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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나눔동행] "남들이 기피하는 분야가 전공"…8년째 이웃 청소 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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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새미로 봉사단장 김종봉씨, 2012년부터 환경미화로 봉사 차별화

단원들 '작은 영웅' 우뚝…대상자 삶의 변화·주민의 사회 관심 성과

연합뉴스

온새미로 봉사단 김종봉 단장
[박정헌 촬영]



(김해=연합뉴스) 박정헌 기자 = "처음엔 내가 가진 작은 것들을 나누고 여기서 보람을 느낄 수 있으면 족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나 작은 활동이라고 생각했던 일들이 누군가에게 정말 크고 큰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깨달았죠. 우리 주변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누구나가 도움이 필요한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영웅이자 변화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온새미로 봉사단 김종봉(54) 단장은 8년 동안 봉사단을 이끌며 지역 독거노인,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봉사활동을 해왔다.

온새미로는 '생김새 그대로 언제나 변함없이'의 뜻을 가진 순우리말로 주변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한결같이 봉사활동을 펼치겠다는 의지와 포부를 담고 있다.

이 봉사단이 다른 봉사단과 차별화한 점은 바로 '환경미화' 봉사활동을 주로 한다는 것이다.

20년 넘게 김해시 위탁 민간청소대행업체에서 근무한 김 단장을 포함해 온새미로 봉사단은 현재 7명으로 모두 환경미화 관련 업체에서 일하고 있다.

이 봉사단은 아내 말에서 힌트를 얻은 김 단장이 아이디어를 내며 2012년 꾸려졌다.

"아내가 요양보호사로 일했어요. 하루는 아내와 이야기를 하는데 김해에 환경미화 봉사가 필요한데 이를 전문으로 하는 곳이 없다는 거예요. 마침 제가 하는 일이 환경미화 활동이고 보탬이 될 수 있겠다 싶어 뜻이 맞는 동료들을 모아 봉사단을 결성했죠"

처음 봉사활동을 시작할 때에는 아동시설에 후원금을 전달하는 등 소소한 활동에 더 집중했다.

그러나 환경미화 일을 하며 지역 내 이웃들이 살아가는 민낯을 확인할 기회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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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미화 작업 중인 김종봉 단장
[박정헌 촬영]



이 과정에서 마을 안에서 홀로 생활하는 어르신이나 장애인 가구는 쓰레기를 제때 치우지 못해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생활하는 모습이 눈에 밟혔다.

이에 후원을 통한 금전적 도움도 무척 중요하지만, 자신이 가장 잘하는 일로 어려운 이웃들을 도울 수 있다면 뜻깊겠다고 생각하게 됐다.

특히 쓰레기 정리 및 청소는 일상생활에 꼭 필요하지만, 사람들이 '더럽고 힘들다. 냄새난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있어 자원봉사자들마저 기피하는 분야였다.

김 단장은 남들이 다 피해 다니는 환경봉사를 도맡아 하며 저소득층 이사, 결연후원 등 돌볼 가족이 없어 힘들고 어려운 이웃들의 동반자가 되려는 노력도 아끼지 않았다.

한 달에 2∼3번 시간을 내 청소에 어려움을 겪는 이웃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마다하지 않고 달려갔다.

진정성 있는 모습에 봉사단에 대한 지역 내 인식도 좋아지며 주변에서 격려와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2018 대한민국 사회봉사대상, 2018 대한민국 나눔국민대상 보건복지부 장관상 등 굵직한 사회봉사 관련 상도 휩쓸었다.

2016년부터 3년 연속으로 대한민국 사회봉사대상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상패보다 김 단장에게 더 소중한 것은 봉사활동을 통해 달라진 어려운 이웃들의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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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활동 중인 온새미로 봉사단
[김종봉 단장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봉사활동을 하며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몇 개 있어요. 하나는 봉사활동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초창기 이야기입니다. 부자(父子)가 상가건물에 무허가로 사는 곳이었는데 아버지의 알코올중독으로 생활환경이 엉망이었죠. 봉사활동을 하며 심성이 착하고 성실히 공부하는 아들 모습이 기특해 2∼3차례의 청소 봉사를 더 했어요. 깔끔해진 환경 덕인지 이후 부자 관계가 긍정적으로 변하고 아버지 또한 치료를 위해 병원에 다녔죠. 현재 그 아들은 대구에서 요리사로 취업해 활동하며 가족생계를 책임지고 있습니다"

이처럼 봉사활동을 하며 인연을 맺은 사람들은 자신의 삶이 나아지길 바라는 희망과 의지를 포기하지 않고 달라지는 모습을 보였다.

이와 함께 봉사단의 노력에 감명받은 지역주민들의 이웃과 사회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는 성과도 거뒀다.

봉사 초창기만 하더라도 활동을 하기 위해 봉사자들이 도움이 필요한 곳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발굴했다.

그러나 봉사단 활동이 알려지면서 먼저 도움의 손길을 내밀거나 주변에서 알려주는 곳이 늘어났다.

봉사활동을 수년간 이어가는 과정에서 말 못 할 어려움을 겪거나 안타까운 사연도 많이 접했다.

집안 한가득 쓰레기만 쌓여있는 경우는 애교에 가까웠다.

바퀴벌레 등 각종 벌레로 도배가 되다시피 한 집, 하수구가 막혀 화장실 바닥 전체가 변으로 도배된 집은 물론 고양이 18마리가 한 방에 죽어 널브러진 경우까지 있었다.

치매에 걸린 한 할머니는 죽은 고양이를 봉지에 넣어 문고리에 걸어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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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새미로 봉사단 김종봉 단장
[박정헌 촬영]



"같이 현장을 찾은 동사무소 직원들은 특유의 냄새를 참지 못하고 뛰쳐나가는 경우가 다반사에요. 그러나 저나 봉사단은 그 냄새에 익숙해져 별다른 반응 없이 묵묵하게 쓰레기를 치우죠. 같이 간 사람들은 그런 저희를 눈이 휘둥그레져 쳐다보기도 합니다. 오히려 참기 힘든 건 먼지에요. 냄새는 참아도 먼지가 많으면 숨이 막혀 봉사활동을 하기 힘들어요. 먼지만큼은 아직 적응하지 못했습니다."

그런 김 단장의 바람이 있다면 현재 기승을 부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하루빨리 종식되는 것이다.

코로나19가 확산한 이후 김 단장과 봉사단은 몇 달째 봉사활동을 하지 못하는 처지다.

혹시나 모를 감염 우려로 섣불리 봉사활동에 나서기 어려울뿐더러 주변에서 도와달라는 요청도 뚝 끊겼다.

김 단장은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일을, 우리를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순간 함께 할 수 있도록 몸이 허락하는 순간까지 봉사활동을 이어나갈 것"이라며 "비록 규모는 작지만, 봉사단원들은 모두 정예부대원으로 '소규모 특공대'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고 설명했다.

이어 "얼른 코로나19가 종식돼 사람들이 쉽게 다가서지 못하는 이웃의 얼굴을 반들반들하게 윤이 나게 닦아주고 싶다"며 "사람들이 '이런 봉사단이 있구나'하고 격려와 응원을 계속해주셨으면 더 바랄 게 없다"고 덧붙였다.

home12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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