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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 (수)

코로나가 남긴 모녀의 작별인사 "미안해요"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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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협회 현장 스토리 공모전

임종 앞둔 95세환자 찾은 자녀도

"온천·꽃구경 가요" 눈물의 편지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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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그동안 일이 바빠서 자주 보러 가지 못해 미안해. 그동안 엄마 외롭게 해서 정말 미안해. 엄마 내가 많이 사랑해.” 스피커폰을 통해 딸의 목소리가 전해졌다. 임종을 앞둔 할머니는 두 눈을 초승달처럼 휘며 말했다. “나도 많이 사랑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의 전쟁 최전선에 서 있던 간호사들의 생생한 경험담이 글로 소개됐다. 대한간호협회는 최근 ‘코로나19 현장 스토리 공모전’에서 당선된 7편의 수기를 공개했다.

대구 영남대병원에서 근무한 신혜민 간호사는 임종을 앞둔 할머니와 딸의 대화를 가장 기억에 남는 사례로 꼽았다. 딸이 그동안 못다 했던 ‘사랑하고 미안하다’는 고백에 할머니의 대답은 ‘사랑한다’였다. 신 간호사는 그때 할머니의 목소리가 임종 직전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들었던 그 어떤 음성보다 컸다”고 회고했다. 신 간호사는 이번 공모전에서 질병관리본부장상을 받았다.

보건복지부장관상을 받은 이주리 대구가톨릭대병원 간호사도 임종을 앞둔 95세 할머니와 자녀·손주들의 대화를 가장 잊지 못할 장면으로 꼽았다. 당시 이 환자는 난청을 앓아 대화에 어려움이 많았다고 한다. 간호사들이 자녀와 손주들의 편지를 읽어줬다. “엄마 고마워. 사랑해. 퇴원하면 온천도 가고 꽃도 보러 가자.” “할머니 보고 싶어요. 꼭 만나요.” 이 간호사는 이 편지를 읽으며 눈물이 흘러 읽기가 힘들었다고 했다.

4남매의 아빠인 유정록 간호사의 아들과 딸들은 아빠를 응원하는 수기를 보냈다. 유 간호사는 자신도 위암 진단을 받은 환자임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가 터지자 자원봉사에 나섰다. 그런 그를 어린 딸은 계속 피하기만 했다. 큰아들 유준열(11)군은 “아빠가 2주간의 근무를 끝내고 집에 돌아오자 막내는 아빠에게 달려가 안기는데 둘째 여동생은 아빠를 향해 ‘코로나’라고 하면서 계속 피해 다니기만 했다”며 집안 분위기를 전했다.

대한간호협회는 “따뜻한 가족애와 생생한 현장감이 전달돼 잔잔한 감동을 줬다”며 “코로나19와의 전쟁을 치른 간호사들은 다시 국가적 재난 상황이 발생한다면 언제든 현장으로 달려가겠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송영규기자 sk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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