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버크노화연구소 판카즈 카파히 박사팀은 5일 국제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서 유전적으로 다른 160종류의 초파리를 이용한 실험결과 먹이를 제한하면 50% 정도만 수명과 건강수명이 함께 연장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습니다.
카파히 박사는 "이 결과는 건강하게 오래 살기 위해 식사를 제한할 경우 사람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에 대한 통찰을 준다"며 "수명과 건강수명을 늘리고 노화 관련 질환을 늦추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식사제한이 만병통치약이 아닐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연구팀은 유전적으로 차이가 있는 초파리 160종류 5만여 마리를 이용해 먹이를 제한하고 수명 연장 효과가 있는지, 건강상태 및 건강수명에 변화가 있는지 등을 관찰했습니다.
그 결과 전체 초파리의 97% 정도에서 먹이 제한이 어떤 식으로든 수명 또는 건강수명에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수명과 건강수명이 함께 유의미하게 늘어나는 변화를 보인 것은 전체 초파리의 50% 정도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13%는 먹이를 제한했을 때 신체적 활동이 더 활발해져 건강효과가 있는 것으로 추정됐지만 수명은 오히려 짧아졌습니다.
5%는 수명은 더 길어졌지만 신체 활동성은 떨어져 건강은 나빠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나머지 32%는 먹이를 제한한 것이 수명이나 건강수명에 어떤 이로움이나 해로움도 주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구팀은 또 이들 초파리의 유전체를 분석해 식사방식이 달라질 경우 수명과 건강수명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를 발견하고 그 기능을 규명했습니다.
연구팀이 로마신화에 나오는 운명의 신 이름을 따 '데시마'(Decima)로 명명한 유전자는 억제할 경우 인슐린 유사 단백질 생성이 줄면서 수명이 늘어났습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신체적 활동이 줄어드는 것은 막지 못해 노화는 그대로 진행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또 연구진이 그리스신화 인물인 '다이달로스'의 이름을 따서 명명한 유전자는 식사 제한을 하면 발현이 억제되면서 나이가 들 때 신체활동이 줄어드는 것은 늦춰줬지만 수명에 미치는 영향은 극히 미미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연구팀은 이에 대해 먹이를 똑같이 제한해도 각 개체의 반응은 유전적 특성에 따라 다를 수 있고, 그에 따라 수명 연장이나 건강 등에 대한 미치는 영향도 다를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풀이했습니다.
카파히 박사는 "사람들도 모두 달라 반응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이 결과는 식사를 제한할 경우 사람들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지 엿볼 수 있게 해준다"며 "특히 수명이 연장되면 건강수명도 함께 연장될 것이라는 사람들의 생각에 의문을 제기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어 "수명연장에 대한 발견이 노화와 관련된 병폐를 모두 고칠 수 있는 것처럼 언론에서 과장되는 경우가 많다"며 "사람들은 유전적 배경에 따라 식사 제한이 자신에게 미치는 영향이 달라질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유영규 기자(ykyou@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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