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선제적이고도 충분한 대응을 하는 차원에서 올해 마지막 추경이라는 인식 아래 세출 규모를 24조원으로 키우고 세입경정(세수 부족 예상분 보충) 11조4000억원을 반영했다.
그러나 이번 추경을 위해 24조원에 달하는 적자국채를 찍어내기로 함에 따라 나라 살림 적자 비율은 종전 최고 수준이던 외환위기를 넘어 사상 최대로 올라선다.
이번 3차 추경으로 새로운 기록이 나온다. 추경 규모(35조3000억원), 세입경정(11조4000억원), 적자국채 발행(23조8000억원), 지출구조조정(10조1000억원)이 그것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비율 5.8%,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 43.5% 역시 역대 최고다.
정부가 한 해 3차례 추경을 편성한 것도 48년 만이다.
우선 3차 추경 규모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28조4000억원 규모를 훌쩍 뛰어넘는다.
3차 추경 규모는 1차(11조7000억원)와 2차 추경(12조2000억원)을 합친 것보다도 크다. 1∼3차 모두 합치면 무려 60조원 수준이다.
정부는 이번 3차 추경을 30조원대 중반으로 키우면서 마른 수건 쥐어짜듯 추가 지출구조조정을 해 9.2조원을 마련했다. 하지만 추경 규모가 워낙 큰 탓에 기금활용(0.9조원)을 뺀 나머지 24조원은 적자국채 발행으로 충당하기로 했다.
이로 인해 대표적인 재정 건전성 지표인 GDP 대비 관리재정적자 비율은 사상 최대인 5%대 후반으로 치솟고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43.5%에 도달할 것으로 추산돼 재정 건전성 악화 속도가 한층 더 빨라지게 됐다.
통합재정수지에서 4대 보장성 기금을 제외해 정부의 실제 재정 상태를 나타내는 관리재정수지는 2019년도 본예산 기준 37조6000억원 적자에서 올해 본예산과 1~3차 추경을 거쳐 112조2000억원 적자로 적자폭이 74조6000억원 불어난다.
이에 따라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비율은 1.9%에서 5.8%로 올라간다. 2차 추경 기준은 4.5%였다.
이 적자비율은 외환위기 후폭풍이 거셌던 1998년(4.7%)을 넘어서는 것으로, 5% 돌파는 처음이다. 2019년 본예산 기준 740조8000억원이었던 국가채무는 840조2000억원으로 100조원 가까이 증가한다. 국가채무 순증 규모(99조4000억원)가 2019년 본예산 상 순증 규모(32조6천억원)의 3배나 된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37.1%에서 43.5%로 올라간다. 올해 본예산 기준 39.8%에서 1∼2차 추경을 거치며 41.4%로 올라선 데 이어 3차 추경으로 2.2%포인트 또 올랐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발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재정을 풀어야 할 시기라는 데에는 모두 공감했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경기가 워낙 안 좋다 보니 지출 확대, 재정적자 확대는 어느 정도 불가피한 상황으로, 재정건전성은 중장기적 문제로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도 "세입경정 때문에 3차 추경은 불가피했고 코로나19로 추가적인 재정 정책이 필요한 상황이라 이 정도 수준의 추경 편성은 할 수밖에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재정건전성 악화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점에 우려를 표하며, 중장기 재정건전성 관리에 각별히 힘을 쏟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성 교수는 "국가채무비율 40%라는 절대적 수치에 집착할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 해서 속도가 빨라지게 놔둬도 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현재 속도는 코로나 대응 환경을 감안해도 너무 빠른 게 사실"이라며 "향후 국가부채가 늘어나는 속도를 어떻게 관리할지에 대한 대책도 마련해야 하며, 속도가 더 빨라지면 증세도 포함해 대책을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과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일반정부 부채 비율이 크게 낮은 점을 근거로 들며 우리 재정 상태는 양호하다고 강조한다.
홍 부총리는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 43%대는 OECD 평균 110%에 비해 재정 여력이 있고 양호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국가채무 증가 속도에 대해서는 재정당국도 경계하고 있고, 중기적인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한 노력을 적극 기울여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상규 기자 boyondal@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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