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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1 (금)

여성단체 "오거돈 풀어준 법원, 권력형 성폭력 막을 기회 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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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장서 "가슴 답답하다" 40분간 병원 진료 받고 와… 법원 "사안 중대하나 범행 시인"

집무실에서 여직원을 강제 추행한 혐의를 받는 오거돈 전 부산시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부산지법 영장전담인 형사1단독 조현철 부장판사는 2일 오후 "오 전 시장이 범행 내용을 인정하고 있고 증거인멸 등의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영장 기각 결정을 내렸다. 조 부장판사는 또 "범행 장소와 시간, 내용, 피해자와의 관계 등에 비추어 사안이 무겁다 할 수 있으나 증거가 모두 확보되고 오 전 시장이 범행 내용을 인정하고 있다"며 "일정한 주거와 가족 관계, 연령 등에 비춰 현 단계에서 구속 사유의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조선일보

2일 오후 구속영장이 기각된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부산 동래경찰서 유치장을 나서고 있다. 부산지법은 “범행 장소, 시간, 내용, 피해자와의 관계 등에 비추어 사안이 중하지만, 증거가 모두 확보돼 있고 오 전 시장이 범행을 인정하고 있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여성 직원을 집무실로 불러 강제 추행한 혐의를 받는 오 전 시장은 지난 4월 성추행 사실을 인정하고 사퇴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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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동래경찰서 유치장에서 대기하던 오 전 시장은 영장 기각 결정 직후인 이날 오후 8시 25분쯤 귀가했다. 취재진의 질문에는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오 전 시장은 부산 해운대구 자택으로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오 전 시장은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받게 된다. 경찰은 향후 강제 추행 외에도 총선 후 시장직 사퇴 경위 및 시기 조율 의혹, 사퇴 과정 중 외부 인사 개입 여부 등 시민단체 등이 고발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와 또 다른 성추행 의혹 등에 대해 조사할 계획이다. 경찰은 이날 기각 후 "오 전 시장을 상대로 다른 의혹에 대해서는 계속해서 엄정하게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영장 기각에 피해 직원을 보호하고 있는 부산성폭력상담소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부산성폭력상담소 등 여성·시민 단체 연합체인 '오거돈성폭력사건공동대책위원회'는 보도 자료를 내고 "영장실질심사를 담당한 판사가 이 사안에 대해서 국민에게 던진 대답은 '힘 있고 돈 있는 사람은 비록 중대한 범죄를 저질렀더라도 구속에 대한 걱정 없이 재판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라며 "권력에 의한 성폭력 범죄를 예방하고, 공직의 무거움을 알리는 이정표를 세울 기회를 법원은 놓치고 말았다"고 했다.

김규리 부산여성단체협의회장은 "권력형 성추행은 지독한 범죄인데 사안의 중대성이 제대로 다뤄졌는지 의문"이라며 "여성계에서는 이번 사안과 관련해 정중한 사과도 받은 적도 없고 너무 흐지부지 넘어가는 것에 대해 분노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오 전 시장은 이날 오전 변호인 4~5명과 함께 부산지법에 나와 30여분간 영장실질심사를 받았다. 오 전 시장은 영장심사에서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며 범행 대부분을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사를 받은 후 유치장에 있던 오 전 시장은 오후 2시 25분쯤 "갑자기 혈압이 올라가고 가슴이 답답하다"며 치료를 요청해 40분간 병원에 다녀오기도 했다.

오 전 시장은 지난 4월 초 업무 시간 중 "휴대폰으로 페이스북에 로그인 하려는 데 안 된다"며 집무실로 여직원을 호출해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1개월여간 조사를 거쳐 "혐의가 중대하다"며 당초 적용하려 했던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혐의보다 처벌 수위가 더 높은 강제 추행 혐의를 적용해 지난 28일 오 전 시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검찰도 혐의 소명 여부 등을 검토한 뒤 영장을 법원에 청구했다.



[포토]오거돈 구속 기각, 여성단체 반발…"기억 안나, 우발적 성추행"

[부산=박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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