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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겨우 잡았는데'…원유ETN 병합과 거래정지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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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조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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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가 최근 '동전주'로 전락한 원유선물 ETN(상장지수증권)의 액면병합을 허용하면서 상품가치를 회복할 수 있는 활로가 열렸지만 병합 시행시 거래정지 기간이 최소 4일 이상 소요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일반주식과 달리 거래정지 기간에도 ETN이 추종하는 지표가치(원유선물 수익률 반영)가 움직이기 때문에 액면병합을 시행할 경우 다시 괴리율이 치솟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거래소와 예탁결제원은 이 같은 문제를 놓고 고심 중이지만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예탁원은 오는 9월을 목표로 ETN 액면병합 시스템을 구축 중이다.


◇두달만에 떨어진 괴리율

현재 거래소는 괴리율이 20%가 넘는 모든 ETP(ETF·상장지수펀드 및 ETN) 종목을 괴리율이 정상화할 때까지 단일가매매를 시행하고, 단일가매매 상태에서 괴리율이 30% 이상으로 확대하면 3매매일간 매매거래를 정지하고 있다. 규제초기에는 무기한으로 거래정지가 가능해 기존 투자자들의 손실이 커지면서 거래소는 최대 3매매일로 거래정지 기간을 못박은 것이다.

이같은 대책이 기계적으로 반복된 지 두달여만에 투기광풍을 이끌었던 레버리지 WTI(서부텍사스산) ETN은 최근 괴리율 30% 이내로 진입했다. 원유가격반등과 LP(유동성공급자)들의 공급물량 확대도 괴리율 축소에 힘을 실었다.

지난 28일 장마감 기준 △신한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H)(28.1%) △삼성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24.1%) △QV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H)(25.0%)은 지난 3월말 이후 처음으로 괴리율 30% 아래로 떨어지며 거래정지에서 탈출했다. 다음 날인 29일에도 괴리율은 20% 초반대에 머무르는 등 한 때 1000% 넘게 치솟던 이상현상은 보이지 않았다.


◇액면병합이 필요하긴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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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철 디자인기자 /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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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리율은 줄어들었지만 지표가치는 바닥권을 탈출하지 못하면서 동전주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동전주의 경우 심리적 문턱이 낮아 많은 사람들의 유출입이 가능하다. 조그마한 유가반등 조짐에도 수많은 투자자들이 몰려 가격 뻥튀기가 이뤄질 위험이 크다는 설명이다.

현재 '미래에셋 레버리지 원유선물혼합 ETN(H)'을 제외한 삼성·신한·QV ETN의 지표가치는 200원대에 머물러 있다. WTI가격이 지난달 마이너스(-)를 기록한 이후 30달러 중반선 까지 치솟았지만 이미 지나치게 지표가치가 하락한 탓에 가격변동폭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면서다.

이를 해소하기 위한 대표적인 방법이 액면병합이다. 액면병합은 액면가가 낮은 주식을 합쳐 액면가를 높이는 것을 말한다. 실제 증권가치의 변동은 없지만 시장가가 높아져 변동성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ETN 발행사인 증권사들도 '액면병합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며 긍정적인 입장이다.


◇거래소 "무거래정지" vs 예탁원 "최소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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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소 전경 / 사진제공=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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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업계는 병합과정에서 소요되는 거래정지 기간에 우려를 보인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정지기간이 상황에 따라 괴리율 축소 및 기존보유자들에게 부정적일 수 있다"며 "무정지 상태로 액면병합이 된다면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거래소 측은 해외에서도 거래정지 없이 ETN 병합이 이뤄진다며 무거래정지를 바라고 있지만 예탁원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이다. 국내 거래체계가 거래 이후 이틀 뒤에 결제되는 구조라 거래정지 없이 병합이 이뤄질 경우 실무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예탁원이 갖고 있는 예탁자계좌부와 증권사의 고객계좌부를 대조해 개개인별로 병합하는 절차를 거치는 데에도 물리적 시간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예탁원 관계자는 "결제주기, 단수주 문제 등 여러가지를 고려할 때 거래정지기간이 있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일반주식을 병합할 때 통상 14영업일이 걸리는데 ETN 병합은 그 정도는 아니라도 2~3 영업일 안에 처리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거래소는 거래정지 기간에도 기초자산이 움직이며 가격이 변동되는 ETN의 특성상 4일 이상 거래정지가 이뤄지는 데 큰 부담을 느낀다. 거래소 관계자는 "주식병합비율대로 총발행주식수를 확정하고 단수주가 발생하는 경우 발행사가 지표가치 가격에 맞춰 현금으로 나눠주면 된다"며 "꼭 거래정지를 시켜 변경상장을 해야하는 지 모르겠다"고 답답함을 드러냈다.

조준영 기자 ch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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