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포스코건설 수주전 승리
업체 공사비 다 부담, 조합원 유리
분양가 상한제 효과 희석 가능
3.3㎡당 4000만→5100만원 전망도
“대기수요 늘어 집값 자극 소지”
재건축‘반포대전’시공권 따낸 건설사.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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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주공1단지 3주구’의 시공사 선정 총회가 서울 코엑스에서 열렸다. 반포 3주구는 재건축을 통해 기존 1490가구 아파트를 허물고, 지하 3층~지상 35층 17개동 아파트 2091가구로 바뀐다. 공사비만 8087억원으로 올 상반기 서울 강남권 재건축 최대어로 꼽혔다. 이날 1316명 조합원(사전투표 포함)이 참여한 가운데 686표를 받은 삼성물산이 대우건설(617표)을 제치고 사업권을 따냈다. 69표의 차이다. 그만큼 경쟁이 치열했다.
삼성물산 반포3주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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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이 승기를 잡을 수 있었던 것은 ‘100% 준공 후 분양’ 공약이 컸다는 게 부동산 업계의 분석이다. 공사에 필요한 일체의 자금 조달을 삼성물산이 책임진다는 얘기다. 조합원들은 자금 부담이 없다. 60% 이상 진행된 상태에 일반 분양(후분양)하는 것보다 파격적인 조건이다. 일반적으로 건설사는 첫 삽을 뜰 때 선분양한다. 계약자에게 받은 분양 대금으로 공사비를 조달하는 게 안전하기 때문이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건설업계 최상위 신용등급(AA+)인 만큼 대규모 사업비를 저금리에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다”고 했다.
후분양은 건설사의 부담이 크지만, 조합원 입장에서는 유리한 조건이다. 후분양에도 분양가상한제는 적용된다. 다만 매년 공시지가는 오르고 정부의 현실화율 제고 움직임을 고려하면 분양 시기를 늦출수록 분양가를 높게 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 선다.
삼성물산에 따르면 2021년 착공 때 선분양하면 분양가는 3.3㎡당 평균 4000만원 초반을 예상하지만 2024년 준공 후 분양하면 3.3㎡당 최고 5100만원까지 오를 수 있다는 시뮬레이션 결과다. 조합원의 분양수익 총액이 선분양보다 약 2500억원 늘 수 있다는 설명이다.
포스코건설 신반포21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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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건설은 앞서 지난달 28일 신반포21차 재건축사업 시공사로 선정됐다. 그동안 ‘자이 텃밭’으로 불리는 반포에서 포스코 건설이 GS건설을 제치고 시공권을 거머쥔 데도 후분양이 한몫했다. 특히 조합원에게 중도금, 대출이자 등 금융 부담을 없앤 후분양을 제시했다.
백준 J&K 도시정비 대표는 “요즘 재건축 시장은 최고급 서비스, 특화설계 같은 제안보다 조합원의 이익을 높일 수 있는 후분양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며 “앞으로 후분양을 선택하는 재건축 단지가 많아질 수 있다”고 봤다.
상당수 부동산시장 전문가는 후분양이 증가하면 대기수요 증가와 분양가 상승으로 집값 상승을 자극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한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부장은 “새 아파트 분양 일정이 잇달아 2~3년 뒤로 늦춰지면 주택시장에 공급이 부족하다는 신호를 줄 수 있다”면서 “대기수요가 청약 대신 주택시장으로 몰리면서 집값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후분양은 계약금과 중도금, 잔금을 나눠내는 선분양과 달리 자금을 한 번에 마련해야 한다”면서 “결국 재건축 단지는 현금이 풍부한 부자들만의 리그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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