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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대한항공 땅 사겠다면서… 서울시 "돈은 2022년까지 지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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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상비 시가보다 낮은 4671억 제시

서울시가 대한항공 소유인 종로구 송현동 땅(3만7000㎡)을 매입할 보상비 기준을 4671억여 원으로 책정했다고 5일 밝혔다. 대한항공이 코로나 사태로 나빠진 재무 구조를 개선하고자 시가 5000억원에 이르는 이 땅의 공개 매각을 추진하는 가운데 서울시가 여기를 공원으로 조성하겠다며 행정 절차를 강행하고 있어 논란이 커지고 있다.

서울시는 송현동 터의 열네 필지별로 현 공시지가에 지목별 보상 배율을 곱해서 합산한 금액(4666억9300만원)과 남아있는 건물 세 채 보상비(4억4000만원)를 합해 보상비를 4671억3300만원으로 산출했다고 밝혔다. 시 관계자는 "이 금액을 바탕으로 보상 협의와 감정 평가를 통해 최종 매입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시는 최종 매입가가 확정되면 대한항공에 계약금 10%를 내년에 지급한 뒤 2022년에 차액을 지급할 방침이다.

이날 대한항공은 "검토를 거쳐 적절한 절차에 따라 매각하겠다"고 밝혔다. 대한항공은 서울시의 일방적 공원 조성 추진에 난감해하는 모습이다. 코로나에 따른 승객 감소로 매출이 80% 이상 급감하면서 유동성 위기에 놓인 대한항공은 이 땅을 9월까지 팔아 운영 자금과 채무 상환 등에 쓸 계획이었다. 현재 매각 주간사가 추진하고 있는 부지 공개 매각에는 여러 매수 의향자가 관심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생존 자금이 필요한 대한항공 처지에서 매입 대금을 올해 입금하지 않겠다는 서울시 계획은 수용하기 어렵다. 또 보상비가 당초 서울시가 대한항공에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던 액수(2000억원)보다 높아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시가보다 낮다. 앞서 지난달 28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서울시 이외에 다른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이 땅을) 계속 갖고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시의 일방적 공원화 추진은 민간 기업의 사유지 매각을 방해하는 행위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 터에 관심이 있는 기업이나 기관이 많이 나타나면 시가보다 높은 가격에 팔 수도 있는데 개발 허가권을 가진 서울시가 공원으로 만들겠다고 공표한 상황에서 매수 희망자가 선뜻 나서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정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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