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6월 '불편한 용기' 소속 회원들이 서울 종로구 혜화역 인근에서 '불법촬영 편파 수사 2차 규탄 시위'를 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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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상은 당신의 포르노가 아니다.” 2018년 6월 ‘불편한 용기’가 주최한 ‘불법촬영 편파 수사규탄 시위’에서 울려 퍼진 구호다. 당시 서울 혜화역 인근에서 열린 집회엔 경찰 측 추산 1만 5000여명이 참여했다. 시위가 열린 지 2년이 지났다. 몰래카메라를 이용한 범죄에 대한 경각심은 높아졌지만, 불법촬영 범죄를 근본적으로 막기 위한 법률은 여전히 공백 상태라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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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청원까지 올랐지만 위장형 몰카 판매 여전
용산전자지하상가에서 판매 중인 위장형 몰래카메라. [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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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 KBS 연구동 화장실에서 보조배터리 모양을 한 몰래카메라가 발견됐다. 온·오프라인에선 여전히 이런 위장형 몰래카메라를 쉽게 구매할 수 있다. 일부 카메라 전문 쇼핑몰에선 모자, 물병, USB 모양을 한 초소형카메라를 팔고 있다. ‘애매한 디자인은 발각위험 높다’며 자사 제품을 홍보하기도 한다. 위장형 초소형 카메라는 아무런 인증절차 없이 살 수 있다. 미성년자도 구매할 수 있다는 뜻이다. 송혜미 변호사(법률사무소 오페스)는 “위장형 카메라가 모두 범죄에 악용된다고는 할 수 없기 때문이 이런 카메라의 제작 및 유통 자체가 불법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위장형 카메라는 전파관리법상 기술적인 문제가 없으면 국가인증도 받을 수 있다.
몰카 범죄를 막기 위한 노력이 없는 건 아니다. 지난 2018년에 이미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엔 ‘위장ㆍ몰래카메라 판매금지와 몰카 범죄 처벌을 강화해달라’는 글이 올라왔다. 청원에 참여한 인원이 20만명을 넘어 당시 이철성 경찰청장과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이 공동답변자로 직접 나서기도 했다. 두 사람은 ‘사이버 성폭력수사팀 신설’, ‘지자체와 경찰의 몰래카메라 점검·단속 강화’를 약속했다. 경찰청은 유동인구가 많은 지하철역 등에서 ‘불법촬영근절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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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벌법 있지만 ‘무죄’ 선고도
지난해 9월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북관에서 경찰청 사이버수사과 관계자가 숙박업소 객실에 설치된 초소형 몰래 카메라를 공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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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법상 타인의 신체를 몰래 찍었을 경우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처벌법) 제14조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죄’로 처벌도 가능하다. 경찰청 통계를 보면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 범죄는 지난 2018년 5925건 발생했으며, 총 5497명이 검거됐다. 하지만 실형을 선고받지 않은 경우도 있다.
지난해 12월 수원지법 형사11단독 최혜승 판사는 여성 2명의 다리와 엉덩이를 촬영한 A씨(50)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최 판사는 “신체 부위가 특별히 확대되거나 부각되지 않았다”고 이유를 밝혔다. 같은 해 10월엔 레깅스를 입은 여성의 하반신을 촬영한 남성도 무죄를 받았다. 송 변호사는 “통상적으로 가슴, 다리 등의 부위를 찍어 피해자가 수치심을 느꼈으면 해당 법률 위반에 해당한다”면서도 “어떤 부위가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지, 사회 보편적인 기준에서 범죄에 해당하는지 판단 기준은 판사마다 다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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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자 실명제’로 사전 예방해야
몰래카메라 관련 이미지. [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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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카메라를 이용한 성범죄를 막기 위해 사후 처벌강화뿐 아니라 사전 예방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불법 촬영물 소비자에 대한 처벌강화와 함께 총기·약물처럼 위장형 몰래카메라도 불법적으로 사용될 소지가 높은 만큼 ‘구매자 실명제’를 실시해야 한다”며 “언제, 어디서, 누가 구매했는지 기록해 필요한 사람들만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20대 국회 때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이같은 내용을 담은 ‘변형 카메라의 관리에 관한 법률’ ‘위장형 카메라의 관리에 관한 법률’을 공동 발의했지만 임기 만료 폐기됐다.
서승희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는 “2018년 ‘혜화역 시위’ 이후 몰카 범죄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은 높아졌다”면서도 “처벌 강화 움직임은 있지만 몰카 범죄를 차단할 법률은 국회에서 처리되지 않아 여성들은 여전히 성범죄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말했다. 서 대표는 “법적규제와 함께 여성을 성적대상으로 바라보지 않도록 사회 전반적으로 성인지 감수성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지아 기자 kim.j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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