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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5 (토)

G·P·S에 막힌 한국 의료기기, 동남아·인도에 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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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엑스레이·환자감시장치 인기

4월 수출액 지난해 대비 48% 증가

태국·베트남 시장 매년 10%씩 성장

“외국 의사와 네트워크 쌓아 공략을”



포스트 코로나 한국 산업의 길 ② 위기 속 기회 맞은 K바이오 〈상〉



한국 의료기기 업계는 최근 ‘위기가 기회’라는 말을 체감 중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K방역’이 뜨면서 의료기기 산업에도 훈풍이 불고 있어서다.

한국에서 의료기기 산업의 문턱은 아직 높은 게 현실이다. ‘GPS’(GE헬스케어·필립스·지멘스)로 불리는 국제 의료기기 기업의 벽 때문이다. 삼성이 2010년 ‘5대 신(新)수종’ 중 하나로 의료기기 분야를 선정하며 인수했던 삼성메디슨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한국의 방역체계와 의료기술이 주목받으면서 ‘메이드 인 코리아’ 의료기기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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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선별진료소의 이동형 엑스레이.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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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기기 업계 효자 상품은 엑스레이와 환자 안전 감시 장치다. 선별진료소와 격리병동에서 관련 장치에 대한 수요가 폭증하면서 수출액도 급등했다. 4월 수출입 데이터에 따르면 관련 의료기기 업체들의 수출액은 전년 대비 48.2% 증가한 2073만 달러(약 256억원)를 기록했다.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에 따르면 관련 제품의 생산 가동률도 200% 가까이 뛰었다고 한다.

이경국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장은 “코로나19로 인해 한국 의료기기에 대한 국내외 수요가 증가하면서 대전환기를 맞고 있다”며 “인도·동남아·중국·러시아 등 다양한 국가에서 한국 의료기기에 대한 구입 의사를 밝혀 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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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의료기기 시장 성장 예상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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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기회인 것만은 아니다. 초음파 의료기기의 경우는 된서리를 맞았다. 의사 및 임상병리사가 직접 사용해 본 뒤 구매 여부를 결정하는 게 업계 관행인데, 출장길이 막혔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회는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다. 북미·중남미가 아닌 동남아시아 및 인도 시장이다.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에 따르면 태국 의료기기 시장의 경우 2017~2022년 사이 연평균 성장률이 10.2%에 달한다. 코로나19 이전 산정 수치이기 때문에 현재 성장률은 더 높아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베트남 역시 주목되는 시장이다. KOTRA는 베트남의 의료기기 시장이 매년 약 10.7% 성장해 2022년에는 19억1570만 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글로벌 의료기기 시장은 의료장비가 새로 개발되면 학회를 중심으로 관련 전문의들의 임상 결과가 발표되고, 이를 토대로 시장 저변을 넓히는 구조다. 이에 따라 의료기기의 특성을 고려해 의사와 임상 병리학자들을 잘 공략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 기업이 해외 병원과의 네트워크를 두텁게 하면 새로운 시장이 열릴 수 있다는 의미다.

이광형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는 “한국이 반도체에 처음 도전할 때도 ‘누가 우리 반도체를 쓰냐’는 패배주의가 있었지만, 소수의 뚝심으로 차세대 먹거리를 만들어냈다”며 “코로나19는 의료기기 산업엔 하늘이 주신 절호의 기회”라고 말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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