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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9 (수)

6월2일 강정구 교수의 '고별강연' [오래 전 ‘이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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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부터 2010년까지 10년마다 경향신문의 같은 날 보도를 살펴보는 코너입니다. 매일 업데이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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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학기를 끝으로 정년퇴임을 한 강정구 전 동국대 사회학과 교수가 ‘나의 삶 나의 학문-냉전 성역 허물기와 평화통일만들기’란 주제로 고별강의를 하는 모습 | 연합뉴스


한국 사회 이념 갈등의 복판에 있었던 강정구 전 동국대 교수. 그의 정년은퇴 후 벌써 10년 가량이 흘렀습니다. 2001년 1학기를 끝으로 은퇴한 강정구 전 교수의 ‘고별강연’을 다룬 10년 전 오늘의 경향신문 기사를 살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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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여명의 학생들은 고별 강연이 열린 동국대 문화관 2층 3세미나실을 가득 메웠다. 강연 시작 전에 학생들로부터 퇴임 선물을 받은 강 교수는 이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그가 동국대로부터 직위해제된 뒤 졸업생 100여명은 대학 결정에 항의하며 졸업장을 반납했다. 그는 “천막 강의를 듣고 졸업장을 반납한 학생들에게 항상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다”며 “대학 때 가진 문제의식을 사회에 나가서도 계속 이어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정구 전 교수는 ‘만경대 필화사건’과 ‘6·25 전쟁은 통일전쟁 필화사건’으로 국가보안법에 정면으로 맞섰던 인물입니다. 만경대 필화사건은 2001년 8·15 평양축전 기간 만경대를 방문한 강 전 교수가 방명록에 ‘만경대 정신을 이어받아 통일위업 이룩하자’는 글을 남긴 사실을 보수언론이 부각하면서 뜨거운 논쟁이 일었던 사건을 말합니다. 2005년엔 ‘6·25 전쟁은 북한 지도부가 시도한 통일전쟁’이란 내용의 계간지 칼럼을 썼다가 또 한번의 이념 논쟁에 휩싸이게 됩니다.

강 전 교수는 두번의 필화사건으로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기소됐습니다. 매우 오랜 시간 재판이 이어졌고, 2010년 12월 대법원은 최종적으로 그가 ‘유죄’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징역 2년 및 자격정지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원심이 확정됐습니다.

필화사건 이후 사법처리가 진행되는 와중에 동국대는 2006년 강 전 교수를 ‘직위해제’ 했습니다. 학생들은 이 결정에 대한 항의의 의미로 ‘천막 수강’을 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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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여의도에서 열린 ‘국가보안법 철폐’ 선상 시위 | 경향신문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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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정부가 들어선 뒤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옥죄는 국가보안법을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셌지만, 결국 이 학자는 재판대에서 유죄를 받고 말았습니다.

강 전 교수는 고별강연에서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성역을 허무는 것이 비판학문의 역할이다. 한국사회의 수많은 성역 가운데 가장 극단을 달리는 것이 냉전 성역이다. … 학문은 참과 진실을 밝히는 것인데 학문이 학문답지 못하고 대학이 대학답지 못하다”

강정구 교수의 만경대 필화사건 후 약 20년이 흘렀고, 그의 고별강연으로부터는 10년이 흘렀습니다. 필화사건이 지금 일어났으면 어떻게 됐을까요. 학자의 ‘글’을 두고 ‘유죄’를 선고한 재판은 먼 훗날엔 어떤 평가를 받게 될까요.

송윤경 기자 ky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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