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8일 최근 정의기억연대(정의연대) 사태에 대해 "이용수 할머니는 위안부 운동의 역사"라며 "위안부 운동은 결코 부정하거나 폄훼할 수 없는 역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번 논란은 시민단체 활동 방식이나 행태에 대해서도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7일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진 뒤 32일 만에 첫 반응을 내놓은 것이다. 시민단체에 반성을 촉구하는 동시에 위안부 운동에 대한 '부정'을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문 대통령은 수석보좌관회의 모두 발언을 통해 "위안부 운동의 대의는 굳건히 지켜져야 한다"며 "위안부 운동 30년 역사는 인간의 존엄을 지키고 여성 인권과 평화를 향한 발걸음이었다. 인류 보편의 가치를 실현하려는 숭고한 뜻이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위안부 할머니가 없는 위안부 운동을 생각할 수 없다"며 "위안부 할머니들은 참혹했던 삶을 증언하고 위안부 운동을 이끌어온 것만으로도 스스로 존엄하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문 대통령은 "정부와 지자체 보조금도 투명하게 관리하겠다"며 "기부금 통합관리시스템을 구축해 기부금이나 후원금에 대한 투명성을 근본적으로 강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사태에서 드러났듯 현재 정의연대 같은 공익법인은 상대적으로 회계 관리가 느슨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올해부터 연간 총수입 50억원, 기부금 20억원 이상인 공익법인은 외부 회계법인에서 회계감사를 받아야 하지만 그전까진 총자산 100억원 이상만 외부감사 대상이었다. 온갖 회계 오류 의혹에도 정의연대에 대한 제재가 전무했던 것도 그 때문이다.
이날 문 대통령은 "일각에서 위안부 운동 자체를 부정하고 운동의 대의를 손상시키려는 시도는 옳지 않다"며 "이번 논란은 시민단체 활동 방식이나 행태에 대해서도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문 대통령은 정의연대 사태를 둘러싼 논란이 '제2 조국 사태'로 불릴 만큼 일파만파로 커지며 국회와 국정에 부담을 주는 상황에서도 이렇다 할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윤 의원에 대한 여론이 급속히 냉각되고 있고 미래통합당 등 야당도 파상공세를 퍼붓고 있지만 여당은 여전히 검찰 수사를 지켜보자는 소극적 태도다. 하지만 급기야 정의연대 쉼터 '평화의 우리집' 소장 손 모씨(60)가 극단적인 선택을 할 정도로 사태가 악화하자 한 달에 걸친 침묵을 깨고 이날 '작심 발언'을 쏟아내면서 향후 파장이 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임성현 기자 / 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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