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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일본 학자 실험 "아베노마스크 바이러스 차단 효과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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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노마스크 비말(침방울) 누출률 100%.’

일본에서 마스크 관련 전문가로 꼽히는 오니시 가즈나리 성루카국제대학대학원 부교수(공중위생학)가 경제지 프레지던트 온라인판에 밝힌 실험 결과다. 침방울이 100%에 가까운 확률로 새어 나온다는 건 마스크로서 효용 가치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얘기다.

오니시 교수는 지난달 말 프레지던트지 취재진과 함께 일본 정부가 전국 모든 가구에 2장씩 나눠주고 있는 천 마스크, 일명 ‘아베노마스크’에 대해 효과가 있는지 검증해봤다. 아베노마스크는 거즈를 여러 겹 겹친 형태로 제작됐다. 가로 길이가 약 13.5㎝, 세로는 9.5㎝ 정도로 시판용 성인 부직포 마스크와 비교하면 한눈에 봐도 작은 편이다. 실제로 착용하면 입과 코가 겨우 가려지는 수준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최근까지도 공식 석상에서 꿋꿋하게 이 마스크를 착용해왔다.

조선일보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달 25일 일명 '아베노마스크'를 쓰고 총리 관저에 들어가는 모습. /교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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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니시 교수는 마스크를 쓰고 일부러 재채기를 했다고 가정했을 때 비말이 얼마나 튀어 나오는지 실험했다. 마스크 내·외부의 실험용 입자 수를 비교하는 방식으로 측정한 누출률은 100%였다. 아베노마스크가 바이러스 대용으로 쓰인 실험용 입자를 사실상 전혀 차단하지 못한 것이다. 특수 기술로 촬영된 사진을 보면, 비말이 마스크 위와 아래의 틈으로 빠져나온 건 물론 천으로 막혀 있는 정면으로도 뚫고 나왔다. 오니시 교수는 “비말이 차단되고 있다고 말하기 어려운 양”이라고 말했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이 마스크를 나눠주는 이유에 대해 “기침이나 재채기 등의 비산(날리는 것)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얼굴과 아베노마스크 사이 틈을 누른 채 측정했을 때도 누출률이 89.58%에 달했다. 오니시 교수는 앞서 지난 4월 말 주간 아사히에도 비슷한 실험 결과를 소개한 적이 있다. 당시엔 아베노마스크를 썼을 때 비말이 안쪽으로 들어오는지를 실험했는데 이때도 5회 실험 모두 누출률 100%를 기록했다.

오니시 교수가 비교 대상으로 삼은 다른 마스크들의 비말 차단 효과도 천차만별이었다. 최근 한국 젊은이들도 즐겨 쓰는 스티로폼 소재의 우레탄 마스크는 비말 누출률이 100%로 나타났다. 일부 의료진도 사용하고 있는 1회용 부직포 마스크(일본산)는 일반적으로 장착했을 때는 100%, 틈이 없도록 눌러서 쓰면 51.58%였다. 중국산 부직포 마스크는 틈 없이 써도 81.40%로 누출율이 높았다. 의료용 방진 마스크는 누출율이 0.89%였다.

일본에선 아베 총리 외에도 일부 각료와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 등이 패션 아이템처럼 꾸며진 천 소재 마스크를 쓰고 나와 시선을 끈 적이 있다. 이에 대해 오니시 교수는 “본보기가 돼야 할 분들이 마스크의 소재나 크기, 착용법에 대해 몰라서 유감이라고 생각했다. 마스크를 그런 식으로 다루는 게 TV에 나오면 국민이 오도된다”고 비판했다. 그는 “어떤 마스크도 구하기 어려운 때라면 손이 얼굴에 닿지 않게 하기 위한 것이라는 의미가 있지만, 부직포 마스크를 구할 수 있을 때는 굳이 천 마스크를 쓰는 의의가 없다”며 “마스크의 성능을 과신해 위험도가 높은 곳에 가거나 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마스크 종류와 착용법도 중요하지만, 애초에 감염 우려가 큰 장소를 피하라는 조언이다.

[도쿄=이태동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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