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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한 쪽 무릎 꿇고 시위, 비폭력 상징 ‘미국판 촛불집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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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1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경찰본부 앞에서 인종차별 반대 행진 현장에 투입된 주 방위군과 경찰이 시위에 동참하는 의미로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 있다. 필라델피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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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의 과도한 공권력 행사로 숨진 흑인 사망에 항의하는 시위는 어느덧 ‘인종차별’이란 미국사회의 오래된 악습을 뿌리뽑자는 집단 행동으로 발전했다. 시위 초반 약탈과 방화 등 폭동 움직임이 두드러지기도 했으나 불평등에 대항하는 기조가 자리잡으면서 평화가 폭력을 대신하고 있다. 특히 한 쪽 무릎을 꿇고 앉는 자세는 한국의 촛불처럼 미국에서 비폭력을 상징하는 장면이 됐다.

‘무릎 꿇기’가 인종 차별 반대의 동의어로 쓰이기 시작한 것은 2016년 8월부터다. 미 프로 미식축구리그(NFL) 선수 콜린 캐퍼닉은 당시 진행된 한 경기에서 미국 국가가 연주되는 내내 국민의례 대신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흑인들이 잇따라 목숨을 잃은 데 대한 저항의 표시였다. “흑인과 유색인종을 탄압하는 나라의 국기에 존경을 표하기 위해 일어설 수 없다”는 이유였다. 그는 흑인 아버지와 백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이었다.

이후 체육계를 중심으로 유행한 무릎 꿇기 시위는 흑인 사망 사건을 계기로 평화의 수단으로 급속히 확산했다. 시위 참가자는 물론, 경찰들도 무언의 행위을 통해 차별 반대 목소리에 연대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뉴욕 퀸스와 캘리포니아, 플로리다주(州) 등 미 전역에서 벌어진 시위에서는 경찰관들이 한쪽 무릎을 꿇고 사과의 의미를 전하는 사진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달궜다. 또 3일 로스앤젤레스에서는 시위 진압에 투입된 주방위군들까지 무릎 꿇기에 동참했다.

무릎 꿇기 시위는 한국 비폭력 저항을 대표하는 촛불집회를 연상시킨다. 2002년 미군 장갑차에 깔려 사망한 중학생 효순이ㆍ미선이 추모집회를 기점으로 자리잡은 촛불집회는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사태,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등 사회적 이슈가 있을 때마다 시민들을 광장으로 불러 모은 구심점이 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거리 시위가 거셌던 2016년 11~12월에는 주말마다 전국에서 200만명이 넘는 시민이 촛불을 들어 헌정사상 최대 집회 규모를 기록하기도 했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강보인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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