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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오십줄에 전성기 연 22년차 배우 김영민 “어깨에 힘들어가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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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의 세계’ 바람둥이 손제혁 역

‘사랑의 불시착’서도 대세배우로

백상예술대상 두 부문 조연상 후보

중앙일보

배우 김영민. 연극판에서 쌓은 연기력으로 안방극장까지 사로잡고 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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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를 써도 알아보시는 분들이 있더라고요. 너무 감사하고 행복한 일이지요.”

지천명에 전성기를 맞은 데뷔 22년차 배우 김영민(49)은 “괜히 지금 잘됐다고 어깨에 힘 들어가면 안된다, 그렇게 스스로를 채찍질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예대 연극학과를 졸업한 뒤 1999년 연극 ‘나운규’로 데뷔한 그는 오랜 기간 대학로 연극 무대를 중심으로 활동했다. 그동안 ‘레이디 맥베스’ ‘19 그리고 80’ ‘햄릿’ ‘청춘예찬’ ‘에쿠우스’ ‘나쁜자석’ ‘레인맨’ ‘내 심장을 쏴라’ ‘엠 버터플라이’ 등 숱한 화제작에 출연하며 연극팬들에겐 익숙한 얼굴이 됐지만, 그 스스로 “작품 보신 분들만 아는, 어떻게 보면 무명”이라고 말하는 시간을 20여 년이나 보냈다.

하지만 올들어 그가 출연한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과 ‘부부의 세계’가 연이어 흥행 대박을 터뜨리며 그 역시 대중 스타로 떠올랐다. 지난 3월 개봉한 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의 장국영 캐릭터로도 호평받았고, 4일부터는 새 영화 ‘프랑스 여자’로 관객을 만난다. 오는 5일 열리는 제56회 백상예술대상에서 드라마(‘부부의 세계’)와 영화(‘찬실이는 복도 많지’) 두 부문에서 남우조연상 후보로 이름을 올렸으니, 명실상부한 대세 배우가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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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드라마 ‘부부의 세계’. [사진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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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전성기가 시작된 것 같다.

A : “너무 감사하다. 앞으로 배역도 커질 것이고, 배우로서의 책임감도 있을 것이고, 작업에 대한 욕심도 생길 텐데, 그런 것들이 내게 어떻게 펼쳐질까 나도 궁금하다.”

Q : ‘사랑의 불시착’의 귀때기 정만복, ‘부부의 세계’의 바람둥이 손제혁 등 전혀 다른 캐릭터를 연이어 소화했는데.

A : “대본이 가장 중요하다. 가능하면 애드립을 자제하는 편이다. 인물을 해석하고 분석하는 작업에서 70~80%는 배우의 몫이다. 그래서 여러 가지를 생각해 보지만, 내 생각만이 답은 아니다. 촬영 현장에서 정신 바짝 차려서 나와 좀 다른 의견이 있다면 그걸 잘 내 안으로 흡수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Q : 손제혁·고예림 부부가 결국 헤어지는 ‘부부의 세계’ 결말을 알고 있었나.

A : “마지막회 대본은 촬영 1, 2주 전쯤 나왔다. 슬픈 결말이지만 나는 그 결론이 마음에 무척 든다. 우리가 다른 사람에게 하는 잘못된 행동과 실수들이 얼마나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주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잘 담고 있어서다. 아무리 사랑하고 용서해도 아물지 못하는 상처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덜 성숙한 인간이었던 제혁이 이제 좀 더 인생을 성숙하게 살아가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는 비극이지만 희망도 읽힌다.”



Q : 실제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동안이다.

A : “어리고 여리게 생긴 게, 기생오라비 같이 생긴 게 사실 콤플렉스였다. 조금 더 나이 들어 보이는 얼굴이 작품 속에서 더 많은 역할을 하는 것 같아 부러웠다. 그때 선배님·선생님들이 ‘언젠가 동안 때문에 복 받는 날이 올 거다’ 하셨는데, ‘부부의 세계’도 나이보다 좀 어려 보여 캐스팅된 것 같다. 지금은 그냥 내 얼굴에 내가 충실해야 하는 거 아닌가 생각한다. 장점이 단점 될 수도 있고 단점이 장점 될 수도 있으니까, 그냥 지금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는 훈련을 해나가고 있다.”

Q : ‘무명’ 시절이 길었는데, 언제가 가장 힘들었나.

A : “30대 초반. 자신감이 큰 거에 비해 답이 안 생기니까…. 현실적으로 연극하며 가난했고, 배우로서 발전이 없는 거 같기도 했다. 열심히 하는 만큼 발전하는 게 아니라 어느 순간 조금씩 올라와 있고 또 조금씩 올라와 있고 그런 느낌이었다. 그런 계단이 얼마나 길게 반복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컸다.”

Q : 어려움을 이겨내는 원동력은 무엇이었나.

A : “가까이 있는 분들, 가족·친구·선후배들·지인들이 따뜻한 눈길로 바라봐 주셨다. 그런 조용한 응원이 굉장히 큰 힘이 됐다. 최근 드라마가 잘 되면서 나를 알아보시는 분들이 많아졌다. ‘내가 또 많은 시간 동안 조용한 응원을 받을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에 참 행복하다.”

Q : 배우로서의 강점을 꼽는다면.

A : “성실함이다. 대학로에서 ‘참 열심히 하는 놈’으로 인정받았던 것 같다. 연습시간에 누구보다 일찍 가서 코피 나도록 연습하는, 좀 무식하고 물리적인 성실함이 있었다. 이젠 마음가짐의 성실함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사랑의 불시착’ ‘부부의 세계’로 잘 됐다고 좀 들뜰 수도 있고 어깨에 힘 들어갈 수도 있는데, 그런 거에 대한 내 안의 컨트롤이 필요하다. 잘 됐다고 들뜨지 말고, 안 됐다고 슬퍼하지 말고. 그렇게 평정심을 유지하는 성실함이 있어야 할 때 같다.”

Q : 차기작은 하반기 JTBC 드라마 ‘사생활’이다. 계획이나 꿈은.

A : “거창하지 않다. 그동안 항상 열심히 했고 작품에 충실히 하려고 했는데, 결과는 내 손을 떠난 면이 있는 것 같다. 앞으로도 잘 될 때도, 안 될 때도 있을 거다. 그냥 작품 하나하나 한걸음 한걸음에 최선을 다하는 게 나에게 숙제다.”

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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