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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단독] 정부, 세계3대 경제기구 'WTO 사무총장' 후보 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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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종·유명희 전현직 통상교섭본부장 유력 검토

뉴스1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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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스1) 한종수 기자,권혁준 기자 = 정부가 올해 치러질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선거에 후보를 내기로 했다. WTO는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WB)과 함께 '세계 3대 경제기구'로 꼽힌다. 만약 한국인 사무총장이 배출되면 전 세계 통상·무역 분야에서 차지하는 국가 영향력이 한층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29일 통상당국 등에 따르면 정부는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과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등을 다음 달 8일 개시되는 WTO 사무총장 후보자로 등록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과 거센 보호무역주의 파고 속에 중요한 인물이 사무총장으로 가야 하는 시기"라며 "통상 역량 확충과 국익 강화를 위해 (후보를 내는 쪽으로)긍정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WTO 사무총장직에 도전장을 내밀 인물은 김현종 차장과 유명희 본부장으로 압축된다. 김 차장은 유 본부장에 앞서 문재인정부 초대 통상교섭본부장을 지낸 바 있어 전·현직 통상교섭본부장의 대결 구도다.

김 차장은 지난 2016년부터 2년여간 WTO 상소기구 위원을 맡아 WTO 업무나 조직 사정에 밝고, 특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 과정에서 대미 신뢰도를 높게 쌓아 최근 틀어진 WTO와 미국 간 관계를 회복시킬 수 있는 적임자로 평가된다.

유 본부장은 통상전문 관료로 실전 경험이 많고 김 차장 못지않게 국제사회 전반에 걸쳐 폭넓은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그간 여성 WTO 사무총장 배출 전례가 없었던 만큼 최종 사무총장 후보로 낙점이 되면 최초의 여성 사무총장에 도전하게 된다.

다만 WTO 사무총장 후보는 각 회원국에서 한 명의 후보만을 낼 수 있어 이들 중에 누가 우리나라를 대표해 사무총장직에 도전할지는 문재인 대통령이 최종적으로 결정해야 한다.

WTO는 세계 무역분쟁을 중재하는 국제기구로 1995년 출범해 지난해 말 기준 164개 회원국을 두고 있다. 무역분쟁 조정 외에도 관세 인하 요구, 반덤핑 규제 등 막강한 법적 권한과 구속력을 갖는다.

WTO를 이끄는 사무총장은 4년 임기로 1회 연임이 가능하다. 지난 14일 호베르투 아제베두 현 WTO 사무총장이 임기 1년을 남긴 채 돌연 사퇴를 발표하면서 차기 사무총장 선출 과정에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통상적으로 WTO 사무총장 선출은 현 사무총장의 임기 만료 6~9개월 전에 후보 접수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절차가 개시되지만 아제베두 현 사무총장이 올해 8월 말까지만 활동한다고 급작스레 사임을 밝혀 선출 절차와 일정이 확 줄어들 수도 있다.

정부 관계자는 "WTO가 이미 신임 사무총장 후보등록을 6월8일부터 7월8일까지 한달 간 접수한다고 공지했다"며 "갑자기 치러지는 선거라서 사무총장 공석기간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선출 일정이 앞당겨질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다.

현재 우리나라 말고도 세계 각지에서 차기 WTO 사무총장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유력한 후보로는 아미나 모하메드 전 케냐 통상장관, 나이지리아 출신의 요노프 프레데릭 아가 현 WTO 사무차장, 엘로이 라오루 주유엔(UN) 베냉 대사 등이다.

모두 아프리카 출신들로 역대 사무총장이 유럽(아일랜드·이탈리아·프랑스), 오세아니아(뉴질랜드), 아시아(태국), 남미(브라질)에서만 나온 만큼 아프리카 첫 사무총장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미국이나 유럽 등 주요국에선 세계 통상·교역에 비중이 미미한 아프리카보다는 WTO 개혁을 힘있게 추진할 역량 있는 국가나 한국처럼 무역 비중이 높은 국가에서 사무총장이 나와주길 바라고 있어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특히 WTO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와 잦은 갈등으로 분쟁 해결 최종심을 담당하는 상소기구가 마비되는 등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 통상당국과 원만한 한국 후보가 사무총장 적임자로 부상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통상학계 한 인사는 "WTO 개혁을 요구하는 미국의 입김이 센 상황에서 대미 관계가 원만한 김현종 차장 등 한국 후보자들의 도전은 의미가 있을 것"이라며 "범국가적으로 역량을 총결집한다면 좋은 결과도 기대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jepo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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