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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아 옛날이여' 신축에 밀려 자리 내준 대장주 아파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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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에서 가장 고가(高價)여서 이른바 ‘대장주’로 불린 아파트들의 세대교체가 일어나고 있다. 신축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하나둘씩 대장주 자리를 내주는 모습이다.

3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서울 마포구 대장주 마포래미안푸르지오(마래푸)는 최근 마포래미안웰스트림(웰스트림)에 대장주 자리를 내놓은 모양새다. 마래푸 84㎡ 14층은 지난 1월, 실거래가 16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이후엔 14억~16억원에 거래되고 있다. 인근의 웰스트림 84㎡ 20층은 지난 4월, 16억5000만원에 계약이 체결됐다. 마래푸가 주춤하는 사이 웰스트림이 마래푸와 어깨를 나란히 한 것이다.

조선비즈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마포구 아파트 일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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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용면적 59㎡를 보면 웰스트림이 마래푸보다 1000만원 높은 가격에 거래됐다. 웰스트림의 최고가는 13억5000만원(3월·28층), 마래푸의 최고가는 13억4000만원(2월·9층)이다. 전용 114㎡ 역시 웰스트림 최고가가 19억8000만원(2019년 10월·24층), 마래푸 최고가가 18억5000만원(4월·22층)으로 웰스트림이 1억원 가량 앞선다. 마래푸는 2014년, 웰스트림은 2016년 각각 준공됐다.

서울 영등포구 당산 일대에서 오랫동안 대장주를 지켜온 당산삼성래미안도 최근 신축아파트 당산센트럴아이파크에 밀리고 있다. 당산 삼성래미안은 2003년 준공됐고, 당산센트럴아이파크는 지난달부터 입주를 시작한 신축 아파트다. 당산삼성래미안은 최근 전용면적 84㎡가 13억원에 거래됐는데, 당산센트럴아이파크의 전용면적 84㎡짜리 주택의 호가는 16억원대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2년 비과세 요건 때문에 매물로 나올 수 있는 집이 많지 않아 희소가치가 반영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이전에도 신축 아파트에 밀려 대장주 자리를 내준 사례가 여럿 있었다. 서울 강동구 고덕 일대에서는 비교적 가장 먼저 재건축해 2016년 준공된 ‘고덕래미안힐스테이트(고래힐)’가 한동안 대장주를 차지했다. 하지만 2019년 고덕그라시움, 2020년 고덕아르테온이 입주한 이후 두 단지에 대장주를 반납했다. 84㎡ 최고가 기준으로 고래힐은 14억3000만원, 그라시움은 14억9000만원, 아르테온은 15억원이다.

이런 흐름은 수요자들의 신축 아파트 선호 현상이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25일 기준으로 한국감정원이 분석한 준공연도별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통계를 살펴보면 5년 이하 신축 아파트의 매매가격지수가 105.6(기준은 2017년 12월로 100)으로 가장 높았다. 이어 5~10년차 아파트의 매매가격지수가 104.3, 10~15년차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100.2였다. 15~20년차, 20년 초과 아파트의 매매가격지수는 각각 98.0, 98.4였다.

이는 최근 2년 6개월여 동안 준공 15년 초과 아파트는 집값이 떨어졌고, 15년 이하 아파트는 상승세였다는 뜻이다. 특히 5년 이하 신축이 가장 큰 상승세가 가장 높았다.

당산동 I공인 관계자는 "요즘 매수자들은 구축 아파트를 수리해서 살기보다 웬만하면 신축 아파트를 구하고자 한다"면서 "가장 큰 이유는 커뮤니티 시설 때문"이라고 했다. 마포구 R공인 관계자는 "예전에는 준공 3년 정도 차이면 비슷한 아파트로 분류됐는데, 요즘은 조경이나 자재도 워낙 중요한 요소가 돼서 매수자들이 3년 차이도 꽤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고 했다.

신축 아파트의 강세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신축 아파트가 매도 물건으로 나올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이다. 서울 등 수도권에서 신축 아파트의 분양을 받으면 5년은 실거주를 해야 하는 데다, 거주요건을 채워야 매도할 때 세금 혜택을 받는 점 등 때문에 신축 아파트의 경우 팔지 않고 남겨둘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서울처럼 신축 아파트 공급이 적은 데다 전매규제와 재건축 조합원 지위양도 금지로 유통량도 제한된 곳은 신축의 희소성이 더 클 수밖에 없다"면서 "각종 정부 규제가 더해지며 신축 아파트의 유통량은 더 줄어들고 가격 상승세는 더 커질 것"이라고 했다.

고성민 기자(kurtg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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