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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조선업 슈퍼사이클 오나…카타르 이어 러·모잠비크서 수주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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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 빅3 잭팟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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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나긴 침체기를 겪어온 국내 조선업이 카타르 수주 낭보를 계기로 대반전을 노리고 있다. 카타르 국영석유사인 카타르페트롤리엄(QP)으로부터 총 23조6000억원 규모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수주를 이끌어낸 데 이어 러시아와 모잠비크 프로젝트에서도 연내 대규모 LNG 운반선 수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LNG 운반선발(發) 조선업 호황'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2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 3사가 올 하반기 중 러시아 '아틱(Arctic)2 프로젝트'와 모잠비크 'LNG 프로젝트'에서도 수주 랠리를 이어갈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들 3사가 지난 1일 QP와 100척 이상의 LNG 운반선 수주계약(가계약)을 체결한 영향이다. QP와의 계약을 통해 올 들어 코로나19 등으로 막혀 있던 LNG 운반선 수주의 물꼬가 트였을 뿐만 아니라, 배 만드는 기술은 한국이 세계 최고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세계에 입증했다는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카타르 발주 물량을 제외하고도 올해 글로벌 LNG 운반선 발주 물량이 50척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동익 KB증권 연구원은 "대다수 선종에서 작년 대비 수주 감소세가 예상되지만 LNG 운반선의 경우 러시아 등 대형 프로젝트 발주가 임박했고 중소 규모의 프로젝트도 다수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강세를 보일 전망"이라며 "일부 프로젝트가 지연될 가능성을 감안하더라도 연내 발주 규모는 45~50척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아틱2 프로젝트는 총 25척의 LNG 운반선을 발주한다. 1차 15척, 2차 10척 두 차례로 나눠 발주하는 방식이다. 이 가운데 1차 5척은 삼성중공업이 이미 계약을 따내 건조 중이다. 잔여 10척도 삼성중공업이 수주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외신 등에 따르면 2차 10척과 관련해서는 중국 후둥중화조선이 5척, 대우조선해양이 5척을 수주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와 함께 모잠비크 LNG 프로젝트는 최대 17척을 발주할 것으로 예상되며, 상당수를 국내 조선 3사가 수주할 것으로 관측된다.

잇따른 대규모 수주 랠리 가능성에 일각에서는 올해를 기점으로 2000년대 초반의 조선업 '슈퍼사이클'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까지 나오고 있다. 카타르의 대규모 발주가 '가뭄 끝 단비'를 넘어 다른 주요 프로젝트 내 선사들 투자를 자극하는 마중물이 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통상 선박 발주는 향후 3~4년을 내다보고 진행된다. 이번 계약도 선박 인도는 2024년부터 순차적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따라서 각 프로젝트는 자체 일정에 따라 선제적으로 건조 계약을 체결한다. 선박 확보가 늦어지면 프로젝트 일정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양종서 수출입은행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LNG 생산국들이 시장 주도권을 잡으려고 경쟁하고 있는 상황이라 카타르의 LNG선 발주가 다른 LNG 생산국들 발주심리를 자극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의 연간 LNG 운반선 생산 가능 물량은 15척 안팎이다. 조선 3사를 합하면 40~50척으로 추정된다. 카타르 발주 물량의 정식 계약과 선박 인도가 각각 4~5년에 걸쳐 순차적으로 이뤄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해당 기간 조선 3사는 연간 생산 가능 물량 중 절반을 이미 확보한 셈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카타르의 발주로 국내 조선 3사의 독(선박 건조 설비)이 상당 부분 채워지면서 향후 건조 가능 물량이 대폭 줄었다"며 "원하는 날짜에 LNG 운반선을 인도받기 원하는 타 선주들의 문의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최근 유가가 점차 회복되면서 유조선 발주 문의가 이어지고 있는 등 업황 회복의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조선업계에서는 슈퍼사이클이 시작됐던 2000년대 초반에 카타르의 대규모 LNG 운반선 발주가 있었던 것에 주목하고 있다. 카타르는 2003년부터 초대형 LNG 운반선 53척을 발주했는데 국내 조선 '빅3'가 수주를 싹쓸이했고, 이후 2008년까지 한국 조선업은 초호황을 누렸다. 독이 한정돼 있는 상황에서 국내 조선사에 수주가 몰리면서 타 선사들의 선박 발주도 증가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실제로 대우조선해양은 2004년 전체 수주물량 67척 중 20척이 LNG 운반선이었다. 다만 코로나19와 미·중 무역분쟁 등 악재가 여전한 상황이어서 결과를 섣불리 예단하기는 어렵다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세계의 공장'으로 자리매김한 중국이 폭발적인 경제성장을 이어가고, 이에 따라 글로벌 교역량이 급증했던 당시와 코로나19 영향으로 세계 주요국이 마이너스 성장률을 보이면서 물동량이 급감하고 있는 지금의 상황은 다르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영국 조선·해운시장 분석업체 클라크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세계 누계 선박 발주량은 233만CGT(표준화물톤수)로 지난해 1분기(810만CGT) 대비 71.3% 감소했다.

홍성인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카타르발 대규모 수주가 추가 발주심리를 자극할 수 있지만 이번 수주로 조선업이 2000년대 초반과 같은 슈퍼사이클에 진입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홍 연구원은 "업종 특성상 글로벌 경제의 상황과 선종 교체 시기 등이 같이 맞물려야 하는데, 슈퍼사이클 때 생산한 선박들이 아직 교체 시기에 도달하지 않았고 글로벌 경제 상황도 부정적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노현 기자 / 송광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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