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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홍콩 보란듯…中, 하이난 자유무역항 개발 속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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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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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당국이 자국 최남단 하이난성에 위치한 '하이난 자유무역항'을 전면 개발하겠다고 선언했다.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제정 강행으로 미·중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홍콩 내 반중 정서가 고조되는 시점에 중국이 홍콩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하이난 개발에 나선 배경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선 중국이 미국을 견제하는 동시에 중·장기적으로 홍콩 기능을 대체하려는 목적으로 하이난 개발에 본격 뛰어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2일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에 따르면 전날 중국 공산당과 국무원은 공동으로 '하이난 자유무역항 건설 총체 방안'을 전격 발표하면서 하이난 개발 프로젝트가 중국 당국의 전략적 정책 결정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최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하이난 자유무역항 건설에 관한 주요 지시를 내리면서 "하이난에 자유무역항을 만드는 것은 공산당 중앙이 대내외 정세를 고려하고 중국 특색사회주의 발전을 위해 내린 중요한 전략적 정책 결정으로 중국의 신시대 개혁 개방 과정에서 중요한 업무"라고 설명했다.

하이난 자유무역항 개발은 시 주석이 직접 나서서 슝안신구 개발과 함께 추진하고 있는 발전 프로젝트다. 2018년 4월 시 주석은 하이난에서 개최된 보아오포럼에서 하이난 자유무역항 건설 구상을 처음으로 언급한 바 있다. 중국 당국이 이번에 발표한 방안 문건 도입부에는 "하이난을 중국 특색의 자유무역항으로 건설하겠다는 구상은 시진핑 총서기가 손수 계획하고 직접 밀어붙인 개혁개방의 중대 조치"라고 나와 있다.

하이난 자유무역항 건설 방안은 시기별로 세 단계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우선 2025년까지 무역 및 투자 자유화를 꾀하는 자유무역항 기초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다. 이어 2035년까지 인력·자금·물류 등에 대해 자유롭고 편리한 이동을 보장해 자유무역항 운영 수준을 성숙시키고 2050년 무렵까지 세계적인 자유무역항으로 육성하겠다는 것을 골자로 한다.

중국은 하이난에 본토와 확연히 다른 경제 질서를 적용해 운영해나갈 방침이다. 하이난성의 중심인 하이난섬 면적은 3만4000㎢로 남한 전체 면적의 3분의 1 수준이다. 우선 하이난을 관세가 전혀 부과되지 않는 '영관세' 지역으로 발전시켜 나가기로 결정했다.

또 현대 서비스업과 첨단기술 산업을 중점적으로 육성시켜 하이난성 경제 선진화를 꾀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해당 산업에 맞는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 소득세 15%를 감면하고 시장 진입 네거티브 리스트도 최소화하기로 했다.

나아가 중국 본토 다른 지역보다 금융 부문의 대외 개방 외연을 확연히 넓히기로 결정했으며, 에너지·항운 등 부문도 함께 육성하기로 했다.

중국 당국은 미·중 간 대립이 신냉전 수준으로 격화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하이난 개발 카드를 꺼내 들게 된 배경을 넌지시 드러냈다. 중국 당국은 방안에서 "보호주의와 일방주의가 대두하고 있는 가운데 경제 세계화가 중대한 역풍을 만났다"며 "하이난 자유무역항 건설을 통해 세계화를 지지하고 인류 공동 운명체를 만들기 위해 실제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중국의 진짜 속내에 대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최근 미국이 홍콩의 특별지위를 박탈하겠다고 위협하는 가운데 중국이 홍콩 역할을 대신할 수 있는 하이난을 개발한다고 선포한 것은 미국에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 표출이라는 관측이다.

한편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최근 싱크탱크인 미국기업연구소(AEI)와 인터뷰하면서 미국이 홍콩 주민과 기업인들을 받아들이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영국은 중국이 홍콩보안법 제정을 강행하면 홍콩인에 대한 시민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홍콩보안법 이슈로 홍콩 내 반중 정서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홍콩 경찰이 코로나19 확산 우려를 이유로 들며 4일 진행될 예정이던 톈안먼 민주화 시위 희생자 추도 집회를 불허했다. 홍콩 경찰이 톈안먼 추모 집회를 불허한 것은 30년 만에 처음이다. 1989년 6월 4일 벌어진 톈안먼 민주화 시위 유혈 진압 사건 이듬해부터 한 해도 빠지지 않고 6월 4일 홍콩 빅토리아공원에서는 매년 시민 수만 명이 모여 톈안먼 희생자 추도 행사를 개최한 바 있다.

[베이징 = 김대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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