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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채수찬 칼럼] 감염병 대응을 위한 글로벌 공동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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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채수찬 카이스트 대외부총장·경제학자 = 감염병 위기에 직면해서 백신과 치료제 개발을 위한 글로벌 연구협력이 진지하게 이뤄지고 있다. 한국도 여기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다. 당면한 문제해결에 기여할 수 있을 뿐 만 아니라 한국 바이오헬스 산업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지난 5월 4일 코로나바이러스 백신 및 치료제 개발을 위한 자금을 모으기 위한 국제 화상회의가 폰 데어 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주관으로 열려 약74억유로가 모아졌다.

뉴스핌

채수찬 KAIST 부총장


독일 메르켈 수상,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 등이 참석한 이 회의에서 강경화 외교부장관은 면역 및 예방접종을 위한 국제동맹(GAVI)에 5000만달러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참여에 의미가 있다고 하겠지만, 한국의 경제규모나 위상으로 보면 너무 적은 금액이다.

지난 3월 3일에는 유럽의 신약개발 민관협력체인 혁신의약 이니셔티브(IMI)에서 코로나바이러스 치료제 및 진단법 개발을 위한 특별 연구지원 계획을 발표했고, 이를 위해 EU와 글로벌 제약사 등이 1억1700만유로를 마련했다.

그 뒤 5월 12일에는 유럽의 94개 연구기관들이 참여한 8개의 연구프로젝트들이 선정됐다. 한국의 연구기관들도 여기에 참여할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필자에게는 있다. 여기에 대해서는 설명이 좀 필요하다.

이번 코로나바이러스 위기대응에서 한국은 진단키트의 신속한 공급으로 전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한국은 전반적으로 보면 바이오헬스 산업에서 글로벌 경쟁력이 약하다. 특히 바이오헬스 산업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신약개발에 있어서는 후진국을 면치 못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를 발전시키기 위한 투자재원도 인적자원도 부족하다. 글로벌제약사 하나가 연구개발에 쓰는 돈은 한국전체 신약 연구개발비의 몇 배가 된다. 신약 하나 만드는데 평균 13년이 걸리고, 2조원 이상이 투자된다. 그렇게 시간과 돈을 투자해도 끝에 가서 실패할 수 있다. 그러니 한국의 재벌 기업들도 엄두를 못 낸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글로벌제약사들과의 신약개발 연구협력이다. 신약 분야에서는 미국보다 유럽이 앞서 있다. 유럽의 IMI는 세계최대의 신약개발 민관협력체다. EU 정부가 연구비를 지원하고 글로벌제약사들이 연구기관들과 컨소시엄을 만들어 연구를 수행한다.

필자가 센터장으로 있는 카이스트의 바이오헬스케어 혁신·정책 센터에서는 한국의 IMI 참여를 추 진해왔다. 한국은 EU 회원국이 아니기 때문에 스위스와 같은 방식으로 참여해야 한다. 한국 연구 기관과 제약사들이 참여하는 데 들어가는 재원을 한국정부에서 지원하는 것이다.

몇 년 동안의 대화 끝에 IMI는 한국에 문을 열기로 했다. 한국이 IMI에 참여해 슈퍼박테리아 감염병에 대해 공동연구하는 방안도 논의됐다.

항생제가 잘 듣지 않는 슈퍼박테리아는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는 바이러스처럼 재앙을 불러올 수 있다. 7년 기한으로 운영되는 IMI 제3기가 마침 내년부터 시작되므로 한국이 여기에 참여하는 걸 IMI는 환영한다고 입장을 밝혀왔다. 이렇게 기회가 열렸는데도 정부의 정책결정 라인에 있는 사람들이 신약분야 국제공동연구의 필요성을 인식하지 못해 한국의 IMI 참여는 유보됐다.

필자의 바람은 이번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를 계기로 관련 정책라인에 있는 사람들이 이 문제를 진지하게 들여다봐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위기가 발생한 뒤에 수십조원의 돈을 퍼붓는 것 보다 바이오헬스산업에 미리 투자해 인구 고령화와 감염병에 대비하는 게 훨씬 경제적이다.

한국 경제성장에는 부족한 자본과 기술을 해외에서 끌어온 전략이 주효했다. 낙후된 바이오헬스산업을 발전시키는데도 같은 전략을 써야한다.

schae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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