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21 (금)

[단독] “미국 정부가 보증해준 한국기업”…반도체 전쟁서 이길 게임체인저 되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SKC, 한국 소부장 최초 미국서 보조금
유리기판 선도기업 사실상 공증 받아
2025년 상반기부터 제1공장서 양산
미국 조지아공장 2공장도 증설
삼성·LG도 유리기판 시장 뛰어들어


매일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미국 정부가 반도체 소재·부품업체로는 최초로 SKC의 투자회사 앱솔릭스에 보조금 1000억원을 지급하기로 결정한 것은 유리기판이 반도체산업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을 핵심 부품임을 인정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또한 앱솔릭스가 유리기판 시장을 이끌어나갈 기업임을 미국 정부가 사실상 보증해줬다는 점에서 향후 유리기판시장 주도권 경쟁에서 유리한 입지를 점하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반도체지원법 보조금은 반도체 유리기판 생산기업인 앱솔릭스의 투자와 기술 노력을 인정한 것”이라며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술을 놓고 전 세계가 뜨거운 경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유리기판 기술 경쟁이 본격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2023년부터 본격적인 AI 시대가 열리면서 주요 빅테크기업들은 고성능 반도체 칩 경쟁에 뛰어들었다. AI 성능을 평가하는 바로미터 중 하나가 연산과 추론을 담당하는 고성능 반도체다. 이 때문에 한층 빠르고 효율적으로 데이터를 처리하고 결과물을 도출하기 위한 AI 반도체 칩 전쟁이 불붙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 반도체 칩 집적화와 미세공정 고도화의 한계에 부딪히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기 위한 발상의 전환이 이어졌다. 최근 주목받은 기술이 기존 플라스틱기판 대신 유리기판을 사용하는 것이다.

유리기판은 플라스틱 보다 크고 매끈한 기판을 더 얇고 평평하게 만들 수 있어 더 많은 회로나 장치들을 올릴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전송 데이터 손실이 적고 고속 데이터 전송이 가능해 효율적인 데이터 처리가 가능하다.

이러한 특성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생성형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분류하고 신속하게 처리하는 AI 기술에 최적화돼 있다는 평가다. IBM에 따르면 2020년 하루 평균 25억 기가바이트(GB)의 디지털 정보량이 생산됐는데 2025년에는 하루 175조GB의 정보가 생산될 것으로 추정된다. 5년새 하루 생산 정보량이 7만배 가량 늘어나는 셈이다.

유리기판 사업을 타사 대비 3년 가량 먼저 시작한 앱솔릭스는 축적한 기술 노하우와 대량생산 역량을 이번 미국 정부 보조금 수령을 계기로 더욱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회사는 미국 조지아주에 3억달러를 투자해 지은 제1공장의 성능테스트와 시험 운전을 올해 중 마무리 짓고 내년 상반기 본격적인 양산에 돌입한다.

또한 소규모 생산(SVM)을 택한 제1공장에 이어 제2공장은 대규모 생산(HVM) 방식으로 시장 장악력을 확장해나갈 계획이다. 이미 내로라하는 글로벌 반도체업체들의 러브콜이 잇따르고 있다. 제2공장 생산량은 연간 1만2000㎡를 생산할 수 있는 제1공장 대비 5~20배 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앱솔릭스 관계자는 “주요 반도체 기업들과 협력 모델에 대해 논의 중”이라며 “시장 기대가 큰 만큼 향후 증설 규모 등에 대해 다양하게 검토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SKC는 앱솔릭스 양산 준비와 함께 미국 패키징 기술 기업 칩플렛에 투자하는 등 현지 생태계 구축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칩플렛은 반도체 패키징 설계 역량과 고객사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앱솔릭스와의 시너지가 기대되는 이유다.

미국 시장을 직접 공략하고 있는 만큼 산학 협력을 바탕으로 한 인력 수급도 확대한다. 앱솔릭스는 현지 대학 등과 협력해 전문 인력을 확보할 방침이다.

앱솔릭스가 유리기판 분야 리더십을 주도해나갈 경우 SK하이닉스와 시너지도 기대된다. SK하이닉스는 AI용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세계 최초로 개발한 데다 유리기판 기술까지 접목시킬 경우 더욱 강력한 반도체 경쟁력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리기판에 다른 국내외 기업들도 뛰어들고 있는 만큼 진검승부는 이제 시작이란 분석도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마켓앤마켓은 유리기판 시장이 2028년엔 84억달러(약 11조5000억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앞으로 시장 파이가 더욱 확대되면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기 위한 쟁탈전이 치열해진다는 뜻이다.

삼성전기와 LG이노텍 등도 잇달아 유리기판 사업에 뛰어들었다. 인텔, AMD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 역시 직·간접적인 방법으로 유리기판 생산과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인텔은 지난해 9월 유리기판을 적용한 반도체 시제품을 공개한 바 있다.

삼성전기는 오는 9월 유리기판 파일럿 라인 장비를 반입할 예정이다. 앞서 삼성전기는 △파일럿 라인 구축(2024년) △시제품 양산(2025년) △양산 본격화(2026년)라는 로드맵을 세운 바 있다. LG이노텍은 유리기판 사업을 진두지휘할 최고기술책임자(CTO) 부문에서 개발 인력 영입에 나섰다.

애플이 유리기판을 사용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애플은 차세대 모바일 프로세서(AP)에 유리기판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플라스틱보다 얇으면서도 집적도를 높일 수 있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등 소형 전자기기에 쓰일 고성능 반도체에 유리 기판이 적합하기 때문이다.

이규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리기판은 AI 시장의 퀀텀 점프를 가져올 변곡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