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 원내대표 준비한 봉투로 협치 상징하는 합장…文대통령, 이승만 前 대통령 친필 현판 소개하기도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주호영 원내대표 복 받으시겠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28일 청와대 상춘재 오찬 회동을 마치고 뒷산을 산책하는 과정에서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에게 덕담을 건넸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포함해 청와대 회동에 참여한 3명은 문 대통령 안내로 청와대 뒷산의 석조여래좌상 앞을 향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보물인 석조여래좌상은 통일신라시대 불상으로 청와대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자리잡고 있다"면서 "문 대통령은 가톨릭 신자이지만 김정숙 여사와 함게 주말에 불상을 찾아 시주를 한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이 주 원내대표를 향해 복 받으시겠다고 말한 것은 김태년 원내대표에게 불상 시주함을 가르키며 "여기다 넣으면 복 받습니다"라는 말을 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다. 김 원내대표의 종교는 기독교이다. 두 사람의 대화를 지켜보던 불교 신자 주 원내대표는 양복 상의에서 봉투를 꺼내 "대통령님 것과 김 원내대표 것까지 같이 준비했다"면서 시주함에 봉투를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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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면을 지켜본 문 대통령이 주 원내대표에게 덕담을 건넨 것이다. 강 대변인은 "대통령과 여야 원내대표는 이후 합장한 채로 불상 앞에 서서 세 번 예를 올렸다"면서 "문 대통령은 가톨릭, 김 원내대표는 기독교, 주 원내대표는 불자"라고 말했다. 서로 다른 종교의 3명이 함께 예를 올리는 장면은 협치와 통합의 의미로 볼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석조여래좌상이 청와대에 오게 된 배경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경주에 있던 일본 유지의 집에 있던 석불좌상은 당시 조선 총독에게 진상돼 서울 남산의 총독 관저로 옮겨졌다. 총독 관저가 청와대 자리로 이동했고 노태우 전 대통령 시절 관저를 신축하면서 지금의 자리로 옮겨졌다.
강 대변인은 "문 대통령은 불상 앞에서 소중한 보물을 일제에게 빼앗길 뻔한 사연도 전했다"면서 "조선 총독이 석불좌상을 일본으로 가져가려고 했는데 동아일보 등이 비판 기사를 쓰고 불교계와 문화계 등이 들고 일어나 보물을 지켜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석조여래좌상을 둘러 본 뒤 조선시대 정자인 오운정(五雲亭)으로 향했다. 문 대통령이 김 원내대표를 향해 국회가 제 때 열리면 업어주겠다고 말한 것은 오운정을 향하는 길에서 전한 말이다. 강 대변인은 "업어드리겠다고 말한 것은 김 원내대표에게만 한 말이 아니다"라고 부연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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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운정에 도착한 문 대통령은 현판을 가르키며 주 원내대표에게 누가 썼는지 확인해보라고 얘기했다. 오운정이라는 현판 글씨는 이승만 전 대통령이 쓴 것이었다. 강 대변인은 "야당 원내대표에게 이승만 대통령을 소개해준 것"이라고 부연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29일 강기정 정무수석에게 여야가 정기적으로 만날 수 있도록 추진해보라고 지시했다.
한편 김정숙 여사는 여야 원내대표에게 저녁 음식을 선물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김정숙 여사는 여야 원내대표들에게 정성껏 준비한 요리선물을 전했다"면서 "메뉴는 모듬해물사태찜이었다. 육류와 해물, 야채 등 모듬 식재료들이 어우러지는 찜요리는 화합을 기원하는 마음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김 여사는 음식 찬합을 각각 양당의 당색인 파란색과 핑크색 보자기로 감쌌다. ‘협치’에 대한 바람을 담아 파란색 보자기는 주호영 원내대표, 핑크색 보자기는 김태년 원내대표에게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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