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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반포대전’ 승자 후분양, 재건축 대세 굳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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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포스코건설 수주전 승리

업체 공사비 다 부담, 조합원 유리

분양가 상한제 효과 희석 가능

3.3㎡당 4000만→5100만원 전망도

“대기수요 늘어 집값 자극 소지”

강남 재건축시장에 ‘후분양’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다. 지난달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펼쳐진 재건축 수주전에서 삼성물산과 포스코건설이 시공권을 따낸 데는 후분양 카드 효과가 컸다. 조합원은 착공과 동시에 분양(선분양)하는 것보다 분양 시기를 미루는 게 분양가를 올릴 수 있어 선호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서울 재건축 시장에 후분양이 늘어나면 대기수요 증가로 집값을 자극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분양가상한제의 실질적인 효과가 희석될 수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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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반포대전’시공권 따낸 건설사.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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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주공1단지 3주구’의 시공사 선정 총회가 서울 코엑스에서 열렸다. 반포 3주구는 재건축을 통해 기존 1490가구 아파트를 허물고, 지하 3층~지상 35층 17개동 아파트 2091가구로 바뀐다. 공사비만 8087억원으로 올 상반기 서울 강남권 재건축 최대어로 꼽혔다. 이날 1316명 조합원(사전투표 포함)이 참여한 가운데 686표를 받은 삼성물산이 대우건설(617표)을 제치고 사업권을 따냈다. 69표의 차이다. 그만큼 경쟁이 치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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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 반포3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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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이 승기를 잡을 수 있었던 것은 ‘100% 준공 후 분양’ 공약이 컸다는 게 부동산 업계의 분석이다. 공사에 필요한 일체의 자금 조달을 삼성물산이 책임진다는 얘기다. 조합원들은 자금 부담이 없다. 60% 이상 진행된 상태에 일반 분양(후분양)하는 것보다 파격적인 조건이다. 일반적으로 건설사는 첫 삽을 뜰 때 선분양한다. 계약자에게 받은 분양 대금으로 공사비를 조달하는 게 안전하기 때문이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건설업계 최상위 신용등급(AA+)인 만큼 대규모 사업비를 저금리에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다”고 했다.

후분양은 건설사의 부담이 크지만, 조합원 입장에서는 유리한 조건이다. 후분양에도 분양가상한제는 적용된다. 다만 매년 공시지가는 오르고 정부의 현실화율 제고 움직임을 고려하면 분양 시기를 늦출수록 분양가를 높게 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 선다.

삼성물산에 따르면 2021년 착공 때 선분양하면 분양가는 3.3㎡당 평균 4000만원 초반을 예상하지만 2024년 준공 후 분양하면 3.3㎡당 최고 5100만원까지 오를 수 있다는 시뮬레이션 결과다. 조합원의 분양수익 총액이 선분양보다 약 2500억원 늘 수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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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건설 신반포21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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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건설은 앞서 지난달 28일 신반포21차 재건축사업 시공사로 선정됐다. 그동안 ‘자이 텃밭’으로 불리는 반포에서 포스코 건설이 GS건설을 제치고 시공권을 거머쥔 데도 후분양이 한몫했다. 특히 조합원에게 중도금, 대출이자 등 금융 부담을 없앤 후분양을 제시했다.

백준 J&K 도시정비 대표는 “요즘 재건축 시장은 최고급 서비스, 특화설계 같은 제안보다 조합원의 이익을 높일 수 있는 후분양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며 “앞으로 후분양을 선택하는 재건축 단지가 많아질 수 있다”고 봤다.

상당수 부동산시장 전문가는 후분양이 증가하면 대기수요 증가와 분양가 상승으로 집값 상승을 자극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한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부장은 “새 아파트 분양 일정이 잇달아 2~3년 뒤로 늦춰지면 주택시장에 공급이 부족하다는 신호를 줄 수 있다”면서 “대기수요가 청약 대신 주택시장으로 몰리면서 집값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후분양은 계약금과 중도금, 잔금을 나눠내는 선분양과 달리 자금을 한 번에 마련해야 한다”면서 “결국 재건축 단지는 현금이 풍부한 부자들만의 리그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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