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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新자영업 시대 게임의 룰] 유형 2. 新접객으로 ‘안티 바이러스’-대기손님 ‘띄엄띄엄’ 상품은 ‘밀봉진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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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이코노미

‘나우웨이팅’은 태블릿PC에 번호만 입력하면 카카오톡으로 매장 대기 팀 수를 알려주는 서비스다. 매장 앞에 길게 줄 설 필요 없이 자연스럽게 사회적 거리 두기가 가능하다. <나우버스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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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월 23일 저녁 7시 30분 서울 광진구 자양동에 자리 잡은 닭갈비 전문점 ‘계탄집’. 가게가 만석임에도 대기석에는 의외로 인적이 드물다. ‘오래 안 기다려도 되겠구나’ 생각했지만 웬걸. 카카오톡으로 전달된 대기번호가 무려 21번이다. 계탄집은 대기자 명단을 수기로 작성하는 대신, 태블릿PC에 전화번호를 입력하면 카카오톡으로 대기번호와 대기손님 현황을 알려주는 ‘나우웨이팅’ 서비스를 이용 중이다. 매장 앞에서 마주친 한 손님은 “50분 만에 드디어 입장한다. 대기손님이 많은 걸 알고는 매장 앞에서 기다리는 대신 근처 커피숍에서 느긋하게 기다렸다. 다른 맛집들은 대기자가 많으면 다닥다닥 붙어 줄을 서게 해 코로나19 감염 걱정이 적잖다. 그러나 여기는 자연스럽게 거리 두기가 가능해서 좋다”며 만족스러워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자영업의 접객 공식이 달라지고 있다. 이전까지 가게 앞의 대기 행렬은 길면 길수록 맛집임을 과시할 수 있는 마케팅 수단이었다. 손님도 때로는 즐기는 기분으로 기꺼이 줄을 섰다. 요즘은 달라졌다. 감염 우려 없는 안심 가게임을 강조하는 ‘안티 바이러스(anti-virus)’가 접객의 새로운 화두로 떠올랐다.

계탄집은 코로나19 사태에도 무풍지대였다. 오히려 지난 3월부터 월평균 최고 매출을 계속 경신 중이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3월에는 25%, 4월은 31.4%나 늘었다. 5월 매출 역시 4월보다 12%가량 증가해 기록 경신이 확실시된다. 6년 차 식당이 코로나19에도 갑자기 잘되는 이유는 뭘까. 김성우 계탄집 대표는 “재난지원금 효과 등 복합적인 이유가 있겠지만 하나는 분명하다. 대기를 걸어놓고서도 입장하지 않고 떠나는 ‘노쇼(no-show)’ 비율이 꾸준히 줄었다는 점이다. 인근 카페 2곳과 제휴를 맺고 커피 할인쿠폰을 나눠주며 ‘코로나19 걱정 없이 쾌적한 카페에서 기다리라’고 안내한 것이 효과를 본 것 같다”고 설명했다.

파리바게뜨 강남구청점도 지난 3월 매출이 전년 대비 5%, 코로나19가 가장 기승을 부린 4월에도 12%나 늘었다. 재택근무 등 악재가 많은 오피스 상권임에도 매출이 오른 것은 정채운 파리바게뜨 강남구청점 점주의 ‘안티 바이러스’ 접객 덕분이라는 평가다. 매장 내 손 소독제 비치는 기본 중의 기본. 손님이 오면 무조건 물티슈를 주고 직원과 아르바이트생이 교대할 때마다 체온 측정을 실시한다. 모든 빵은 비닐로 포장해 진열하고, 냅킨도 밀봉 포장해 제공한다.

정채운 점주는 “위생은 물론, 고객에게 어필하기 위한 쇼잉(showing)도 중요하다. 활력 있는 매장 분위기를 유지하기 위해 수요가 이전보다 줄었지만 상품 가짓수를 줄이지 않고 이전 생산량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시락 프랜차이즈 본도시락은 위생이 곧 매출로 직결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다. 본도시락이 지난해 기준 식약처로부터 음식점 ‘위생등급제’ 인증을 받은 114개 매장 평균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25%로 크게 증가했다. 반면 같은 본도시락 매장이지만 위생등급제 인증을 못 받은 곳은 전년보다 매출이 14.6% 늘어나는 데 그쳤다.

[나건웅 기자 wasabi@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61호 (2020.06.03~06.0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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