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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위암 사망·재발위험 낮추려면 헬리코박터균부터 잡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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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서울대병원 김나영 교수팀

2기 이상서도 제균치료 효과 확인

안하면 사망·전이위험 5.9~3.4배↑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에 감염된 2기 이상 진행성 위암 환자도 위 부분절제술 후 제균치료를 받으면 생존율이 높아지고 암 재발 위험은 감소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김나영 교수·최용훈 임상강사 연구팀이 2003~2017년 위 부분절제술을 받은 조기·진행성 위암 환자 가운데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된 1,031명을 제균치료 성공군, 제균치료를 받지 않았거나 치료에 실패한 군(이하 ‘비제균군’)으로 나눠 생존율·사망률·암 재발률 등을 비교분석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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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 위암은 림프절 전이 여부와 관계없이 암이 위 점막층 또는 점막하층에 국한된 경우로 병기(病期)로 따지면 1기 이하다. 진행성 위암은 위 근육층까지 침투한 2기 이상 암이다.

◇제균 여부가 암 병기 다음으로 영향력 커

김 교수팀이 분석한 위암 환자들의 위암 병기는 66%가 1기였고 34%는 2기 이상이었다. 44%는 수술 2년 안에 제균치료에 성공했고 56%는 제균치료를 받지 않거나 실패했다. 나이 중앙값은 59세(상위 25~75% 49~68세), 추적관찰기간 중앙값은 67개월(상위 25~75% 69~124개월)이었다.

제균 성공군의 전체생존율(위암 이외의 요인 포함)과 위암만 고려한 생존율은 96.5%, 97.6%로 비제균군(79.9%, 92.5%)보다 각각 1.21배, 1.06배 높았다. 제균 성공군의 생존율 향상 효과는 조기 위암 환자보다 진행성 위암 환자에서 훨씬 뚜렷했다. 진행성 위암 환자 그룹에서 제균 성공군의 전체생존율과 위암관련 생존율은 비제균군보다 1.41배(91.2% 대 64.9%), 1.13배(92.2% 대 81.3%)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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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제균군의 전체사망위험, 위암으로 인한 사망위험은 제균 성공군의 5.9배, 3.4배였다. 위암 병기별 위암 사망위험은 2기가 1기의 9.3배, 3기 이상이 1기의 26.2배였다.

아울러 수술 후 위암 재발, 복막·간담도·폐(흉부)림프절·뇌 전이 등을 포함한 암 재발·전이율은 비제균군이 9.6%(580명 중 56명)로 제균 성공군 2.2%(451명 중 10명)의 4.4배나 됐다. 나이·남녀·암 병기·항암치료 여부 등에 따른 차이를 보정해도 비제균군의 암 재발·전이 위험은 2.7배 높았다. 위암 병기별 위암 재발·전이 위험은 2기가 1기의 7.1배, 3기 이상이 1기의 19.6배였다.

김 교수는 “헬리코박터균 제균 여부가 조기 위암 환자는 물론 진행성 위암 환자의 생존·사망과 암 재발, 특히 전이에 병기 다음으로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돼 매우 고무적”이라며 “위 부분절제술을 받은 위암 환자 가운데 헬리코박터균 감염자는 암 병기에 관계 없이 제균치료를 받아 사망 및 재발·전이위험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헬리코박터균, 면역·대사시스템 등 전신적 영향 미쳐”

헬리코박터균 제균이 이런 효과를 보이는 이유에 대해 김 교수는 “이 균이 기능성 소화불량증, 급성·만성 위염, 위·십이지장궤양, 위암(선암) 등 소화기계 질환 뿐만 아니라 대사증후군·당뇨병 같은 성인병을 유발할 수 있다”며 “우리 몸의 면역·염증반응·대사 시스템 등 전신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위암’(Gastric Cancer)에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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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헬리코박터균 제균치료에 성공한 사람의 위암 발생 위험이 계속 감염 상태인 사람의 3분의1 수준이라거나, 제균에 성공한 조기 위암 환자의 위암 재발률(7.2%)이 비제균군(13.4%)의 절반 수준이라는 연구결과는 있었다.

하지만 암 병기가 2기 이상인 진행성 위암 환자에 대한 제균치료가 위 부분절제술 환자의 생존율·사망률과 암 재발·전이 위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명확한 근거가 없었다. 조기 위암으로 위 부분절제술을 받은 환자에 대한 제균치료가 건강보험 적용 대상으로 명시된 반면 진행성 위암 환자에 대한 제균치료는 빠져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경우에도 의사가 제균치료의 필요성을 인정하면 건보 적용을 받을 수 있지만 암 재발·전이를 예방하는 효과에 대해 명확한 근거가 없어 제한적으로 이뤄져 왔다.

헬리코박터균은 위 점막을 위산으로부터 보호하는 위점액층에 기생하는 세균이다. 위암의 주범으로 밝혀져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 1994년 발암물질로 규정했다. 대개 10세 이전에 사람의 위장 속에 들어와 수십년 동안 위 점막에 염증 반응을 일으킨다. 대변으로 배출된 균이 사람들의 직접 접촉이나 물·음식물 등을 통해 다른 사람의 위에 감염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 감염률은 1998년 67%에서 2016~2017년 44%로 감소세를 보이지만 30% 이하인 미국·북유럽 등에 비해서는 여전히 높은 편이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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