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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추가경정예산 편성

올해 60조원 '슈퍼 추경' 현금복지가 대부분, 기업 지원은 430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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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년만에 한 해에 세번 추경... 사상 최대인 60조원
지역사랑상품권·소비쿠폰 등 ‘현금 복지’가 대부분
직접적인 기업 투자 지원 예산은 430억원이 고작
‘한국판 뉴딜’ 내세웠지만…포스트 코로나 대책은 실종

60조원 규모로 확정된 올해 1~3차 추가경정예산안(추경)에서 정부가 목표로 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 대비’를 위한 정책에 투입되는 재정 규모는 전체 추경 예산의 약 8%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선 1·2차 추경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타격이 심한 부분에 긴급 자금을 넣어준다는 성격이 강했던 만큼, 3차 추경에서는 경제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경기 활성화 대책의 비중이 더 컸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3일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2020년 3회 추가경정예산안을 통과시켰다. 3차 추경 규모는 역대 최대 규모인 35조7000억원으로 확정됐다.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편성한 1·2차 추경 23조9000억원을 더하면 올해 추경 규모는 60조원에 육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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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국무총리가 3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임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날 정부는 임시국무회의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제 위기 대응을 위한 3차 추가경정예산안을 의결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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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올해 집행되는 ‘슈퍼 추경안’의 면면을 보면 경제 활성화 대책의 비중은 극히 작다. 주로 다급한 위기를 막자는 취지에서 개인에 소득을 지급하거나 긴급 자금을 대출해주는 부분에 그치고 있다.

3차 추경은 ‘경제 위기 조기 극복과 포스트 코로나 시대 대비’를 목적으로 내세웠지만, 8대 분야 소비 할인 쿠폰 지급이나 지역사랑·온누리 상품권 확대 등이 경제 활성화 대책에서 더 큰 비중을 차지했다.

3차 추경에서 재정을 가장 많이 편성한 부분은 8조9000억원을 투입하는 고용 안정 대책이다. 비대면·디지털 일자리 등 직접일자리 창출에 3조6000억원, 실업자에 대한 구직급여 확대 3조4000억원이 쓰인다. 그 외 직원을 내보내지 않은 기업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는 곳에 재정을 투입한다.

3차 추경에서 기업을 지원해 경기를 부양하는 차원의 경기 부양 정책은 ‘투자 활성화’ 대책이었다. 하지만 투자 활성화 대책은 11조3000억원 짜리 ‘경기보강 패키지’에 들어간 ‘내수·수출·지역경제 활성화’의 하위 분류로 작게 포함됐다. 그나마 직접적인 투자 지원 예산은 ▲유턴기업에 대한 지원 200억원 ▲외국인 기업 연구개발(R&D) 센터 유치에 30억원 ▲혁신제품 공공구매에 200억원 등 총 430억원이었다.

투자 활성화에 투입되는 재정인 430억원은 3차 추경 규모인 35조3000억원의 0.12%에 불과하다. ‘내수·수출·지역경제 활성화’ 분류는 주로 8대 할인소비쿠폰 지급(1684억원), 온누리 상품권 할인 판매 지원(2760억원), 지역사랑상품권 할인 적용(3177억원) 등 주로 소비 진작에 치우쳐 있다.

그 외 3차 추경에서 경기 부양 정책으로 분류할 수 있는 ‘한국판 뉴딜’ 항목에 배정되는 금액은 5조1000억원이다. 이것까지 다 더해도 14.56%에 그친다. 앞서 1·2차 추경 규모를 더한 전체 추경(약 59조2000억원)으로 범위를 넓히면 경기 부양 정책의 비중은 8.68%로 더 작아진다.

앞선 1차 추경과 2차 추경에서도 코로나19로 입은 타격을 보전하거나 금융 지원을 하는 데에 총력을 기울였던 만큼, 3차 추경에서는 미래 성장 동력을 만들어낼 수 있는 산업 지원 등의 구체적인 방안이 들어갔어야 한다는 아쉬움이 나온다. 3차 추경으로 진행할 사업들이 이전 추경에 나온 것들과 큰 차이가 없다는 지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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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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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4일 확정된 1차 추경(11조7000억원)은 코로나19 사태의 직간접적 피해를 보전하고, 방역 체계를 강화하기 위해 편성됐다. 세수 감소분을 메우기 위한 세입경정 3조2000억원이 포함돼, 실제 집행되는 돈은 8조5000억원이었다.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민생 활력을 되살리고 소상공인과 자영업자같은 ‘약한 고리’를 보호하자는 취지였지만, 비교적 위기 초반이었던 만큼 종합적인 경기 대응성 사업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취약 계층에 ‘현금 살포’를 통해 경기를 살리려 한다는 비판도 받았다.

민생·고용 안정을 위해서는 3조원이 마련됐다. 하지만 민생안정을 위한 2조4000억원 중 대부분이 현금성 지원 방안이라 총선을 앞둔 ‘선심성 돈 풀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저소득층 189만명에게 지역사랑상품권(8506억원)을 투입했고, 아동 수당을 받는 대상자의 경우 아동 1인당 10만원의 지역사랑상품권을 4개월간 40만원(총 1조539억원)씩 줬다. 고용시장 피해 최소화를 위해서는 6300억원이 책정됐다.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회복을 위한 2조4000억원도 마찬가지다. 긴급경영자금 지원(1조7000억원), 소상공인 경영부담 경감(6100억원), 피해점포·전통시장 회복지원(1400억원) 모두 금융 지원이나 현금 지원을 통한 당장의 피해 보전이 목적이었다. 이밖에도 방역체계 보강에 2조3000억원, 교부세·교육재정교부금 지원(2900억원) 등 지역 경제 살리기(8000억원) 등이 포함됐다.

지난 4월 30일 국회를 통과한 2차 추경은 전(全)국민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원포인트 추경이었다. 당초 소득 하위 70%까지만 지급하기로 한 정부안(7조6000억원)에서 지급 대상이 전국민으로 바뀌면서 12조2000억원으로 4조6000억원 증액됐다. 고사 상태에 몰린 내수를 살리고 한계 상태의 가계를 구제하기 위한 궁여지책이었다.

하지만, 재정 건전성 악화를 감당하면서까지 전국민에게 현금을 살포하는 것이 실효성이 있냐는 논란이 일었다. 현금 살포가 향후 경제 위기가 닥칠 때마다 정부가 택할 수 있는 ‘쉬운 길’로 남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역대 최대 규모 추경을 편성했는데 속을 들여다보면 주로 현금 복지에 치중하고 있고, 향후 성장 잠재력을 위한 정책은 상대적으로 부족해 아쉽다고 평가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기 대응이라는 명목으로 편성된 추경이지만, 성장 잠재력 확충과는 거리가 있다"며 "지출이 큰 것에 비해 경기 부양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어 개별 사업에 대한 타당성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세종=이민아 기자(wow@chosunbiz.com);세종=최효정 기자(saudad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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