보는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게재했다는 점도 예사롭지 않은 대목이다.
노동신문은 이날 별도 기사에선 강서구역에서 농근맹원들과 농업근로자들의 항의군중집회 진행 소식 등을 전하며 대북전단 반발 여론전을 이어갔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은 최고존엄 모독과 훼손을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대북제재와 코로나19, 미중갈등 등으로 경제적인 어려움이 큰 상황에서 한반도 긴장을 통해 내부적으로 체제를 결속하고 향후 한반도문제에서 주도권을 가져가겠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shindw@heraldcorp.com
- Copyrights ⓒ 헤럴드경제 & heraldbiz.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