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춘이 지난달 발표한 2020년 500대 기업 중 흑인이 CEO로 있는 기업은 인테리어 용품 업체 로우스(Lowe’s), 제약회사 머크(Merck), 교직원보험연급협회(TIAA), 패션업체 태피스트리(Tapestry) 등 4곳 뿐이다. 500대 기업으로 선정된 기업들 중 흑인 CEO가 있는 기업은 1999년 이래로 통틀어 17곳 뿐이었다. 또 2012년 6곳이 최대치였다. 포춘지는 “미국 인구 13.4%를 차지하는 흑인들의 의사를 500대 기업 CEO 중에는 0.8%가 대변하고 있는 꼴”이라고 보도했다.
1일(현지 시각) 미국 맨해튼에 있는 워싱턴 스퀘어 공원에서 조지 플로이드 사망에 항의하는 시위가 일어나고 있다. 시위대가 든 손팻말에는 플로이드가 사망 당시 외친 "숨을 쉴 수 없다"는 말을 변형해 "그들은 숨 쉴 수 없었지만 우리는 숨을 쉴 것이다"라고 적혀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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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보도는 경찰관이 흑인 조지 플로이드의 목을 무릎으로 짓눌러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에 분노하는 시위가 미국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나왔다.
4개 기업 CEO들도 방화, 약탈 등 폭력적인 양상으로 번지고 있는 시위에 우려를 표했다. 이들은 흑인으로서 겪은 자신의 경험을 떠올리며 공감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행정부에서 대통령 직속 제조업위원회에 있다가 6개월 만에 사임한 케네스 프래지어 머크 CEO는 1일 미 방송 CNBC에 출연해 입장을 밝혔다. 방송에서 프래지어는 “흑인들은 플로이드의 영상을 보며 ‘나 혹은 그 누구도 흑인이라면 인간 이하의 대접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사회적인 반발 움직임 때문에) 어려운 경제 상황이 더 길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제조업위원회에서 사임할 당시에도 프래지어는 “미국의 지도자들은 증오와 편견, 집단적 우월주의의 표현을 단호히 거부해 우리의 근본적인 가치를 지켜야 한다”며 “개인의 양심”을 사임 이유로 꼽았다.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미국 미니애폴리스에서 경찰관 데릭 쇼빈이 흑인 조지 플로이드의 목을 무릎으로 짓누르고 있다. /트위터 캡처 |
마빈 앨리슨 로우스 CEO는 지난달 31일 자신의 트위터에 “아내와 나는 조지 플로이드 사건에 깊은 슬픔을 느낀다”며 “한 흑인 청년의 아버지로서 그 고통과 공허함을 상상만 할 수 있을 뿐”이라며 자신이 회사 직원들에게 보낸 편지를 공개했다. 편지에서 그는 “나 역시 ‘짐 크로 법’(1876년부터 1965년까지 존재한 미국의 법으로 공공장소에서 흑인과 백인의 분리와 차별을 규정한 법)에 따라 어린 시절을 분리된 구역에서 자랐다”며 “우리의 성품이 시험대에 올랐다. 로우스는 모든 사람이 안전하고 존중받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독려했다.
코치(Coach)와 케이트 스페이드(kate spade) 등 명품 브랜드를 보유한 패션업체 태피스트리의 CEO 자이드 제이틀린도 링크드인(LinkedIn)을 통해 직원들에게 메신지를 보냈다고 CNN비즈니스는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제이틀린은 “몇 번이나 이 메시지를 쓰려고 했지만 눈물이 차올라 그만둬야 했다”며 “창문이나 가방은 다시 사면 되지만 조지 플로이드는 다시 데려올 수 없다. 흑인 개개인의 생명은 중요하다”고 적었다.
[김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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