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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4 (금)

정부 지원 '쏠림'에 항공업계, 코로나發 '대마불사' 재편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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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산안 지원 요건 LCC 5곳 배제…'예외조항' 기대

항공사만 11개…코로나19 구조조정 신호탄 될수도

뉴스1

15일 인천국제공항 계류장에 대한항공 여객기 등이 세워져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경영위기에 봉착한 항공업계는 15일 상장사 1분기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2020.5.15/뉴스1 © News1 정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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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상훈 기자 = 국내 항공업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고사 위기에 놓인 가운데 정부의 재정 지원에도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코로나19 초기 중소업체 지원에 무게를 뒀다면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기초체질이 강한 중견·대기업까지 위기감이 가시화되면서 정부의 지원 정책 기조도 바뀌고 있는 모습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사실상 못 버티는 항공사가 나와 업계가 구조조정 단계에 돌입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국내 항공사 중 정부의 40조 규모 기간산업안정기금 지원 대상 기업으로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제주항공, 에어부산 등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20일 '기간산업안정기금 운용방안'을 발표하며 지원 대상 기업 요건으로 총 차입금 5000억원 이상, 근로자수 300명 이상이어야 한다고 밝혔다.

단기차입금 규모만 조단위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대형항공사의 경우 무난히 기간산업안정기금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저비용항공사(LCC) 가운데는 제주항공과 에어부산 등이 유력하다. 1분기 기준 제주항공의 총 차입금은 6417억원, 에어부산은 5605억원이다.

다만 나머지 LCC 5곳은 지원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정부의 추가 지원을 다시 기대해야하는 상황이다. 일단 이들 항공사들은 '예외조항'에 기대를 걸고 있다. 정부는 기금 지원이 없을 경우 핵심 기술을 보호할 수 없거나 산업 생태계 유지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경우 기금을 쓸 수 있다고 명시해 놨다.

업계에서는 최근 정부의 정책 기조가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초기 중소업체 우선 지원에서 규모가 큰 중견·대기업을 살리는 것으로 바뀌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정부는 코로나19 초기인 지난 2월만 해도 LCC를 살리기 위해 3000억원의 재정지원에 나선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지난달엔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양대 대형항공사에 각각 1조2000억원, 1조7000억원에 달하는 지원을 발표했다.

기간산업안정기금에서도 5000억원의 차입금, 300인의 근로자수 등을 기준으로 뒀는데 이 역시 대기업 지원을 염두해둔 것이란 분석이다. 기초체질이 강한 중견·대기업까지 코로나19 영향권에 들면서 한정적인 재원을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뉴스1

대한민국 조종사 노동조합 연맹과 전국연합노동조합연맹 소속 항공사 조종사, 정비사 및 지상조업협력사 종사자 등이 14일 오전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가진 위기의 항공산업, 정부지원을 촉구하는 항공업계 노동조합 공동 기자회견에서 최현 대한항공 조종사 노동조합 공동위원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이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위기에 처한 항공산업에 신속한 정부 금융지원과 항공산업 지상조업협력사 고용안정 보장 및 지원금 상향, 전국 공항지역을 특별고용지원업종 또는 고용위기지역으로 선정 등을 촉구했다. 2020.4.14/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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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를 계기로 LCC 구조조정이 앞당겨 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정부의 확실한 지원 없이는 자체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항공사가 거의 없어서다. 이미 1분기 항공업계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6개의 상장 항공사의 적자규모만 4224억원 수준이다. 2분기 역시 코로나19로 인한 여객수 감소가 본격 반영돼 적자폭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 항공업계 구조 재편 가능성은 지난해 과당경쟁 심화와 일본 불매운동으로 인한 수요 급감을 겪으면서 이미 여러 차례 대두된 바 있다. 이에 경영난이 지속되던 이스타항공이 제주항공 품에, 아시아나항공이 HDC 현대산업개발이라는 새 주인을 찾으면서 업계 '합종연횡'이 가속화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주를 이뤘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로 유동성 위기가 심각해지자 사실상 항공사들이 생존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이다. 김영호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미 성숙기에 진입한 국내 항공 시장은 11개의 항공사를 지탱하기엔 역부족"이라며 "코로나19로 인해 큰폭의 변동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모기업이나 관계사가 없는 항공사의 경우 이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이다. 티웨이항공은 지난해 하반기 불거진 항공업계 인수합병 이슈 때에도 매물로 꾸준히 거론돼 왔다.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과 달리 모기업이 없고 코로나19 이전부터 시장이 포화 상태로 업황마저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플라이강원 역시 강원도 차원의 재정 지원을 기대할 수 있지만, 신생 항공사의 기초체력이 약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자체 생존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LCC 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유동성 공급이 시급한 상황"이라며 "마냥 손 놓고만 있을 수 없어 자체적으로 생존 방안을 마련하고 있지만 끝까지 버틸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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