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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 (목)

중국은 “톈안먼 잊어라” 홍콩·대만에선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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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 시위 31주년…공안, 톈안먼 광장 엄중 통제 ‘썰렁’

추모 집회 불허에도 홍콩 전역서 촛불…대만도 집회 열기

[경향신문]

중국 톈안먼(天安門) 민주화 시위 31주년을 맞은 4일. 이날 오전 10시30분쯤 도착한 베이징 톈안먼 앞 광장은 썰렁했다. 엄중한 통제 속에 침묵이 흘렀다. 외신 기자의 출입은 금지됐으며 중국인 관람객들에 대한 소지품과 신체 검사도 꼼꼼히 이뤄졌다.

톈안먼 입구에서 신분증을 검사하던 공안은 기자의 여권에 붙어 있는 취재 비자를 보고 “왜 왔냐”며 막았다. 고궁(자금성)을 찾을 예정이라며 예약한 입장권을 제시했지만 조사를 해야 한다고 했다. 중국 외교부가 발급한 기자증을 살펴본 후 무전기를 들고 어딘가로 세 차례 보고했으며, 입국일과 집주소도 적었다. 10분 정도 조사를 마친 후에야 공안은 “톈안먼 앞으로 지나갈 수 없으니 다른 입구로 가라”고 했다.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들었다.

중국 정부가 1989년 6월4일 민주화와 정치개혁을 요구하며 톈안먼 광장에서 시위하던 대학생과 시민 수천명을 탱크와 장갑차로 유혈 진압한 지 31년이 흘렀다. 유가족들은 재평가와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있지만, 중국 정부는 톈안먼 시위를 입에 올려서는 안 되는 금기로 간주하며 침묵을 강요하고 있다.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이날 톈안먼 시위를 뜻하는 ‘6·4’의 검색이 차단됐다. 중국 언론도 관련 보도를 하지 않았다.

중국 정부는 이날도 톈안먼 시위를 직접 언급하지 않은 채 ‘1980년대 말의 정치 풍파’라고 했다. 자오리젠(趙立堅)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1980년대 말 발생한 정치 풍파에 대해 정부는 이미 명확한 결론을 내렸다”며 “중국이 이룬 위대한 성취는 우리가 선택한 발전 경로가 완전히 옳았음을 충분히 증명한다”고 했다.

홍콩에선 이날 오후 8시 촛불을 든 시민들이 빅토리아 공원에 모여 추모집회를 진행했다. 홍콩 정부는 코로나19 확산 우려를 명분 삼아 1990년부터 매년 열렸던 빅토리아 공원 추모집회를 불허했지만, 시민들은 물러서지 않았다. 시민들은 홍콩 경찰이 공원 입구에 쳐놓은 장애물을 치우고 삼삼오오 공원 안으로 모여들었다. 이들은 ‘6·4를 잊지 말자’ ‘홍콩 독립만이 유일한 길’ 등의 푯말을 들고 들고 추모집회를 가졌다. 빈과일보는 이날 모인 시민들이 1만명을 넘었다고 추산했다.

빅토리아 공원뿐 아니라 홍콩 번화가 코즈웨이베이, 몽콕, 툰먼 등 시내 거리 곳곳에도 추모의 촛불이 켜졌다. 시민들은 1989년을 의미하는 오후 8시9분에 맞춰 홍콩 전역에서 1분간 묵념했다. 촛불을 든 시민들로 거리가 꽉 찼다. 추모 행사는 온라인으로도 진행됐다.

추모 집회를 주최해 온 홍콩시민지원애국민주운동연합회(支聯會·지련회) 리척얀(李卓人) 주석은 이날 “톈안먼 시위 추모 행사는 계속되야 한다”고 말했다.

대만에서는 추모 활동이 활발하게 진행됐다. 비영리단체인 화인민주서원은 이날 ‘6·4 중국 학살 31주년’ 좌담회를 열었다. 대만대학에서는 이날 ‘홍콩에 영광이 돌아가다’라는 주제로, 대만정치대학에서는 ‘톈안먼 시위를 잊지 말고 함께 홍콩을 지지하자’라는 주제로 각각 추모 집회가 열렸다.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은 이날 페이스북에 “지구상의 다른 곳에서는 1분마다 60초가 흘러가지만 중국에서는 1년에 364일밖에 없다. 이는 하루가 잊혀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글과 6월4일을 가리키는 달력 사진을 올렸다. 어우장안(歐江安) 대만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 톈안먼 시위 무력 진압 사진을 들고 나와 “이 장면들은 중국 교과서에서 사라졌지만 잊혀지면 안 되는 날”이라며 “역사를 왜곡해선 안 된다”고 했다.

베이징 | 박은경 특파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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