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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정약용·약전 형제의 호남 예찬 서간집 곧 출간” 정민 한양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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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배지인 강진·흑산도서 편지문답

다산 차남 여행기록 ‘부해기’도 소개

중앙일보

이번에 새로 확인된 다산 정약용의 둘째 아들 정학유 흑산도 기행기 ‘부해기’. [사진 정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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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茶山) 정약용의 둘째 아들 정학유(호는 운포, 1786~1855)의 전남 흑산도 기행기가 공개된다. 정민 한양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다산 집안의 책인 ‘유고(遺稿)’ 10책 중 8~10책인 정학유의 문집 ‘운포유고’(耘圃遺稿)에서 ‘부해기(浮海記)’를 정리해 이달 중 공개한다고 1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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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새로 확인된 다산 정약용의 둘째 아들 정학유 흑산도 기행기 ‘부해기’. [사진 정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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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8년 다산은 둘째 형인 정약전의 유배지인 흑산도로 아들 학유를 보냈다. 1807년 정약전의 아들 정학초가 17세에 갑자기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당시 정학초는 정학유와 함께 다산의 유배지인 전남 강진으로 오려다 돌연히 병을 얻어 죽었다. 이에 다산이 마음 아파하는 형을 위해 아들을 보낸 것이다. ‘부해기’는 정학유가 부친의 당부로 둘째 큰아버지 정약전을 만나기 위해 1809년 2월 3일부터 3월 24일까지 52일간 흑산도를 다녀온 여정을 기록한 기행 일기다.

정민 교수는 “정학유는 다산의 학문 활동을 도운 인물이고, 농가 풍속을 읊은 ‘농가월령가’ 지은이로 알려졌지만, 학계에서 자세히 연구되진 못했던 인물”이라며 “이번 ‘부해기’에 나온 그의 빼어난 글로 됨됨이가 알려질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정학유는 흑산도의 풍경, 특산물, 풍속 등을 세세하고 다채롭게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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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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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해기’ 1809년 2월 12일 자엔 이런 글이 있다.

“고래 다섯 마리가 나와 노닐며 멀리서 거슬러 왔다. 그중 한 마리가 하늘을 향해 물을 뿜는데, 그 형세가 마치 흰 무지개 같고, 높이는 백 길 남짓이었다. 처음 입에서 물을 뿜자 물기둥이 하늘 끝까지 떠받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도리어 옥 같은 눈이 땅 위로 떨어졌다. 햇빛에 반사되어 비치자 광채가 현란하였으니, 참으로 기이한 광경이었다.” 흑산도가 멀리 바라다보이는 교맥섬(흑산면에 있는 무인도) 인근에서 고래를 목격하고 쓴 글이다.

이 밖에도 다산 일가의 인간적 면모를 볼 수 있는 여러 자료도 이번에 새로 공개된다. 정 교수는 “다산과 정약전은 서로의 유배지인 강진과 흑산도에 대해 ‘여기가 더 좋은 곳’이라며 일종의 토론을 벌였다. 그 편지를 이번에 확인해 시간 순서로 엮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정약용이 형에게 보낸 편지는 『여유당집』에 실려있었지만, 형 정약전의 답장을 문답식으로 구성한 적은 없었다.

이들 사이에 오간 편지에 따르면 다산은 “강진의 겨울 해가 한양에 비해 길고 여름 해는 짧다”며 “살기 좋은 고장”이라고 했다. 정약전은 이에 응수해 “흑산도를 보지 못했기 때문에 강진을 살기 좋은 고장이라 생각한다”며 “흑산도의 여름날엔 삼베옷 입을 일이 드물고 겨울날엔 서리가 내리는 것을 보기 힘들다. 강진이 이처럼 좋은가?”라 묻는다. 또 다른 편지에 따르면 다산은 자신이 유배 중에 쓴 책을 형에게 미리 보내 의견을 묻고 책의 내용을 고치기도 했다. 정 교수는 “이들 사이 오간 편지만 원고지 1000장 분량”이라고 소개했다.

정 교수는 이번 자료를 신안군의 의뢰로 분석했다. 1970년대 다산학을 주도했던 김영호 전 경북대 교수의 소장본을 확인해 새로 공개하는 것이다. ‘부해기’를 이달 보고서로 낸 후 다산 형제의 서간문을 묶어 추후 단행본으로 출간할 예정이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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