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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위안부 문제' 끝나지 않은 전쟁

이 와중에 수면 위로 떠오른 ‘소녀상 저작권’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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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작가에게 맡긴 ‘태백 소녀상’

김운성·김서경의 소녀상과 닮은꼴

“저작권법 위반”…제막식 미뤄져

원만한 해결 아쉽다는 목소리도

“저작권 침해 안되는 작품으로

위안부 운동 정신은 살려나가야”


한겨레

장윤실 작가가 만든 태백 소녀상의 틀 제작 과정. 유튜브 ‘시작의땅태백방송’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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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에 앞장서온 정의기억연대(정의연)가 회계 부정 의혹에 휩싸여 운동 전체가 위축될 우려가 큰 가운데, 피해자를 상징하는 ‘평화의 소녀상’(소녀상)마저 저작권 시비에 휘말린 것으로 알려졌다.

28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강원 태백시는 지난 23일 태백문화예술회관 앞에 평화의 소녀상 설치를 마무리하고 제막식을 열려다 무기한 연기했다. 저작권 논란에 휘말린 탓이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상징하는 소녀상은 한복을 입은 단발머리 소녀가 의자에 앉아있는 모습으로 대중에게 잘 알려져 있다. 2011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 설치된 소녀상이 원형으로, 부부 조각가인 김운성·김서경 작가가 제작해 저작권을 갖고 있다. ‘지지 않겠다’는 듯 정면을 응시한 눈과 펼치지 못한 꿈을 상징하는 어깨 위의 새 한 마리가 시민들의 마음을 움직여 소녀상은 국내외 140여곳에 세워졌다.

태백 소녀상 역시 김 작가 부부가 만든 국내외의 소녀상과 모습이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태백 소녀상을 제작한 이는 강원 지역에 거주하는 장윤실 작가다. 태백시의 지원을 받아 사업을 추진한 기념사업회가 장 작가에게 소녀상 제작을 맡겼기 때문이다. 이를 알게 된 김 작가 부부가 앞서 18일 “저작권법 위반이니 소녀상을 폐기해달라”고 내용증명을 보내면서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현재 소녀상은 담요로 꽁꽁 감춰진 채 방치된 상태다. 정득진 기념사업회 집행위원장은 “김운경·김서경 작가에게 의뢰하는 것도 고려했지만, 장 작가가 지역 정서를 잘 아는 지역 작가이기 때문에 그분에게 맡겼다”고 설명했다.

소녀상의 저작권 시비는 처음 있는 일이 아니다. 2013년 서울의 한 고교가 교내에 ‘평화의 소녀상’을 본 뜬 소녀상을 설치하려고 했지만, 저작권 시비로 디자인을 일부 고쳤다. 이후 광주 소녀상, 전남 나주 소녀상도 같은 이유로 디자인이 수정됐다. 2015년 한국저작권위원회에 김 작가 부부가 등록한 저작물 정보에는 ‘한복을 입고 의자에 앉아 있다’, ‘머리는 단발’, ‘뒷꿈치를 든 맨발’, ‘어깨엔 새’, ‘빈 의자가 옆에 놓여있다’ 등 소녀상의 디자인이 자세하게 명시됐다.

태백 소녀상의 저작권 시비는 법정 공방까지 갈 것으로 보인다. 김운성 작가는 “소녀상의 취지를 살리되 디자인을 수정해달라”고 했지만 제작자인 장윤실 작가는 “수정할 뜻이 없다. 법적 절차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위안부’ 인권운동이 위축될 것을 염려해 원만한 해결을 바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여성단체 관계자는 “개인 저작권 문제가 있지만, 그래도 원만하게 해결할 필요는 있는 것 같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예술품 관련 소송을 자주 맡았던 이호영 변호사는 “소녀상이라는 취지를 살리면서, 저작권 침해가 안 되는 작품으로 위안부 운동의 정신을 살리는 게 맞다. 공익적 운동의 공공재로 인식할 수도 있지만, 작가 입장에서 보면 엄연히 예술품이다”라고 말했다.

채윤태 배지현 기자 cha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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