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기 얼마 남지 않은 상품들 줄줄이 손실 가능성
지난달 말 기준 원유 DLS 미상환 잔액 9238억원
[한국금융신문 한아란 기자]
원유 파생결합증권(DLS) 투자자들의 원금 손실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4월 국제유가가 초유의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속절없이 떨어지면서 대부분의 원유 DLS가 원금 손실(녹인·knock in) 구간에 진입한 가운데 이달부터 만기가 돌아오기 때문이다. 이미 원금 손실이 확정된 DLS도 나왔다. 최근 국제유가가 반등세를 보이고 있으나 큰 폭의 추가 상승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만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품들은 손실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 미래에셋대우의 ‘제5371회 DLS’는 최종 수익률이 –47.9597%로 확정됐다. 1000원을 투자했다고 가정하면 만기 시 520원가량밖에 건지지 못하는 셈이다. 이 상품은 WTI 선물과 브렌트유 선물 가격을 기초자산으로 하는데 만기 상환 평가일인 지난 3일 WTI 선물 가격이 배럴당 37.29달러로 원금 상환 조건에 해당하는 행사가격 52.59달러에 미치지 못했다. 같은 날 브렌트유 가격도 39.79달러로 행사가격인 61.16달러를 하회했다.
WTI 가격이 65달러 수준이었던 2018년 6월 발행된 이 상품은 만기 시 모든 기초자산의 평가 가격이 최초 기준 가격의 80% 이상이거나 만기까지 기초자산이 최초 기준 가격의 45% 미만으로 떨어진 적이 없다면 세전 연 6.6%의 수익을 제공하도록 설계됐다. 오는 8일 만기가 도래한다. 발행금액은 21억원으로 투자자들의 최종 손실 금액은 10억원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
원유 DLS는 유가가 일정 가격 범위 안에 있으면 약속한 이자와 원금을 지급하지만, 가입 기간 중 유가가 한 번이라도 약정된 수준(대부분 기준가의 50%) 밑으로 떨어지면 원금 손실 가능성이 생긴다. 그러나 지난 4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유가 하락 압력을 가하는 가운데 원유시장의 선물 만기가 겹치면서 WTI 가격이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당시 배럴당 –37.63달러)로 떨어졌다.
이에 현재 사실상 원유 DLS 전 상품에서 원금 손실 가능성이 발생한 상태다. 만기까지 국제유가가 일정 수준 이상 반등하지 않을 경우 원금 최종 손실이 우려된다. WTI 가격은 지난 5월 한 달간 88% 상승했지만 여전히 30달러대 후반에서 맴돌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WTI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공모형 DLS의 미상환 잔액은 9238억원에 달한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올 하반기 국제유가가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인 50~60달러를 회복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인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국제유가의 추가 상승은 가능하다고 판단되나 코로나19 이전 레벨을 회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현재 유가 등락을 수요 측면, 특히 코로나19 관점에서만 볼 경우에는 코로나19가 종식된다면 이전 가격 레벨을 회복할 것으로 봐야 하지만 현재의 유가 흐름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공급 측면의 변화, 즉 셰일 오일 생산으로 미국이 원유시장의 핵심 공급자로 등극한 점 고려해야 한다. 과거 대규모 공급 증가는 유가의 레벨 다운을 초래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규연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유가가 일정 수준까지 상승한 만큼 원유시장의 패권 전쟁이 재개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며 “원유 수급의 리밸런싱(재조정)이 전개되면서 글로벌 1위 원유 생산국이라는 타이틀을 갖기 위한 미국, 사우디, 러시아의 주도권 싸움이 재개된다면 유가의 추가 상승은 어려울 수 있다. 코로나19 이전 수준까지 유가가 회복될 수 있다는 과도한 낙관론을 경계할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김소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아직 원유 수요 회복에 대한 불확실성이 남아있기 때문에 향후 유의 급격한 상승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한다”면서 “주요국의 봉쇄 완화에도 코로나19의 재확산 가능성이 존재하며 실물 경제가 빠르게 회복되더라도 원유 수요 증가로 가시화되기까지는 시간이 다소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
데일리 금융경제뉴스 FNTIMES - 저작권법에 의거 상업적 목적의 무단 전재, 복사, 배포 금지
Copyright ⓒ 한국금융신문 & FNTIMES.com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