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말 안 들어" 동거여성 무차별 폭행해 죽인 40대…2심서 감형 왜

1심 징역 12년→2심 징역 8년…형량 4년 줄어

2심 "'비난할 만한 범행동기' 해당 안돼" 가중요소 줄어

(서울=뉴스1) 이장호 기자 = 동거하던 여성이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무차별 폭행을 해 사망에 이르게 한 40대가 2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다만 1심에서 양형 가중요소로 적용된 '비난할 만한 범행동기'가 2심에서는 적용이 안돼 형량이 줄었다.

서울고법 형사3부(부장판사 배준현, 표현덕, 김규동)는 상해치사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2년을 선고받은 이모씨(40)에게 징역 8년을 선고했다.

평상시 동거하던 A씨가 노래방 도우미로 일하는 점에 대해 불만을 가지고 있던 이씨는 지난해 6월 A씨가 자신의 문자에 늦게 답장을 하고, "집으로 당장 돌아오라"는 말을 듣지 않았다는 이유로 뺨을 수 차례 때렸다.

그리고 이씨는 A씨를 오토바이에 태우고 이동한 뒤 다시 인적이 드문 산책로에서 주먹으로 얼굴과 머리를 수 차례 가격하는 등 무자비하게 A씨를 폭행했다. 이씨는 의식을 잃은 A씨를 집으로 옮긴 뒤 20여 시간이 지나도록 방치한 뒤 119에 신고했다.

뒤늦게 병원에 옮겨진 A씨는 뇌손상 등으로 사경을 헤매다 결국 같은해 7월 사망했다. 재판에 넘겨진 이씨는 A씨 머리에 멍들이 발견된 것에 대해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 넘어져서 다쳤을 것"이라며 "뺨을 때린 적은 있지만 주먹으로 때리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오토바이가 옆으로 넘어져 A씨가 머리를 부딪친 것이라면, 머리 외 다른 신체도 바닥에 쓸리게 돼 상처가 생긴다"며 "오토바이가 넘어진 장소라고 주장하는 곳은 자갈밭인데, 저속으로 운행 중 오토바이가 넘어진 것이라면 A씨에게서 쓸린 상처가 발견되지 않는 것이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1심은 상해치사 혐의를 적용하며 특별양형 가중인자로 '비난할 만한 범행동기', '잔혹한 범행수법'을 적용해 권고형을 4~12년으로 정한 뒤 권고형의 최고형인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도 1심 재판부와 마찬가지로 이씨의 유죄를 인정했다. 다만 1심에서 적용한 '비난할 만한 범행동기'는 적용하지 않아 권고 형량이 4~8년으로 줄었다. 권고형 중에서는 가장 높은 8년을 선고했지만 가중요소가 하나 빠지게 돼 결과적으로 감형이 됐다.

2심 재판부는 "'비난할 만한 범행 동기'는 피해자에 대한 보복과 원한, 증오감에서 범행을 저지른 경우, 범행 자체를 즐겨서 저지른 경우 등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이 사건의 범행 동기와 범행과정을 비춰보면 '비난할 만한 범행동기'에 해당한도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ho86@news1.kr

[© 뉴스1코리아(news1.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