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0.3% 하락… 8개월 만에 다시 마이너스 / 국제유가 하락에 석유류 19%↓ / 공공서비스 물가도 2% 떨어져 / 집밥’ 늘며 농축수산물 3% 올라 / 배추 102·돼지고기 12%나 뛰어 / 정부 “일시적 저물가 현상일뿐”
통계청이 2일 발표한 ‘5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4.71(2015년=100)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0.3% 하락했다. 지난해 9월(-0.4%) 사상 처음 마이너스를 기록한 이후 8개월 만에 다시 마이너스로 내려갔다.
1일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에서 상인들과 방문객들로 북적이고 있는 모습. 뉴시스 |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2개월 연속 1%를 밑돌다 올해 들어 1∼3월에는 1%대로 올라섰다. 그러나 코로나19의 영향이 반영되면서 4월 0.1%로 떨어진 데 이어 지난달에는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전체 물가를 크게 끌어내린 것은 석유류와 공공서비스다. 석유류 가격이 국제유가 하락의 영향으로 18.7% 급락하며 전체 물가를 0.82%포인트 떨어뜨렸다. 휘발유가 17.2%, 경유가 23.0%, 자동차용 LPG가 14.4% 각각 하락했다. 공공서비스 물가도 1.9% 하락해 전체 물가를 0.27%포인트 낮췄다. 대구 고등학교 등록금 감면, 유치원비 지원, 지방자치단체 상하수도 요금 감면 등이 영향을 미쳤다. 전체 서비스물가는 0.1% 상승에 그쳐 1999년 12월(0.1%) 이후 가장 낮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농·축·수산물 가격은 3.1% 상승했다. 작황 부진으로 채소 가격이 뛰었고, 코로나19 여파로 ‘집밥 소비’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농산물은 0.5% 하락했지만 그중 채소류는 9.8% 상승했다. 특히 배추는 102.1%나 올랐다. 돼지고기(12.2%)는 2015년 2월(12.9%) 이후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고, 국산 쇠고기(6.6%)는 2016년 12월(6.9%) 이후 가장 많이 올랐다. 고등어도 16.4% 상승했다.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를 찾은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뉴스1 |
안형준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한 달에) 세 번 조사를 하는데 조사하는 사이 축산물 가격이 계속 올랐다”며 “사회적 거리두기로 집밥 소비가 늘었기 때문이라고 판단했으나 일부는 긴급재난지원금 영향도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8개월 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디플레이션 우려가 나오는 것에 대해 통계청은 ‘일시적 저물가 현상’일 뿐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안 심의관은 “경기가 안 좋아지면서 발생하는 수요 부족에 의해 물가가 낮아지는 현상이 지속됐을 때 디플레이션이라고 정의한다”며 “하지만 이번 물가 하락은 수요측이라기보다 공급측 요인에 따른 것이고, 마이너스 물가 기간이 한 달밖에 되지 않았으므로 디플레이션으로 판단하기는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번에 물가가 떨어진 것은 공급 측면의 영향이므로 당장 디플레이션 위험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중장기 요인을 보면 계속 디플레이션 압력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서비스요금 상승률도 0.1%에 그쳤는데 과거 높았던 압력이 계속 낮아지고 있다”며 “코로나19로 경기와 고용이 안 좋아졌고, 중기적 시각에서 디플레이션 압력이 상당히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막연한 물가 하락 우려가 경제 성장을 방해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적극 대응해 나갈 방침이다. 물가 하락 심리가 계속되면 가계는 소비를 미루게 되고, 기업의 수익이 감소하면서 생산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정부는 불확실성 속에서 물가 하락에 대한 막연한 우려가 확산하면서 소비와 투자가 지연되고 성장세 둔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가 발생하지 않도록 정책적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종=우상규 기자 skwoo@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