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안산초, 등교 중지 여파 1·3학년 첫 등교
지역사회 감염 우려로 10%는 가정학습 신청
3일 서울 서대문구 안산초등학교 교문 앞에서 학부모들이 자녀의 등교를 축하하고 있다/뉴스1.© 뉴스1 장지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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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장지훈 기자 = "뛰지마. 뛰면 열나서 숨쉬기 힘들어. 마스크 잘 쓰고 선생님 말씀 잘 듣고. 우리 딸 파이팅!"
고1·중2·초3~4가 '3차 등교 개학'을 맞은 3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안산초등학교. 교문을 지나 학교까지 이어진 야트막한 언덕길을 한달음에 뛰어 올라가는 자녀를 보던 학부모 김모씨(38)가 큰소리로 외쳤다. 자녀가 눈에서 사라질 때까지 발을 떼지 못한 김씨는 돌아서며 나지막이 말했다. "아이는 오랜만에 학교 가서 신이 났는데 저는 왜 이렇게 불안한지 모르겠네요."
등굣길은 설렘과 불안이 공존했다. 안산초등학교는 이날 초등학교 1학년과 3학년이 처음으로 등교했다. 1학년은 원래 지난달 27일 등교해야 했지만, 인근 연은초등학교에서 초등학생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등교가 중지됐고 1주일 만에 3학년과 함께 첫 등교를 맞았다.
교문 앞은 자녀의 첫 등교를 축하하기 위해 모인 학부모들로 북적였다. 저마다 자녀가 마스크를 얼굴에 밀착해서 제대로 썼는지 확인하고 손 씻기와 거리두기 등 방역수칙을 지켜 달라고 당부했다. 새 학기 시작 이후 94일 만에 학교에 가게 된 학생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지만, 학부모들은 불안감을 떨치지 못한 모습이었다.
워킹맘 심모씨(44·여)는 이날 직장에 연차를 내고 1학년 자녀의 등굣길을 함께 했다. 심씨는 "근처 연은초등학교에서 확진자가 나오면서 인근 학교들이 다 문을 닫았었다"며 "아이가 가고 싶어 하니까 등교시켰는데 1명이라도 확진자가 나오면 전부 위험해지는 거니까 계속 보낼지는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3학년 조모양(9)의 학부모 이모씨(47·여)는 "아이가 집에만 있다 보니까 친구들을 만나지 못하는 걸 굉장히 슬퍼했다"며 "선생님들이 아이들을 잘 지도해 줄 것으로 믿고 지켜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조양은 엄마가 이야기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기자 아저씨랑 그만 말하고 빨리 학교 가자"며 보챘다. 조양은 '학교에 가게 되니 좋으냐'는 질문에 "학교 가는 날만 기다렸다"며 정말 좋다"고 말했다.
3일 오전 서울 구로구 구일초등학교에서 3학년 학생들이 열화상카메라를 통과하고 있다. /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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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 최모씨(43·여)는 1학년 자녀와 함께 학교를 찾았지만 수업은 듣지 않고 담임 교사와 인사만 나누고 발길을 돌렸다.
최씨는 "아이가 호흡기 쪽에 기저질환이 있어서 학교에 보내기는 어려울 것 같다"며 "어차피 1주일에 1번 등교하는 거니까 온라인 개학이라고 생각하고 당분간은 가정학습 신청을 해서 원격수업을 듣게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안산초등학교에 따르면 1학년 110여명, 3학년 130여명 가운데 이날 가정학습 사유로 교외체험학습 신청을 낸 학생은 전체의 10%에 이른다.
강종훈 교장은 "한 반에 20명이라고 치면 최소 2~3명은 가정학습을 신청하는 분위기"며 "학교가 방역에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학부모들이 불안감을 느끼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등교가 끝난 이후에도 교문 근처에서 모여 이야기꽃을 피웠다. "오늘 보니 엄마들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안 되는데 아이들이 잘할지 걱정이다" "만날 풀 죽어 있었는데 신이 나서 재잘대는 걸 보니 등교시키길 잘했다는 생각도 든다" 등 얘기를 주고받았다.
학부모 김양교씨(37)는 이날 꽃다발과 카메라를 준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입학식은 못 했지만, 태어나 처음으로 학교에 간 딸을 축하하고 싶었다고 했다.
김씨는 "자기 얼굴만한 마스크를 쓰고 학교가는 모습을 보니까 안쓰럽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하다"며 "선생님들도 힘들겠지만 아이들이 건강하게 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지켜주면 좋겠다"고 했다.
이날 교문 앞에서 생활지도를 한 강희경 교사는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껴안고 싶고 이야기하고 싶은 게 당연한데 이걸 막아야 한다는 게 안타깝다"며 "주1회에 불과하지만 학생들이 원격수업으로 못 채운 부분을 채워주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hunh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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